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30년이 지나서 페데리고는 일흔 살이 세가 되었습니다. 저승사자가 그의 집에 들어와 그에게 죽을 때가 왔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습니다.

"각오는 되어 있네." 임종의 자리에 누운 병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오! 저승사자여, 나를 데려가기 전에 부탁이 하나 있네. 제발 나에게 우리집 문전을 뒤덮고 있는 저 오렌지 나무의 열매를 하나만 따 주게. 그 작은 기쁨을 맛볼 수 있다면 나는 비로소 만족스럽게 죽어갈 수 있을 것 같네."

"겨우 그 정도라면..."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소원을 들어줄 수도 있지."

그래서 저승사자는 오렌지를 따러 나무에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내려오려고 하니 내려올 수가 없었습니다. 저승사자가 나무에서 내려오는 것을 페데리고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페데리고! 나를 속이다니!" 저승사자가 외쳤습니다. "이젠 너에게 꽉 붙들렸구나. 어찌 됐건 이제 좀 내려다오. 그러면 10년 더 살게 해주지."

"10년이라고? 거 참 엄청나구먼 그래!" 페데리고가 이죽거렸습니다. "거기서 내려오고 싶거든 좀더 넉넉하게 구는 게 좋을 거야."

"그럼 20년 더 살게 해주지."

"지금 나를 놀리는군!"

"그럼 30년!"

"3분의 1도 못 왔어."

"그럼 너는 앞으로 1세기를 더 살겠다는 말이야?"

"바로 그거야."

"페데리고, 너무 심하구먼 그래."

"할 수 없어! 나는 앞으로 그 정도는 더 살아야겠어."

"좋아, 그럼 백 년으로 정하지."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어쩔 수 없구먼..."

그 말이 끝나자 저승사자는 곧 나무에서 내려올 수가 있었습니다.

저승사자가 떠나가자 페데리고는 이내 완전히 건강한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젊은 사람의 체력과 노인의 오랜 경험을 모두 소유한 채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의 새로운 삶에 관해서 알려져 있는 사실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다만 그가 자기의 모든 욕망, 특히 아리따운 여성에 탐닉하는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열중했다는 것만이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또한 기회가 있으면 그때 그때 선행을 하기도 했지만, 그 전 생활에 못지않게 자기 영혼의 구제에 대해서는 소홀히 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백 년이 흘러 저승사자가 다시 그의 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저승사자는 방으로 들어와 병석에 누워 있는 페데리고를 보고 다시 물었습니다.

"이제 각오가 됐겠지?"

"나는 지금 막 신부님을 부르러 보냈다네." 페데리고가 대답했습니다. "신부님이 오실 때까지 그 불가에 좀 앉게. 자네에게 붙들려 저승에 가려고 이제 속죄만을 남겨놓고 있으니 말일세."

마음씨 좋은 그 저승사자는 그 부탁을 듣고 의자에 가서 앉았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을 꼬박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신부는 도대체 오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저승사자는 지루해진 끝에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이 망할 늙은이 같으니, 백 년 동안이나 너를 잡아가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하나님의 용서를 받아두지 않았던 말이야?"

"나는 정말 할 일이 많았다네." 그 늙은이는 비웃듯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저승사자는 그 늙은이의 경건치 못한 태도에 화가 났습니다. "이제 1분도 더 살려두지 않겠다."

"흥!" 페데리고가 코웃음을 쳤습니다. 저승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허사였습니다. "나는 자네가 무척 친절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네. 그런데 이제 몇 년 더 참아줘서는 안될 이유가 뭔가?"

"몇 년이라고? 이 나쁜 놈 같으니!" 저승사자는 이렇게 부르짖으면서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온갖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암, 그렇고 말고. 그러나 이번에는 나도 너무 욕심을 내지는 않겠어. 게다가 나 역시 이렇게 노인으로 사는 것은 싫어졌어. 그러니 이번에는 40년만 더 살면 충분하다네."

저승사자는 과거 오렌지 나무 위에서 그랬듯이 이번에도 신기한 힘으로 인해 의자에 붙들려 있게 된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에 페데리고와 전혀 타협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네가 정신을 차리게 될지 나는 잘 알고 있다네." 페데리고가 말했습니다.

페데리고는 장작을 세 다발 더 난롯불에다 던져 넣도록 시켰습니다. 순식간에 불꽃이 난로 안에서 활활 피어올라 저승사자는 완전히 화형을 당하는 꼴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살려 줘! 제발 살려 줘!" 저승사자는 자기의 늙은 뼈가 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울부짖었습니다. "앞으로 40년 더 살게 해주겠어."

그 말을 듣고 페데리고가 그 주문을 풀었기 때문에 저승사자는 몸이 절반쯤 구워진 채 도망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