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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날, 마테오는 마키의 빈 땅에 놓아 먹이는 가축을 돌아보기 위해 아내를 데리고 아침 일찍부터 외출했다. 어린 폴츄나트도 함께 따라가겠다고 졸랐으나 거리도 멀고, 누구든 집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들어주지 않았다. 이렇게 한 것이 잘한 것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부모가 외출한 후 너덧 시간이 지났다. 어린 폴츄나트는 햇볕이 잘 쪼이는 곳에 조용히 누워서, 푸르게 굽이치는 산들을 바라보면서 오는 일요일에는 읍내의 카포라르 백부 댁에 가서 맛있는 점심을 얻어 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그의 명상을 깨뜨리고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아이는 벌떡 일어나 총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불규칙한 간격을 두고 계속해서 두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 총소리는 점점 집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윽고 들판에서 마테오의 집으로 통하는 오솔길에 한 사나이가 나타났다. 그 사나이는 산에 사는 사람들이 쓰고 다니는 그 뾰족한 모자를 쓰고 수염 투성이 얼굴에 헤어진 옷을 걸치고 총을 지팡이 삼아 간신히 다리를 질질 끌고 있었다. 바로 조금 전에 허벅다리에 한 방 맞았던 것이다.
이 사나이는 '산 속으로 도망쳐 들어간 무법자'였다. 밤을 타서 읍내로 화약을 사러 나왔다가 잠복하고 있던 코르시카의 헌병에게 들켰던 것이다. 완강한 저항해서 간신히 혈로를 뚫고 나왔으나 헌병들은 맹렬히 추격해왔다. 무법자는 바위에서 바위로 몸을 숨기며 때로는 마주 총을 쏘아가며 여기까지 빠져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군인들을 완전히 따돌리지 못했다. 특히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체포되지 않고 마키에 도착하기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사나이는 폴츄나트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너는 마테오 팔코네의 아들이지?"
"그래요."
"난 자네트 상피에르다. 노란 깃(당시 헌병의 제복은 카키 복에 노란 깃을 달고 있었다)을 단 놈들이 쫓아오고 있다. 날 숨겨다오. 난 이제 걸을 수 없어."
"아버지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아저씨를 숨겨주면, 아버지가 뭐라고 하실지 몰라?"
"틀림없이 참 좋은 일을 했다고 칭찬하실 게다."
"글쎄?"
"야, 빨리 숨겨다오. 빨리! 놈들이 온다."
"아버지가 올 때까지 기다려요."
"뭐 기다리라구? 바보 같은 소리 말아! 놈들은 5 분도 지나기 전에 여기로 온다. 자, 빨리 숨겨다오! 안 그러면 죽일 테다."
폴츄나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대답했다.
"아저씨 총은 탄알도 없는 빈 총 같은데? 아저씨의 띠(탄약집도 되고 지갑도 되는 가죽띠)에도 탄알이 없지 않아?"
"단도가 있다."
"그렇지만 나처럼 빨리 뛸 수 있어요?"
아이는 훌떡 뛰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가 섰다.
"넌 마테오 팔코네의 아들이 아니구나! 네 집 앞에서 내가 잡히게 내버려 둘 작정이냐?"
이 말에 아이는 마음이 흔들린 것 같았다.
"아저씨를 숨겨 주면 뭘 줄 테야?" 아이는 가까이 오면서 물었다.
무법자는 허리에 차고 있던 가죽 주머니를 뒤져, 화약을 사려고 아껴 두었던 5 프랑 은화를 한 닢 꺼냈다. 폴츄나트는 은화를 보더니 빙긋 웃었다. 그것을 나꿔 채고는 자네트에게 말했다.
"걱정 말아요, 아저씨."
아이는 집 옆에 놓인 마른 풀 더미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자네트가 그 안에 쭈그리고 앉자, 아이는 숨 쉬기 좋도록 약간 공기가 통하게 하고, 이 풀 더미에 사람이 숨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도록 구멍을 틀어 막았다. 거기다가 또 상당히 시골 아이다운 교묘한 생각을 해냈다. 풀 더미가 아까부터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암고양이와 새끼들을 데려다가 그 위에 올려 놓은 것이다. 그리고 집 근처 길의 핏자국을 조심스럽게 흙으로 덮었다. 일을 다 끝내자 아이는 시치미를 뚝 떼고 다시 양지쪽에 드러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