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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무상사와 그 부하는 거의 단념한 상태였다. 이미 그들은 오던 길로 되돌아가려는 듯 들판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휘관은 팔코네의 아들에게는 협박 같은 건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최후의 노력으로 회유와 뇌물의 힘을 한 번 시험해 보려고 마음 먹었다."너는 정말 빈틈 없는 아이로구나! 넌 머지않아 훌륭한 아이가 될 거야. 그러나 나를 놀리면 못쓴다. 만일 마테오 형님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만 아니라면 너를 당장 잡아갈 거란 말이야!"
"흥!"
"형님이 돌아오면 내가 그냥 돌아간 이유를 설명해줄 거야. 그러면 너는 거짓말을 한 죄로 피가 나도록 회초리로 얻어맞을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
"임마, 두고 봐... 야, 그러나 말이다... 정직하게 말해봐. 그러면 내가 너에게 선물을 하나 줄 테니 말이다."
"난, 아저씨에게 충고하겠어요. 다른 게 아니고, 아저씨들이 이 이상 더 여기서 얼쩡거리면, 자네트가 마키로 들어가버릴 거에요. 그렇게 되면 아저씨들 같은 사람들이 몇 사람씩 더 잡으러 가야 하지 않아요?"
특무상사는 호주머니에서 10 에큐 정도 나갈 은시계를 꺼냈다. 폴츄나트의 눈이 그 은시계를 보고 반짝이는 것을 그는 재빨리 알아챘다. 그는 강철 시계줄을 붙잡고 시계를 흔들면서 아이에게 말했다.
"임마! 이런 시계를 목에 걸어 보고 싶지? 이 시계를 목에 걸고 포르트 벡쿄의 거리를 공작새처럼 산보하는 거야. 그러면 모든 사람이 너에게 묻겠지. '지금 몇 시에요?'하고 말이다. 그러면 너는 그 녀석들에게 이렇게 말하겠지. '내 시계를 보시오'하고 말이야."
"내가 크면 후제 카포라르 아저씨가 시계를 준다고 했어."
"암, 그렇지. 그러나 아저씨 아들은 벌써 시계를 가지고 있는 걸... 물론 이것만큼 근사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아이는 너보다 더 어리단 말이야."
어린아이는 한숨을 쉬었다.
"어떠냐? 이 시계를 갖고 싶지 않니?"
시계를 바라보고 있는 폴츄나트의 모습은 병아리를 통째로 눈 앞에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 같았다. 자기가 놀림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양이는 쓸 데 없이 발톱을 대지는 않고, 유혹에 저항해 이따금 눈길을 돌려버리곤 한다. 그러나 혀를 계속 내밀면서 주인을 향하여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당신은 정말 잔인한 농담을 하는군요..."라고.
그러나 감바 특무상사는 자기 시계를 진짜로 폴츄나트에게 주려는 것 같다. 폴츄나트는 손을 내밀지 않았지만, 쓰디 쓴 웃음을 띄우며 이렇게 말했다.
"왜 나를 놀리는 거야?"
"천만에... 놀리기는. 자네트가 어디에 있는지, 그것만 가르쳐주면 이 시계는 네 것이 되는 거야."
폴츄나트는 의심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특무상사의 눈을, 자기의 검은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상대방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 것인지 알아내려고 했다.
"만일 그 후에 이 시계를 너에게 주지 않으면, 내 견장을 잡아 뜯어버려도 좋다." 특무상사는 큰 소리로 외쳤다.
"내 부하들이 증인이다. 이렇게 하고도 약속을 어길 수는 없지 않겠니?"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시계를 차츰 아이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마침내 시계는 어린아이의 뺨에 거의 닿을 지경이었다.
아이의 얼굴에는 시계를 갖고 싶은 마음과 숨겨 준 자에 대한 의리가 서로 갈등하는 표정이 역력히 드러났다. 앞가슴은 심하게 뛰었고 마치 숨이 막히는 듯 했다.
시계는 여전히 좌우로 흔들리면서 빙빙 돌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의 코 끝에 닿기도 했다. 마침내 그의 오른손은 조금씩 조금씩 시계를 향해 뻗어갔다. 손 끝이 시계에 닿았다. 특무상사가 시계줄을 놓지 않았지만, 그는 손으로 시계의 그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문자판은 하늘색이었다... 테두리는 윤이 난다... 햇볕을 받아 마치 불에 타는 것 같다... 유혹은 너무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