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는 진흙에 미끄러지며 언덕길을 내려가는 자동차에서 잔뜩 긴장해 매달려 있었다. 엘머는 잘 알고 있는 길이었기 때문에 타이어에 체인을 달지 않았다. 그러나 데이지는 무서워 견딜 수 없었다.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숨을 몰아쉬었다. 언덕을 다 내려온 엘머가 차를 간선도로로 접어드는, 풀이 무성한 작은 길에 몰아 넣었을 때에야 데이지는 비쩍 마른 작은 손으로 모자를 누르면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이제 이 조그만 언덕길도 내려오고 말았다 - 나는 지금 이 커다란 자동차에 타고 있다. 발치에는 여행 가방이 놓여 있다. 이렇게 생각하자 이제부터 잘 모르는 시골로 가고 있다는 실감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설레게 했다. 주위의 풍경도 모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그 경치를 그녀는 그대로 자기 시야에 꼭 담아 두었다.

길 한쪽에 덩켈 씨의 집이 보였다. 하얀 집인데 문이 모두 닫혀 있다. 낡은 창살 틈으로 커튼도 없는 창이 찬 바람이 부는 느낌이다. 과일 나무들 아래 의자가 하나 놓여있다. 의자는 쿠션 커버가 찢겨져 지푸라기가 튀어나와 있었다.

덩켈 씨 부부는 늙은 가톨릭 신자로 전혀 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집 앞 정원에는 키 큰 소나무가 서 있고 갈색 나무 줄기가 비에 젖어 쓸쓸하다. 푸른 나뭇가지도 흠뻑 비에 젖어 한층 짙은 색깔로 보였다. 그 아래 땅은 빗물을 잔뜩 머금어 거무튀튀한 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길의 반대쪽은 방목장이었다. 비에 젖은 풀밭이 온통 푸른 색으로 펼쳐져 있고 띄엄띄엄 석회암이 노출되어 있는 곳에는 홈통마다 빗물이 조그마한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방목장 저쪽은 얕은 언덕이 음울한 색의 숲으로 덮여 있다. 언덕은 비 구름을 배경으로 완만한 기복을 이루며 물결치고 있다.

자동차는 간선도로에 나왔다. 방목지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튀기며 흐르고 있었다. 자동차는 시냇물 위에 걸린 조그만 다리를 덜컹거리며 지나갔다. 데이지는 자동차 창문으로 시냇물을 내려다 보았다. 물은 조그만 거품을 말아 올리면서 흐르고, 긴 풀이 시냇물에 잠겨 흔들리며 빈 깡통이 하나 바위 틈에 걸려 있었다.

그녀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그녀의 작은 얼굴은 긴장 때문에 딱딱해져 있었다. 진흙 길 도랑에 물이 고여 있다. 키 작은 오얏나무가 비에 젖어 거무죽죽했다. 그녀는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있었지만 자동차가 미끄러져도 놀라서 비명을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쩐지 드라이브라도 하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어느 비 오는 일요일에 브로키 씨가 그녀 일가를 교회에서 집까지 차로 태워준 일이 있었다. 그 때 그녀는 동생 고르디, 드와이트와 함께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 때 빗방울이 때리는 양쪽 커튼이 쳐진 창문 틈으로 진흙 냄새가 좁은 차 안으로 흘러 들어왔던 것이다. 포드를 타고 일하러 가는 파티 씨에게 시내까지 태워 달라고 부탁해볼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하곤 했다.

그들은 길로 쫓아 나가서 "파티 아저씨! 시내로 가요?" 하고 큰 소리로 부르곤 했다. 이 소리가 상대방에게 들리지 않은 때도 있었지만 파티 씨는 가끔 호인답게 무뚝뚝한 말투로 "자, 태워 주마" 할 때도 있었다. 그러면 그들은 "타도 좋대" 하고 떠들면서 모두 트럭 뒤에 뛰어올랐던 것이다.

