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에서는 주임 사무관인 시드니 존슨 씨가 정중하게 우리들을 맞이했다. 홈즈의 명함만 내밀면 어디서나 보게 되는, 그런 정중한 태도였다. 존슨 씨는 앙상하게 마르고 성미가 까다롭게 생긴 안경을 낀 중년 남자였다. 그는 두 볼이 좀 꺼지고, 신경질적으로 두 손을 떨고 있었다.

"정말 기가 막힌 일입니다. 홈즈 씨,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입니다. 부장님이 돌아가신 것은 알고 계십니까?"

"지금 부장 댁에서 오는 길입니다."

"여긴 지금 완전히 엉망입니다. 부장님은 돌아가시고, 캐드건 웨스트는 죽고, 서류는 도둑을 맞고! 하지만 지난 월요일 저녁에 문을 잠글 때까지는 여기도 다른 어느 부처 못지 않게 모범적인 곳이었는데... 정말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칩니다. 하고 많은 사람 중에 웨스트가 그런 짓을 하다니!"

"그럼 틀림없이 웨스트의 짓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렇게 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 사람에 대해서는 나부터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월요일에 관청은 몇 시에 문을 닫았습니까?"

"5시입니다."

"당신이 문을 잠갔습니까?"

"내가 언제나 마지막으로 여기를 나갑니다."

"그 설계도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저 금고 안입니다. 내가 직접 넣었습니다."

"청사 소속의 감시인은 없습니까?"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다른 부서도 돌아보고 다닙니다. 군인 출신으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날 밤 다른 이상은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습니다만."

"캐드건 웨스트가 몇 시간 뒤에 사무실로 들어간다고 가정해 보죠. 설계도 있는 곳까지 가려면 열쇠가 세 개는 있어야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세 개가 필요합니다. 청사에 들어오는 열쇠와 기밀실의 열쇠, 그리고 금고의 열쇠... 이렇게 말입니다."

"제임스 월터 경과 당신만 그 열쇠를 가지고 계시지요?"

"나는 문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금고의 열쇠뿐이지요."

"제임스 경은 무척 규칙적인 편이셨죠?"

"그렇다고 봐야죠. 세 개의 열쇠는 같은 열쇠고리에 달려 있었습니다. 열쇠고리에 달려 있는 걸 몇 번이나 보았으니까요."

"제임스 경이 그 열쇠 꾸러미를 가지고 런던으로 가신 거군요."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은 열쇠를 몸에서 떼어놓은 일은 없나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웨스트가 범인이라고 가정하면, 그가 다른 열쇠를 만들어서 가지고 있었던 셈이군요. 그런데 시체에서는 열쇠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 사무실 직원이 설계도를 팔 생각을 했다면, 원래 도면을 훔쳐내는 것보다 자기가 베끼는 편이 간단하지 않을까요?"

"설계도를 정확하게 베끼려면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임스 경이나 당신, 그리고 웨스트는 그런 전문 지식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있긴 합니다만, 제발 나를 끌어들이지는 마세요. 원래 도면이 웨스트의 시체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런 식으로 토론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된단 말입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간단하게 베낄 수 있고, 또 그것을 원도면과 똑같이 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웨스트가 위험을 무릅쓰고 원도면을 가지고 나간 건 정말 이상한 일 아닙니까?"

"확실히 이상하긴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지고 나간걸 어떡합니까?"

"이 사건은 조사를 하면 할수록 점점 모를 일이 많아지는군요. 그런데 잃어버린 채 돌아오지 않은 설계도가 세 장 있습니다만, 그것은 확실히 중요한 것이겠지요?"

"그렇습니다."

"그 설계도 세 장이 있으면, 나머지 일곱 장이 없어도 브루스 파팅턴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겁니까?"

"해군성에는 그런 취지로 보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설계도를 다시 검토해 봤더니 반드시 그렇게만 볼 수는 없더군요. 되돌아온 서류 중 하나에 자동 조절 구멍의 이중 밸브가 있어요. 외국에서 그걸 만들 경우 그 장치를 직접 고안해내지 않는 한 그 잠수함을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시간이 좀 지나면 어떻게든 그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없어진 그 세 장의 설계도도 매우 중요한 것이겠지요?"

"물론입니다."

"당신이 허락하신다면 지금부터 사무실 내부를 좀 돌아보고 싶습니다만? 이제 더 이상 물어볼 만한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요."

홈즈는 금고의 자물쇠, 기밀실의 문, 창의 철제 덧문 등을 샅샅이 조사해 보았다. 그 뒤에, 앞뜰의 잔디밭에 나오자 흥미로운 물건이 있었다. 창 밖의 월계수 나무 가운데 몇 개가 구부러졌거나 꺾은 흔적이 있었다. 홈즈는 확대경을 꺼내 그것을 자세히 조사하고, 그 아래 땅바닥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발자국도 조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임 사무관에게 철제 덧문을 닫아 달라고 부탁했다. 홈즈는 내게, 철제 덧문이 꼭 들어맞지 않아, 밖에 있는 사람이 방안에 있는 사람이 무얼 하는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흘이나 지났기 때문에 발자국이 희미해져서 잘 모르겠어. 중요한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지. 그런데, 와트슨. 이 이상 울리지에 있어 보았자 시간 낭비일 거야. 런던으로 돌아가서 좀더 다른 걸 알아보세나."

그러나 우리는 울리지를 떠나기 전에 또 다른 수확을 얻었다. 역의 직원이 월요일 밤에 낯익은 캐리건 웨스트를 보았다는 것이었다. 웨스트는 그날 밤 8시 15분발 런던 브리지 행 열차를 탔다고 한다. 웨스트는 혼자였고, 3등 열차 표를 한 장 샀다는 것이다.

역 직원은 그때 웨스트가 겁에 질리고 흥분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무 부들부들 떨고 있어 거스름돈도 제대로 받지 못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시간표를 조사해 보니, 웨스트가 약혼녀와 7시 반경에 헤어지고 나서 차를 탔다면 그 8시 15분발의 열차가 처음으로 런던 브리지로 나가는 것이었다.

홈즈는 30분쯤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와트슨,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보세. 이렇게 까다로운 사건은 없었던 것 같군. 한 가지를 해결했는가 싶으면, 금방 새로운 문제점이 나타나곤 하니 말일세. 하지만 그래도 뭔가 성과는 있었어. 울리지에서의 수사 결과는 대체로 캐드건 웨스트에게는 불리하지만, 창문 밑의 발자국만은 그렇지 않아. 가령 외국 스파이가 웨스트를 유혹했다고 가정해 보세.

기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서약이 있었겠지. 하지만 약혼자에게 어렴풋이 암시를 준 것으로 봐서 웨스트는 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망설이고 있었어. 그건 틀림없어. 그 다음 웨스트는 약혼녀와 함께 극장에 가는 도중, 안개 속에서 그 스파이가 관청 쪽으로 가는 것을 언뜻 보았다고 하세. 성급한 사람이니까 결단도 빨랐을 테지. 역시 자기 임무가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래서, 그 스파이의 뒤를 따라 창문으로 다가가, 서류를 훔쳐내는 것을 보고는 스파이를 추적했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사본을 만들 수 있었는데도 어째서 일부러 원도면을 훔쳤는가 하는 의문을 풀 수 있지. 전문 지식이 없는 스파이라면 원도면을 훔쳐야 했을 테니까. 여기까지는 제대로 줄거리가 성립되는 셈이지."

"그리고 그 다음은 어떤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