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와 엔신이 코펜하겐에 돌아온 것은, 사람들이 대개 마을을 떠나버린 뒤라 큰 사교 행사가 없을 때였다. 그러나 젊은 장교의 친구 부인들이 여러 번 그녀를 방문하기도 하고, 또 함께 여름 저녁 나절 다과회에 가기도 했다. 엔신은 여러 사람들에게 대단히 존경을 받았다.

그녀의 집은 마을의 낡은 운하 가까이 있어서 트르와르센 박물관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때로 그녀는 창가에 서서 배를 바라보며 하르당겔에 대해 생각했다. 이때까지 쭉 그녀는 한 번도 목걸이를 벗어 진주를 세어보지 않았지만 적어도 진주가 한 개는 없어졌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목에서 느끼는 무게가 전과는 달라진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남편에 대한 승리를 위해서 희생한 것이라면, 그게 어떻단 말인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들의 금혼식이 오기 전 결혼 생활의 1년 2년? 이 금혼식이 아득하게 먼 것으로 생각됐지만 그러나 그 1년 1년은 귀중한 것이었다. 어떻게 해서 그 하나 하나를 보탰던 것일까?

여름의 마지막 달이 되자, 사람들은 전쟁의 가능성을 놓고 떠들기 시작했다. 슐레스피-홀스타인 문제가 긴박해진 것이다. 덴마크 왕은 3월에 선언을 발표, 슐레스피에 대한 독일의 요구를 일절 거부했다. 현재 7월의 각서는 연방제 실행의 조건으로 이 선언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었다.

엔신은 열렬한 애국자로서, 인민에게 자유헌법을 준 국왕에게 충성스러웠다. 이 소문은 그녀를 극도의 흥분에 빠지게 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알렉산더의 친구인 젊은 장교들이 국가의 위기를 말하는 태도는 가볍고, 자신만만하고, 경솔하다고. 진정으로 이 위기를 말하고 싶으면 그녀는 친정집 사람들에게 가야 했다. 남편과는 전혀 얘기할 수 없었지만 남편이 덴마크의 불패와 자기의 불사(不死)를 확신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신문을 구석에서 구석까지 샅샅이 읽었다. 하루는 <베링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려 있었다. '지금은 국민에게 중대한 시기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우리의 정의를 믿고 있으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용기를 불러일으킨 것은 이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한 말이었다. 그녀는 창가 의자에 앉아 목걸이를 벗어 무릎에 놓았다. 한순간 기도라도 하는 듯 그 위에 두 손을 모으고 있다가 그것을 세기 시작했다. 끈에는 53개의 진주가 있었다. 자기의 눈을 믿을 수 없어서 또 한 번 세어 보았지만 틀림없이 53개가 있었다. 한 가운데 한 개는 제일 컸다.

엔신은 눈이 핑 도는 것 같아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악마의 존재를 믿고 있었지만, 이 순간에는 그 딸도 마찬가지였다. 소파의 그늘에서 커다란 웃음소리를 들었다고 해도 그녀는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우주의 여러 힘을 합해서 이제 가엾은 딸을 희생물로 하는 것인가 하고 그녀는 의심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녀는 생각해냈다. 이 목걸이를 받기 전에 남편의 친척인 늙은 세공사가 이 쇠줄을 수리했던 것을. 그러면 그 노인은 원래 진주의 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녀에게 가르쳐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 놀랐기 때문에 혼자 노인을 찾아갈 용기가 없었다. 2,3일 후 찾아온 피터 스콥에게 부탁, 겨우 목걸이를 가져가게 했다.

피터는 돌아와서 얘기했다. 늙은 금은 세공사는 안경을 쓰고 진주를 살펴보더니 놀래서 소리쳤다고. 그 전에 보았을 때보다 한 개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래요, 알렉산더가 제게 하나 더 준 거예요." 자신의 거짓말을 대단히 부끄러워하며 엔신은 설명했다. 장교와 결혼한 신부에게 훌륭한 선물을 하는 것은 흔해빠진 선심이라고. 그러나 피터는 노인의 말을 그대로 그녀에게 되풀이해서 전했다. "당신의 남편은 대단한 진주 감정가이군요. 저는 주저하지 않고 말하지만, 이 한 알의 진주는 나머지 전부를 합한 것만큼 값이 있는 거예요."