검게 젖은 밭의 흙 가운데 옥수수 줄기가 반듯하게 줄지어 서 있다. 그 조그만 잎사귀가 새뜻하다. 길을 따라 줄지어 선 가로수는 잎이 무성했다. 물을 퍼내는 휘발유 펌프 소리가 유난히 높게 들려왔다. 젖은 풀밭에는 소들이 한가롭게 서 있고, 방목지의 이곳 저곳에는 울창한 나무숲의 모습이 쓸쓸하다. 그녀는 발치에 놓은 여행 가방을 건드려 보고 옆에 놓인 식료품 상자를 건드려 보았다. 엘머가 시장에서 사온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 속에는 신선한 파인애플이 들어 있다. 스위처 집 사람들은 구경도 못하는 물건이다. 이것은 에드너가 식사 때 사용할 것일까... 데이지는 생각했다. 잠시 후 자동차는 교외를 달리고 있었다. 이제는 보고 싶어도 우리 집은 보이지 않는다. 조그만 언덕 위에 서 있는, 잡초가 무성한, 비에 젖은 더러운 집. 그 생각을 하자 데이지는 목이 메었다.

그녀는 에드너의 아이들과 놀 테니까 괜찮지만, 동생 고르디와 드와이트는 그녀가 없는 곳에서 지금부터 점심 때까지 놀겠지. 그녀는 자신이 장녀라는 것을 역시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엘머 부부의 집에 일하러 간다는 것도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랑스러움 속으로 혼자가 되었다는 쓸쓸한 기분이 흘러 들어오고 있다.

그녀는 엘머와 나란히 운전석에 앉고 싶었다. 엘머가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근처 농장에는 누구 누구가 살고 있는지, 엘머의 아이들은 몇 명이나 되는지 알고 싶었다. 엘머와 에드너는 토요일 밤에 시내에 가면 항상 영화를 볼까? 이런 자동차를 산 것을 보면 엘머는 돈이 많을 것이다. 더구나 자기 농장에 새 집을 짓지 않았는가. 어머니 말을 들어보면 거기에는 수도도 있는 모양이다. 영화 구경을 갈 때는 나도 데려다 주려나? 이렇게 생각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데리고 가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얼마 전 프레드 삼촌 네에 갔을 때는 기차로 갔지만 데이지는 이렇게 차로 가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대로 오래 오래 자동차에 탄 채로 있고 싶었다.

그녀는 엘머에게 말을 걸었다.

"저, 댁까지는 아직 멀었어요?"

"뭐라고?" 그는 돌아다 봤다. "아아, 이 길 끝이야. 길이 진흙탕이라서 무섭니?"

"아니, 전혀 무섭지는 않아요. 드라이브하는 건 언제라도 좋아요."

그녀는 엘머의 뒷모습을 보았다. 낡은 펠트 모자를 아무렇게나 쓰고 있다. 푸른 와이셔츠 깃 위로 드러난 목덜미는 햇빛에 그을리고 노란 털이 나 있다. 탄탄한 몸매를 약간 앞으로 숙이고 유유히, 그리고 능숙하게 핸들을 놀리고 있다. 엘머나 에드너 모두 평범한 젊은이지만, 어머니 말에 의하면 다른 젊은 농부들과 달리 당초부터 재산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두 사람 다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스타일인 모양이다. 데이지는 이제부터 자기도 그것을 자랑거리로 삼을 수 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자, 이제 다 왔다."

"네, 여기가 댁이에요?" 데이지는 소리를 죽이며 이렇게 말했다. 집은 도로에서 제법 들어간 곳에 서 있었다. 앞은 넓은 정원이어서 키 작은 풀들이 여기저기 드문드문 자라고 있을 뿐 아무 것도 없다. 근대적인 분위기로 지은 그 조그만 집은 하얗고 노란 페인트 색깔이 새롭고 신선했다. 새로 지은 가축 우리는 너무 커 보였다. 나무는 한 그루도 없다. 엘머는 뒤뜰로 자동차를 몰고 갔다. 그 뒤뜰에, 약간 찬 바람이 불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