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40년 기한이 다시 찼습니다. 저승사자가 또 그 사나이를 데리러 왔습니다. 사나이는 이번엔 어깨에 봇짐을 지고 태연히 두 발로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
저승사자가 요란스럽게 문으로 들어오면서 말했습니다.
"이제는 도저히 피할 수 없어. 그런데 그 봇짐은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이 속에는 전에 내가 지옥에서 끄집어 내 온 내 노름 친구 열 두 명의 영혼이 들어 있다네."
"그것들도 당연히 너와 함께 지옥으로 가야지!"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저승사자는 말이 끝나자마자 페데리고의 머리채를 붙잡아 공중으로 뛰어올라 남쪽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이 포로를 데리고 지벨 산의 화산구 속 깊이 들어갔습니다. 지옥의 문 앞에 이르자 저승사자는 문을 세 번 두드렸습니다.
"누구야?" 플루톤이 물었습니다.
"도박사 페데리고입니다." 저승사자가 대답했습니다.
"열지 마." 플루톤이 대답했습니다. 그는 옛날에 자기가 지고 만 열 두 판의 노름이 생각났던 것입니다. "그 녀석은 내게서 영혼을 빼앗아 내 나라를 텅 비게 만들어버릴 거야."
플루톤은 문 열기를 거절했습니다. 별 수 없이 저승사자는 포로를 데리고 연옥의 문 앞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연옥의 문지기 천사는 페데리고가 극악무도한 죄를 지은 자인 것을 알고 연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페데리고를 미워하는 저승사자는 너무나 약이 올랐지만, 결국 그를 천국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는 누구냐?" 저승사자가 페데리고를 천국의 입구로 데리고 가자 성 베드로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전에 한 번 저희 집에 숙박을 시켜드렸던 사람입니다."
페데리고는 대답했습니다. "옛날에 사냥에서 잡아온 짐승들을 대접해드린 일이 있었지요?"
"그런 꼴을 하고 감히 여기 나타나다니!" 성 베드로가 소리쳤습니다. "천국은 너 같은 녀석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뭐라고! 연옥에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그래 그런 작자가 천국에 들어오겠다는 말인가!"
"성 베드로님." 페데리고가 말했습니다. "백 팔십년 전 쯤, 당신이 주님과 함께 우리 집에 찾아와서 자선을 바라셨을 때 제가 여러분을 이렇게 대접했던가요?"
"그거야 맞는 말이지만..." 비록 마음이 좀 풀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 베드로는 화가 난 말투로 말했습니다. "그래도 너를 천국에 들이는 문제는 내가 결정할 수 없어. 예수 그리스도께 네가 왔다고 말씀 드린 다음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봐야겠어."
주님은 그 소식을 듣고 천국의 문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거기서 예수님은 여섯 개씩 양쪽 어깨에 열 두 개의 영혼을 짊어지고 천국의 문지방에 무릎을 꿇고 있는 페데리고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을 보니 주님은 측은해졌습니다.
"너 혼자라면 또 모르지만..." 예수님은 페데리고에게 말했습니다. "지옥에서 찾고 있는 이 열 두 개의 영혼까지 여기에 넣어주는 것은 좀 양심에 거리끼는 걸."
"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페데리고가 말했습니다. "주님께서 저희 집에 오셨을 때 나그네를 열 두 명이나 함께 데리고 오시지 않았습니까? 그 분들을 저는 주님과 마찬가지로 대접하지 않았던가요?"
"이 사나이에게는 어쩔 수가 없군."
예수님이 말했습니다. "하여간 왔으니 들어 오거라. 그러나 내가 봐주었다고 너무 자랑하면 안돼. 다른 사람에게 나쁜 본보기가 되니까 말이야."
<끝>
페데리고 - 5. 지옥과 천국의 문 앞에서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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