엔신은 놀라면서도 미소를 띄고 피터에게 고맙다고 말했지만, 그는 슬픈 듯이 그곳을 떠났다. 자기가 그녀를 난처하게 했거나, 또는 놀라게 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얼마 동안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9월이 되자 코펜하겐에는 무덥고 우울한 날이 계속되어 그녀는 창백해지고, 제대로 잠자지 못했다. 아버지와 두 숙모는 놀라서 교외의 스트랜베이에 있는 아버지 별장에 그녀를 머무르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 집과 남편을 모른 척 버려두고 싶지는 않았다. 또 저 진주의 비밀을 모두 알아내지 않고는 자기가 회복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1주일 후 그녀는 결심을 하고 옷다의 그 구둣방에 편지를 쓰기로 했다. 입센 씨가 얘기한 것 같이 만일 저 노인이 한 번이라도 학교 공부를 하고, 시인이 되려고 했다면 반드시 편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고 틀림없이 답장도 보내줄 것이다. 현재 그녀에게는 이 세상에 저 앉은뱅이 노인 외에는 다른 친구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차라리 저 구둣방의 뻥 뚫린 벽과 세발 의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밤이 되면, 거기 가 있는 꿈을 꾸었다. 노인은 친절하게 그녀에게 미소를 보내며, 잔뜩 옛 얘기를 해주었다. 저 노인이라면 그녀를 위로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가 벌써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순간 몸을 떨었다. 그 때는 영원히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몇 주일 동안 전쟁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다. 그녀의 아버지는 전쟁과 프레데릭 왕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사태가 되자, 전에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는데도, 이 늙은 상인은 딸을 장교에게 시집 보낸 것을 자랑스러워 했다. 그와 두 사람의 숙모는 알렉산더와 엔신에게 대단한 경의를 보였다.

어느날 절반은 본의가 아니었지만 엔신은 남편에게 솔직하게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남편은 즉석에서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암, 일어나지. 피할 수는 없는 거야." 이렇게 말하고 그는 휘파람으로 군가의 한 구절을 부르다 아내의 안색을 보고 당황해서 뚝 그치고는 물었다.

"두렵소?"

그녀는 전쟁에 대한 자기의 감정을 남편에게 설명하는 데 절망했을 뿐 아니라 실례를 했다고 생각했다.

"나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는 거요?" 남편은 다시 물었다. 그녀는 얼굴을 돌렸다.

"영웅의 미망인이 되는 것은 당신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일 거야." 그는 말했다. 그녀의 눈은 노여움 못지않은 슬픔의 눈물이 넘쳐났다. 알렉산더는 가까이 다가와 아내의 손을 잡았다. "나는 죽더라도, 당신이 허락해줄 때마다 키스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고 스스로 위로할 거요." 이렇게 말하고 또 한 번 키스하고는 덧붙여 말했다. "그것은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겠지?"

엔신은 착실한 처녀였기 때문에 질문을 받으면 성실하게 대답하려고 애썼다. 지금 그녀는 생각했다. 그것은 내게 있어서도 위로가 될 것인가? 그러나 그녀는 마음속에서 그 대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 일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구둣방 일은 거의 잊어버렸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그녀는 아침 식사 테이블에서 편지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가끔 오는, 동정을 청해오는 편지라 생각했지만, 다음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건너편에 앉아있던 남편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식사도 하지 않고 일어나 자신의 작은 방으로 가서 난로 곁에 앉아 봉투를 뜯었다. 정성 들여 쓴 서체는 마치 초상화라도 보내온 것처럼 뚜렷이 노인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편지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