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부지런히 개와 새를 보살핀 일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그전보다 더 이것들에게 강한 애착을 느꼈던 것입니다. 할머니가 떠난 지 며칠이 지나자 나는 새를 데리고 오두막집을 떠나 이른바 내가 그리던 세계를 찾아가 보려고 결심을 굳혔습니다. 막상 자리에서 일어나자 답답하고 괴로운 생각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다시 눌러앉고 싶었지만 또 그 생각이 귀찮아졌습니다. 나의 마음 속에서 고집 센 두 영혼이 기이하게 싸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처럼 조용하게 혼자 사는 것이 무엇보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한 순간 들었다가도 바로 다음 순간에는 다시 놀랍도록 다양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상상이 나를 무아지경으로 몰아넣곤 했습니다. 나는 내 자신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개는 자꾸만 나에게 뛰어오르고 햇빛은 벌판 위로 눈부시게 퍼지고 있었으며 푸른 자작나무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마치 몹시 급한 볼일이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조그마한 그 개를 붙들어다가 방안에 꼭 매어두고 새가 든 새장을 집어 들었습니다. 개는 평상시와 다른 이 심상치 않은 행동에 몸을 구부리고 킹킹거리면서 애원하듯이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개를 데리고 가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나는 보석이 가득 들어있는 상자 가운데 하나를 집어 주머니 속에 슬쩍 넣고 나머지는 그대로 놓아두었습니다.
내가 새를 가지고 문밖으로 나올 때, 새는 이상하게도 머리를 돌리고 나를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개는 내 뒤를 따라오려고 몹시 애를 썼지만 남겨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험악한 바위 쪽으로 통하는 길을 피하여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개는 집안에 남아 계속 울부짖으며 낑낑거렸습니다. 그 소리에 나는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새는 몇 번이나 노래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길을 걸으며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아마 불편해서 노래가 잘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내가 오두막집에서 멀어질수록 개 짖는 소리는 점점 더 희미해지다가 마침내는 전혀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하마터면 다시 되돌아갈 뻔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새로운 것을 보고 싶은 욕망이 나를 재촉하여 계속 앞으로 걸어가게 했습니다.
산을 넘고 몇 개의 숲을 지나자 날이 저물었습니다. 나는 어느 마을에서 잠자리를 잡고 묵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떤 주막집에 들어갔을 때 나는 몹시 겁을 집어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방과 침대를 정하고, 할머니가 나에게 야단치는 꿈을 꾸기는 했습니다만, 꽤 편히 잠을 잤습니다.
여행은 지루했습니다. 길을 가면 갈수록 할머니와 개에 대한 생각이 나를 더욱더 불안하게 했습니다. 개는 내가 돌봐주지 않았기 때문에 필경 굶어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숲속을 걸을 때면 할머니가 갑자기 맞은편에서 나타날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나는 눈물을 흘리고 한숨을 쉬면서 길을 계속 걸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쉴 때 새장을 땅바닥에 내려놓으면 새는 그 이상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버리고 온 아름다운 오막살이를 아주 생생하게 머리 속에 그리곤 했습니다. 인간이란 원래 잊어버리기를 잘하는 모양입니다. 나는 그 오두막집에 가기 전, 그보다 어린 시절에 했던 옛날의 그 여행이 지금 이 여행만큼 비참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다시 과거 할머니를 만나기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습니다.
나는 보석을 몇 개 팔아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어떤 마을에 이르렀습니다. 그 마을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무엇에 놀랐는지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마을은 바로 내가 태어난 고향 마을이었으니까요. 나는 정말 놀랐습니다. 수많은 추억이 갑자기 되살아나고, 너무 기뻐서 눈물이 뺨 위를 한없이 흘러내리더군요.
마을은 많이 변했더군요. 새로운 집들이 들어서 있었고, 그 전에 있던 집들은 대개 허물어져 있었으며, 불에 탄 집터도 보였습니다. 모든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고 답답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여러 해 만에 부모님을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올랐습니다. 나는 조그마한 내 집을 찾아냈습니다. 눈에 익은 문턱이 보이고, 문의 손잡이는 예전에 내가 살던 그때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는 문을 반쯤 열고 뛰쳐나온 것이 바로 엊그제 같았습니다. 가슴을 몹시 두근거리며 나는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전혀 낯선 사람들이 방안에 둘러앉아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내가 양지기 마르틴은 어디 갔느냐고 묻자, 그는 벌써 3년 전에 부인과 함께 죽었다고 말하더군요. 나는 그 집을 나와서 엉엉 울면서 그 마을을 떠났습니다.
나는 내가 갖고 온 재물을 드려 부모님을 놀라게 해주는 일을 매우 아름답게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이상한 우연으로, 내가 어린 시절에 늘 꿈꾸던 그 환상을 이제 실현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젠 모든 것이 허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부모님은 나와 함께 기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언제나 가장 바래왔던 소망이 이젠 나에게서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그 뒤 나는 어떤 살기 좋은 도시에 자리를 잡고, 정원이 있는 조그마한 집을 한 채 세를 얻었습니다. 가정부도 한 사람 두었지요. 막상 살아보니 세상은 내가 상상했던 것만큼 아름다운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나는 할머니의 일도 그 전에 살던 곳의 일도 어느 정도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새는 벌써 오래 전부터 노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느날 밤 새가 갑자기, 더군다나 노래 가사를 고쳐서, 다시 부르기 시작했을 때에 나는 정말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숲의 적막은
저 멀리에 있다.
세월이 가면
언젠가는 후회하게 될 것을...
아, 단 하나의 기쁨
숲의 적막
나는 그날 밤새도록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시 머리 속에 선명하게 떠올랐고 내가 나쁜 짓을 했다는 것을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정말 그 새를 보기가 싫었습니다. 새는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 새와 같이 있는 것이 나는 더욱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그 새는 이제 잠시도 노래를 그치지 않고 전에 늘 하던 것보다 더 크고 울리는 소리로 노래했습니다.
새를 보면 볼수록 나는 더욱더 불안해졌습니다. 나는 마침내 새장을 열고 손을 집어넣어 새의 모가지를 움켜쥐고 힘껏 죄었습니다. 새는 애원하듯이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나는 손을 늦추어 놓아주었습니다. 그러나 새는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뜰에다 묻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집에 두었던 가정부가 점점 두려워졌습니다. 내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볼 때마다 그녀도 언젠가는 내게서 물건을 훔쳐갈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어떤 젊은 기사와 사랑하게 되어 결국 그와 결혼을 했습니다. 발터 씨, 이것으로 내 이야기는 모두 끝났습니다."
금발의 에크벨트 - 6. 새를 데리고 다시 세상으로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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