여급이 세 명, 그리고 다음에 두 명, 그들의 탁자로 왔다. 그렇게 많은 '미녀'를 그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은, 물론 그들의 풍채도 재력도 아니다. 그들은 오직 이곳의 신선한 객이었고 그리고 노는 계집들은 그렇게도 많은 사나이들과 아는 체 하기를 좋아하였다.
벗은 차례로 그들의 이름을 물었다. 그들의 이름에는 어인 까닭인지 모두 '고'가 붙어 있었다. 그것은 결코 고상한 취미가 아니었고 그리고 때로 구보의 마음을 애달프게 한다.
"왜, 호구조사 오셨어요."
새로이, 여급이 그들의 탁자로 와서 말하였다. 문제의 여급이다. 그들이 그 계집에게 아는 체 하는 것을 보고, 그들의 옆에 앉았던 두 명의 계집이 자리를 양도하여 엉거주춤 일어섰다. 여자는, 아니 그대루 앉아 있어요, 사양하면서도 벗의 옆에 가 앉았다.
이 여자가 다른 다섯 여자들보다 좀더 어여쁠 것은 없었다.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있어 보이기는 하였다. 벗이 그와 둘이서만 몇 마디 말을 주고받고 하였을 때, 세 명의 여급은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동료와 친근히 하고 있는 듯 싶은 객에게, 계집들은 결코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어서 약주 드세요."
이 탁자를 맡은 계집이, 특히 벗에게 권하였다. 사실 맥주를 세 병째 가져오도록, 벗이 마신 술은 모두 한 곱뿌나 그밖에 안되었던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벗은 오직 그 곱뿌를 들어보고 또 입에 대는 척하고 그리고 다시 탁자에 놓았다.
이 벗은 음주 불감증이 있었다. 그러나 물론 계집들은 그런 병명을 알지 못한다. 구보에게 그것이 일종의 정신병임을 듣고, 그들은 철없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리고 다음에 또 철없이 그들은 웃었다.
한 사나이가 있어 그는 평소에는 술을 즐기지 않으면서도 때때로 남주(濫酒)를 하여, 언젠가는 일본주를 두 되 이상이나 먹고 그리고 거의 혼도를 하였다고 한 계집은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그것도 역시 정신병이냐고 구보에게 물었다. 그것은 기주증(嗜酒症), 갈주증(渴酒症) 또는 황주증(荒酒症)이었다. 얼마 전엔가 구보가 흥미를 가져 읽은 현대의학 대사전 제 23권은 그렇게도 유익한 서적임에 틀림없었다.
갑자기 구보는 온갖 사람을 모두 정신병자라 관찰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실로 다수의 정신병 환자가 그 안에 있었다.
의상분일증(意想奔逸症), 언어도착증(言語倒錯症), 과대망상증(誇大妄想症), 지리멸렬증(支離滅裂症), 질투망상증(嫉妬妄想症), 남자음란증(男子淫亂症), 병적기행증(病的奇行症), 병적허언기편증(病的虛言欺騙症), 병적부덕증(病的不德症), 병적낭비증(病的浪費症)...
그러다가, 문득 구보는 그러한 것에 흥미를 느끼려는 자기가, 오직 그런 것에 흥미를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환자에 틀림없다 깨닫고 그리고 유쾌하게 웃었다.
그러면
무어, 세상 사람이 다 미친 사람이게... 구보 옆에 조그마니 앉아, 말없이 구보의 이야기만 듣고 있던 여급이 당연한 질문을 하였다. 문득 구보는 그에게로 향하여 비스듬히 고쳐 앉으며 실례지만 하고 그러한 말을 사용하고 그의 나이를 물었다. 여자는 잠깐 망설거리다가,
"갓 스물이에요."
여성들의 나이란 수수께끼다. 그래도 이 계집을 갓 스물이라 볼 수는 없었다. 스물 다섯이나 여섯. 적어도 스물 넷은 됐을 게다. 갑자기 구보는 일종의 잔인성을 가져, 그 역시 정신병자임에 틀림없음을 일러주었다. 당의즉답증(當意卽答症).
벗도 흥미를 가져 그에게 그 병에 대하여 자세한 것을 물었다. 구보는 그의 대학 노트를 탁자 위에 펴놓고, 그 병의 환자와 의원 사이의 문답을 읽었다. 코는 몇 개요. 두 갠지 몇 갠지 모르겠습니다. 귀는 몇 개요. 한 갭니다. 셋하구 둘하구 합하면 일곱입니다. 당신 몇 살이요. 스물 하납니다. (기실 38세) 매씨는 여든 한 살입니다.
구보는 공책을 덮으며, 벗과 더불어 유쾌하게 웃었다. 계집들도 따라 웃었다. 그러나 벗의 옆에 앉은 여급 말고는 이 조그만 이야기를 참말 즐길 줄 몰랐던 것임에 틀림없었다. 특히 구보 옆의 환자는, 그것이 자기의 죄 없는 허위에 대한 가벼운 야유인 것을 깨달을 턱이 없이 호호대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