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도가 문 밖으로 나가자마자 페데리고는 자기 카드의 힘을 실험해 보기 위해서 소작인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노름의 수를 잘 따져보지 않고 한 판 벌였습니다. 그는 대번에 이겼습니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는 시내로 들어가 가장 좋은 호텔에서 최고급 방을 하나 잡았습니다. 그가 돌아왔다는 소문이 퍼지자 옛날의 그 좋지 못한 친구들이 여러 명 그를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자네가 영원히 사라져버린 줄 알았네." 동 주제프가 외쳤습니다. "아주 은자가 되어 버렸다고 하기에 말일세."
"사실이 그랬지." 페데리고가 대답했습니다.
"자네가 모습을 감춘 지 삼 년이나 됐는데, 그 동안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지냈나?"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렇게 페데리고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기도를 드렸다네, 여보게들." 경건한 말투로 페데리고는 대답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나의 기도서라네." 그는 호주머니에서 소중하게 간직했던 그 카드 뭉치를 꺼냈습니다.
사람의 그것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페데리고가 어디선가 서투른 떠돌이 노름꾼을 봉으로 잡아, 한 재산 모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한 번 그를 파산시키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그를 도박에 끌어들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페데리고는 노름은 밤으로 미루자고 간청하고, 고급 요리를 주문해 차려 놓은 식탁으로 사람들을 안내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대접에 무척 만족했습니다.
그날의 저녁 식사는 전날 사도들과 함께 했던 만찬보다도 더 즐거웠습니다. 그들이 그날 마신 술은 말바지와 라크리마라는, 최고급 포도주였습니다. 그들 중 한 사람만 빼놓고는 아무도 그 이상 맛있는 술을 맛본 적이 없었습니다.
손님들이 노름 자리에 앉기 전에 페데리고는 문제의 그 카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카드를 한 벌 더 준비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바꿔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카드 놀이를 할 때 세 번이나 네 번에 한 번씩은 져 주어야 상대방이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는 두 가지 카드를 좌우에 한 벌씩 놓아 두었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그 고상한 노름 패거리들은 도박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았습니다. 페데리고는 우선 보통 카드를 테이블에 놓고 그날 밤 노름에 걸 돈의 액수의 상한선을 정했습니다. 우선 진짜 노름의 재미를 보고 또 자기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고 싶었기 때문에 그는 처음 두 번 진짜 실력을 다해 싸워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두 번 다 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은근히 약이 올랐습니다.
그는 술을 가져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딴 사람들이 앞서 두 판의 승리와 앞으로의 성공을 위해 축배를 드는 틈을 타서, 한 손으로 보통 카드를 들고 딴 손으로 주님의 축복을 받은 그 카드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세 번째 판이 시작되었습니다. 페데리고는 자기 카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딴 사람들의 손놀림을 여유를 갖고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 상대방들이 속임수를 쓰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발견한 것이 대단히 즐거웠습니다. 자기가 파산했던 것은 그들의 속임수 때문이었지, 결코 뛰어난 실력이나 행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긴 사람들과 비교해 자기의 실력도 결코 뒤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고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부심(사실 사람이란 무슨 일에나 자부심을 느끼는 존재인 것입니다)과 복수에 대한 확신, 승리에 대한 자신 이것들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세 가지 감정입니다. 페데리고는 그날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에 그 풍족했던 자기 재산을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자기가 그 재산을 모으는 데 희생양이 되었던 열 두 명 청년들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그는 자기가 과거에 상대했던 노름꾼들 가운데 그 열 두 명만이 정직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그들에게 이긴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의 얼굴에 솟아나기 시작했던 기쁨의 빛이 사라지고 어두운 구름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세 번째 승부를 이겼지만 깊은 한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날 밤 노름은 여러 판 계속됐습니다. 페데리고는 적절히 승리하는 횟수를 조절했기 때문에 그 첫날 밤에 그날의 만찬 비용과 한 달치 방값 정도를 벌 수 있었습니다. 그날은 그 이상 바라지 않았습니다. 상대 노름꾼들은 의외의 사태에 놀랐습니다. 그들은 돌아가면서 그 다음날 다시 와서 판을 벌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 날도 페데리고는 적당히 이겼다가 땄다가 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진실을 의심받지 않고 삽시간에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호텔을 나와서 커다란 저택으로 이사하여 거기서 때때로 성대한 파티를 열었습니다. 절세의 미인들이 그의 시선 하나로 서로 다투고, 가장 진귀한 술들이 매일 그의 식탁을 덮었습니다. 페데리고의 그 궁전은 환락의 중심지로 그 일대에 소문이 났습니다.
조심스럽게 그런 노름을 1년 동안 계속한 끝에, 그는 그 고장 주요한 재산가들의 호주머니를 완전히 말려버리는 철저한 복수를 하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재산을 보석으로 바꾸어놓고 1주일 전부터 특별 파티의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파티를 위해 가장 뛰어난 악사들과 광대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 파티의 대단원은 실컷 배를 채우고 환락을 즐긴 다음 도박으로 끝나게 되어 있었습니다. 돈이 없는 자들은 유대인들에게서 돈을 빌려 왔으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 동안 모아 두었던 돈을 전부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돈을 그날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페데리고는 노름에서 딴 금은보석을 몽땅 챙겨서 그날 밤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질이 나쁜 노름꾼들하고 노름을 할 때만 그 카드를 사용하기로 원칙을 세웠습니다. 보통 노름꾼들이라면 자기의 원래 실력으로도 이길 자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그는 이 세상의 온갖 도시를 돌아다녔습니다. 가는 곳마다 노름을 했고, 그 때마다 그는 이겼습니다. 가는 곳마다 그 고장의 최고급 음식을 먹으면서 지냈습니다.
페데리고 - 2. 환락으로 가득찬 인생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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