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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츄나트는 왼손을 들었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어깨 너머로 넘겨, 자기가 기대고 있는 마른 풀 더미를 가리켰다. 특무상사는 금방 알아챘다. 그는 시계줄을 놓았다.폴츄나트는 시계가 자기 것이 된 것을 알았다. 사슴처럼 몸도 가볍게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마른 풀 더미에서 열 발자국쯤 떨어져 갔다.
선발병들은 즉시 마른 풀 더미를 허물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른 풀더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사나이가 단도를 손에 들고 나왔다. 그는 일어서려고 했으나 상처 때문에 이미 서 있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쓰러졌다. 특무상사는 달려들어 단도를 빼앗았다. 사나이는 반항했으나 이내 꽁꽁 묶이고 말았다.
장작처럼 묶여서 땅에 나뒹군 자네트는 다가오는 폴츄나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네가 마테오의..." 그는 분노보다 모멸에 찬 어조로 말했다.
아이는 이미 가질 자격이 없어진 그 은화를 무법자에게 내던졌다. 그러나 무법자는 그것을 모르는 척했다. 그는 냉정하게 특무상사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감바, 난 걷지 못한다. 동네까지 둘러메고 가 다오."
"이 녀석 보게. 아까까지만 해도 사슴 새끼보다 더 빨리 뛰더니..." 잔인한 승리자는 대답했다.
"하지만 좋다. 안심해. 너를 잡아서 기분이 좋다. 그러니 십 리쯤 업고 가도 상관없다. 어쨌든 말이야, 나무 가지와 네 외투로 들것을 만들어 주지. 그리고 그레스포리의 농가에 가서 말을 구해 주마."
"좋다." 무법자는 말해다. "그리고 들것에는 짚을 좀 깔아서 편하게 해주게나."
헌병들이 한편에서는 밤나무 가지로 들것을 만들고, 한편에서는 자네트의 상처에 붕대를 감아주고 있을 때 별안간 마테오 팔코네와 그 아내가 마키로 통하는 오솔길 모퉁이에 나타났다. 아내는 밤이 든 커다란 자루를 메고, 무겁게 등을 구부리고 이리로 온다. 그녀의 남편은 손에 한 자루의 총만 들고, 다른 한 자루는 어깨에 메고 유유히 걸어오고 있었다. 무기 이외에 무거운 짐을 진다는 것은 코르시카 남자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일인 것이다.
병사들을 보자 마테오는 대뜸 그들이 자기를 잡으러 온 것 아닌가 의심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마테오가 관헌과 무슨 시비라도 저질렀던가? 아니다. 그는 평판이 좋은 사나이다. 소위 '이름이 있는 인물'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코르시카 사람이며 산에 사는 주민이다. 그리고 산에 사는 코르시카 사람 치고 기억을 잘 더듬어 보면, 총으로 누구를 쏘았다거나, 단도로 찔렀다거나, 그밖에 사소한 죄라고 할 수 있는 과실이 전혀 없는 자는 거의 없다. 마테오는 스스로 다른 자들보다 결백하다고 여기고 있다. 십 년 이상 남에게 총을 쏜 일이 없다. 그러나 그는 신중했다. 만일의 경우에는 당당히 대항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여보, 자루를 내려놓고 준비해요." 그는 주제파에게 말했다.
아내는 즉시 시킨 대로 했다. 그는 둘러메고 있던 총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아내에게 주었다. 손에 들고 있던 총의 공이치기를 올리고, 길가의 가로수를 따라 서서히 집쪽으로 다가갔다.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먼저 공격해오는 기색이 보이면, 굵은 나무 뒤로 뛰어들어 거기서 안전하게 총을 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아내는 다른 총 한 자루와 탄약 통을 들고 그 뒤를 따랐다. 전투가 벌어졌을 때 아내의 할 일은 남편의 총에 탄환을 재어주는 일인 것이다.
특무상사는 마테오가 총을 겨누고 방아쇠에 손을 대고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보고 불안해졌다.
'만일 마테오가 자네트의 친척이든가 친구라면... 그리고 그 놈을 돕겠다고 마음 먹으면... 그의 두 자루 총이 우체부가 편지 배달하듯 영락없이 우리 가운데 두 사람을 쏘아 맞출 텐데... 내가 친척이라도 해도 상관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는 생각했다.
당황한 끝에 그는 대단히 용감한 결심을 했다. 잘 아는 처지인 것처럼, 그에게 먼저 접근하여 사건을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그렇게 마음 먹고 걸어가면서도 마테오와의 짧은 거리가 엄청나게 먼 것처럼 느껴졌다.
"아, 형님!" 그는 외쳤다.
"안녕하세요? 납니다. 사촌 감바입니다."
마테오는 한 마디도 없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상대방이 말을 계속함에 따라 차차 총구를 올리고, 특무상사가 그 앞에 왔을 때는 완전히 총구를 하늘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상당히 오래간만이군요."
"오래간만이군."
"지나는 길에 형님과 형수에게 인사하려고 들렀어요. 오늘 우린 꽤 많이 걸었지만 그만한 결과를 얻었어요. 지금 막 자네트 상피에르를 체포했거든요."
"잘됐군요!" 주제파가 외쳤다. "그 녀석이 지난 주에 우리 집 젖 산양을 한 마리 훔쳐갔어요."
이 말을 듣고 감바는 기분이 훨씬 가벼워졌다.
"가엾게도 배가 고파서 그랬던 거야." 마테오는 말했다.
"그 자식, 사자처럼 날뛰었어요." 특무상사는 약간 약이 올라 말을 이었다. "내 부하 헌병을 하나 죽이고, 더구나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샤르튼 하사의 팔도 부러뜨렸어요. 하기야 별 상관은 없지요. 그 친구는 어쨌든 프랑스 놈이니까... 그리고 그 녀석, 너무 교묘하게 숨어서 도저히 찾을 수 없을 뻔했어요. 폴츄나트가 아니었더라면 못 찾았을 거에요."
"폴츄나트라고?" 마테오가 외쳤다.
"폴츄나트라구요?" 주제파도 따라서 외쳤다.
"그래요. 자네트는 저 마른 풀 더미 속에 숨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애가 내게 가르쳐 줬거든요. 그래서 가포랄 아저씨에게, 상으로 훌륭한 선물을 그 애에게 주도록 얘기할 생각입니다. 그 애와 형님 이름을 담당 검사님에게 보내는 보고서에 써 두겠습니다."
"저 바보 같은 자식이..." 마테오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