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뒤 홈즈와 레스트레이드 경감 그리고 나는 올드게이트 역 바로 앞, 지하철이 터널 밖으로 나오는 지점에 서 있었다. 불그스름한 얼굴의 점잖은 노신사가 지하철 회사를 대표해서 거기 입회했다.

"그 청년의 시체는 바로 여기 있었습니다."

그는 레일에서 1미터쯤 떨어진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위에서 떨어진 것은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여긴 벽으로 막혀 있습니다. 그러니까, 열차에서 떨어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죠.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그 열차는 월요일 한밤중에 여길 통과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차량을 검사했을 때 무슨 폭행의 흔적이 남아 있지는 않았습니까?"

"그런 것은 없었고, 차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문이 열려 있었던 흔적은 없었습니까?"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이 때 레스트레이드가 말했다.

"오늘 아침에 새로운 증거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월요일 밤 11시 40분 경 보통 시내선 열차를 타고 올드게이트 역을 통과했던 어떤 승객이 말한 겁니다. 그 사람 말로는, 열차가 역에 도착하기 직전에 선로에 뭔가 떨어지는, 철썩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개가 짙어서 아무 것도 보이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때는 그냥 있었지만 오늘 아침 신고해 왔더군요. 홈즈 씨는 왜 저러는 겁니까?"

홈즈는 숨이 막힐 듯 긴장된 표정을 짓고, 철로가 터널에서 구부러져 나오는 지점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올드게이트는 환승역이어서 철로가 그물눈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홈즈는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날카롭고 활기에 넘치는 그 얼굴은 나에게 무척 낯익은 표정이었다. 꼭 다문 입술, 떨리는 콧구멍, 여덟 팔자로 찌푸려진 굵은 눈썹... 홈즈가 중얼거렸다.

"포인트야, 포인트..." 그는 중얼거렸다(포인트는 철로의 분기점에 붙여 차량을 다른 철로로 옮기는 장치 - 번역자 주*).

지하철 회사 사람이 물었다.

"그것이 어쨌다는 겁니까? 무슨 뜻입니까?"

"이런 선로에서는 포인트가 그리 흔하지 않겠죠?"

"예,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커브까지 있고... 포인트와 커브... 그렇다면 틀림없다!"

"무슨 얘깁니까, 홈즈 씨? 무슨 단서라도 있습니까?"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뭐 아직은 사소한 것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사건은 점점 재미있게 되는군요. 확실히 색다른 사건이야, 무척 특수해. 그렇게 밖에는 생각할 수 없소. 선로 위에는 핏자국이 없군요."

"네,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의 상처가 꽤 심했다고 들었는데요."

"뼈가 부러졌지만 외부의 상처는 그리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해도 피가 어느 정도 흘렀을 텐데요. 안개 속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는 그 손님이 탔던 열차를 좀 조사할 수 없을까요?"

"어려울 겁니다, 홈즈 씨. 차량들은 이미 다 연결을 풀어서 사방으로 흩어져 있으니까요."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말했다.

"홈즈 씨, 제가 책임지고 말씀드리지만, 차량들은 철저히 조사했습니다. 내가 직접 했습니다."

내 친구의 결점 가운데 하나가 자기보다 머리가 둔한 사람을 잘 견디지 못하는 성미라는 점이다. 홈즈는 얼굴을 돌리면서 말했다.

"그러셨겠죠. 하지만 지금 내가 조사해보고 싶은 건 차량이 아니라오. 와트슨, 여기서 할 일은 다 끝났네. 레스트레이드 경감, 이젠 더 이상 당신이 수고하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지금부터 울리지로 수사하러 가야 하니까요."

런던 브리지에서 홈즈는 형님 앞으로 전보를 써서, 보내기 전에 나에게 내용을 보여 주었다. 거기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어두운 밤에 광명을 봤지만, 꺼질 수도 있음. 영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 외국 스파이와 국제 간첩의 명단을 보내주십시오. 주소까지 포함, 사환을 시켜서 보내주십시오. 베이커 거리에서 회답을 기다림. 셜록'

울리지 행 좌석에 앉자 홈즈가 내게 말했다.

"이번 일은 제법 도움이 되는군. 형 덕분에 오랜만에 재미있는 사건에 부딪힌 셈이야."

홈즈의 진지한 얼굴에는 긴장된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뭔가 중요한 실마리를 찾아낸 것 같았다. 뭔가 기묘한 암시를 주는 자극에 부딪혀 생각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상태인 것이다.

폭스하운드가 귀가 쳐지고 꼬리를 꼬면서 개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상태를 생각해 보라. 그러다가 갑자기 개는 눈이 빛나고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한다. 강렬한 짐승의 냄새를 쫓아 달려갈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지금 홈즈의 변화한 모습이 그랬다. 고작 몇 시간 전에 안개에 둘러싸인 방안을 왔다갔다하며 안달하던, 생기 없는 모습이 일변한 것이다.

"단서는 바로 눈앞에 있네. 그러니까 수사의 방향도 드러난 셈이야. 지금까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난 얼간이었어."

"아직 확실한 건 알 수 없지 않을까?"

"마지막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이제 쭉 더듬어 갈 수 있는 방향이 잡혔네. 죽은 남자는 실은 어디 다른 곳에서 죽었어. 그리고 시체는 열차 지붕에 얹혀 있었던 거야."

"지붕이라고!"

"놀랍겠지. 하지만 생각해 보게. 열차는 포인트 있는 곳에 오면 덜컹거리게 되네. 그 지점에서 시체가 발견된 것이 그저 우연일까? 시체가 지붕 위에서 굴러 떨어졌다면 바로 그 장소야 말로 시체가 발견될만한 곳이지. 다음으로, 핏자국에 대해서 생각해 보세. 죽은 사람이 어딘가 다른 장소에서 피를 흘렸다면 당연히 철로에는 피가 별로 묻어 있지 않을 걸세.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보면 결국 사실은 이 추리에 들어맞는 것 같아."

"게다가, 차표도 그렇지!" 나는 소리쳤다.

"그래 맞았어. 왜 시체에 차표가 없었는지 그 동안 설명할 수 없었지만, 이런 전제를 깔면 충분히 설명이 돼. 모든 것이 딱 들어맞아."

"그건 그렇다 쳐도 그가 어째서 죽었는가 하는 수수께끼는 좀처럼 풀리지 않네. 간단해지기는커녕 점점 더 이상해지는 것 같은데..."

"그럴지도 모르지."

홈즈는 깊이 생각에 잠기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런 상태로 열차가 열차가 울리지 역에 당도해 속도를 늦출 때까지 계속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역에 도착하자, 홈즈는 마차를 불러 세우고 주머니에서 마이크로프트가 써준 메모지를 꺼냈다.

"오후에 잠깐 들를 곳이 있긴 하지만, 우선 제임스 윌터 경을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