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신이 남편에게 공포라는 것을 가르치려고 했을 때 그녀는 마아렌 숙모의 얘기를 생각해냈다. 하지만 결코 도움을 구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스스로 맹세했다. 자기와 남편의 관계가 그녀에게는 존재의 중심 요소였던 것이다. 때문에 그녀가 먼저 자기를 잃어버릴 가능성을 가지고 상대를 위협한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녀는 천진한 처녀였기 때문에 단순한 수단밖에는 몰랐다.

그 때부터 그녀는 등산을 할 때 남편보다 모험적으로 나섰다. 낭떠러지 앞 파라솔에 기대어 골짜기의 깊이를 남편에게 묻기도 하고, 격류 위에 높이 걸려있는 구름다리를 건너가며 남편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천둥과 비가 쏟아지는 호수에서 보트를 저어가기도 했다. 밤이 되면 낮 동안의 모험이 꿈에 되살아나 소리지르며 잠에서 깨기 때문에 남편은 꼭 껴안고 아내를 달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모험은 소용이 없었다. 남편은 수줍은 처녀가 왈큐리(오딘 신을 섬기는 여전사)로 변한 것에 놀라고 또 매혹됐다. 그는 그것을 결혼생활의 영향이라고 생각하고 적잖이 자랑스러워 했다. 그녀 자신도, 결국 남편을 정복하겠다는 결심보다도, 그의 자랑과 칭찬 때문에 이런 비상한 재주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의심해보곤 했다.

알렉산더는 가끔 낚시를 하러 나갔다. 그것은 엔신에게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럴 때 젊은 신부는 혼자 산속을 헤매곤 했다. 한두 번은 이렇게 방랑하는 동안에 아버지 생각을 하고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염려를 생각하며 눈물지었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것은 곧 떨쳐버렸다. 그녀는 혼자이며, 아버지가 조금도 알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어느날 그녀가 돌 위에 앉아 쉬고 있을 때 양치기 소년들이 다가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들을 불러서 과자를 주었다. 엔신은 인형을 좋아했다. 그리고 당시의 얌전한 소녀들처럼 자기의 어린애를 갖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갑자기 꺼림칙해졌다. "나는 결코 어린애를 갖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남편에 대해서 나를 단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상 우리들은 결코 애를 단 하나도 낳지 않을 것이다." 이 생각이 너무나 그녀를 의기소침하게 만들어 그녀는 일어나서 그 자리를 떠났다.

고독하게 방랑하면서 그녀는 자기를 사랑했던, 아버지 상점의 젊은 점원을 생각해냈다. 그녀가 어릴 때부터 알아왔던 피터 스콥은 훌륭한 일꾼이었다. 그녀는 이제 생각해냈다. 그녀가 홍역에 걸렸을 때 그가 머리맡에 앉아서 매일 책을 읽어주던 것과, 스케이트를 타러 갔을 때 그녀를 따라와서 혹시 감기에 걸리지나 않을까, 또는 얼음이 꺼져서 빠지지나 않을까 하면서 그가 얼마나 애태웠던 것일까.

지금 그녀가 서 있는 곳에서는 멀리 남편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였다. "그렇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제일 좋다. 코펜하겐으로 돌아가면 아직 우리에게 명예가 남아있을 동안에 저 피터 스콥을 애인으로 삼자."

결혼식 날 알렉산더는 신부에게 진주 목걸이를 선물했다. 그것은 옛날에 독일에서 온 그의 할머니의 것으로, 미래의 손자 신부를 위해 보관해왔던 것이다. 알렉산더는 신부에게 여러 가지로 할머니 얘기를 하고, 그녀가 이 할머니를 닮았기 때문에 자기가 그녀를 사랑한 것이라고, 이 진주 목걸이를 매일 목에 걸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진주 목걸이를 가진 적이 없었던 엔신은 이것을 대단히 소중하게 취급했다. 요즘 자주 의지할 데가 필요해지면서 그녀는 이 끈을 입으로 물어 당기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하면 목걸이가 끊어져"라고 어느날 알렉산더가 말했다. 그녀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남편이 불행을 예고한 최초의 장면이었다.

"이 사람은 할머니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이 남자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죽어야만 하나?"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 때부터 그녀는 곧잘 이 노부인을 생각하곤 했다. 그녀도 자기의 환경을 떠나 남편의 가족이나 친구들의 이방인이 된 것이었다. 자기는 현재 알렉산더 할머니의 이 목걸이를 갖고, 이것에 의해서 자손들의 기억에 남게 되는가.

이 진주는 도대체 승리의 표지인가, 아니면 항복의 표지인가… 그녀는 의심했다. 그래서 엔신은 이 조모를 가족 가운데 첫째 친구로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손녀로서 이 사람을 방문하고 자기의 고민에 대해 의논하려고 생각했다.

밀월의 마지막이 가까워졌지만 싸움 상대방의 한쪽만 알고 있는 이 기묘한 전쟁은 결말이 나지 않았다. 두 젊은이는 모두 돌아가는 것이 슬펐다. 이제 와서야 겨우 엔신은 주변 경치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알게 됐다. 그녀는 그것을 결국 자신의 동맹자로 만든 것이다. 그녀는 생각했다 - 이 고지에서는 이 세상의 여러 가지 위험이 언제나 목전에 놓여있다.

코펜하겐에서는 인생이 극히 안전해 보이지만, 그것은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거기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아담한 집에 대해 생각했다. 레이스 달린 커텐, 샹데리아, 보를 씌운 식탁. 그곳에서 하는 생활이 어떤 것일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