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페데리고라는 젊은 영주가 있었습니다. 그는 잘 생긴데다 몸매도 늘씬하고 예의 바르고 상냥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그는 품행이 몹시 방탕했습니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술과 여자와 도박, 특히 도박을 가장 좋아했죠. 그는 결코 고해를 하러 간 일이 없었습니다. 만약 성당에 간다면, 그것은 못된 짓을 할 기회를 엿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페데리고는 노름을 해서 가문이 좋은 청년들을 열 두 명이나 파산시켰습니다. 그 청년들은 나중에 강도가 되어서 임금님의 병사들과 싸워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채 죽어갔습니다. 페데리고 역시 자기가 노름을 해서 딴 것은 물론이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까지 삽시간에 다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침내 그의 수중에는 집 하나밖에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는 카바(*)의 언덕 뒤에 있는 그 집에 숨어 자기의 비참하게 몰락한 생활을 감추었습니다.
카바(Cava) : 이탈리아 반도 나폴리 남쪽에 있는 작은 도시.
낮에는 사냥을 하고, 저녁 때에는 소작인과 카드 놀이를 하며 그는 삼년 동안 그렇게 고독하게 살았습니다. 어느 날 그가 그 집에 온 지 처음으로 많은 짐승을 잡아가지고 사냥에서 막 돌아온 길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그의 성스러운 12명의 사도들을 거느리고 그의 집 문을 두드리며 그에게 자선을 구했습니다.
마음씨가 너그러운 페데리고는 마침 손님이 그나마 대접할 것이 많은 날 온 것이 기뻤습니다. 그래서 그는 나그네들을 집에 불러 들이고 최고의 치하를 하면서 식탁에 앉히고 갑자기 당하는 일이라 혹시 대접을 잘 못하더라도 용서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주님은 자신의 방문이 마침 적당한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고 계셨지만, 그의 친절한 대접을 참작해서 그 사소한 허영을 용서해 주셨습니다.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오." 예수님은 그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될 수 있으면 저녁 식사 준비를 서둘러 주시오. 왜냐하면, 식사가 너무 늦어져서 이 친구가 몹시 시장해 하니 말이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성 베드로를 가리켰습니다.
페데리고는 곧 분부대로 했습니다. 그는 사냥에서 잡은 것 외에 다른 음식을 더 내놓고 싶어서 그의 집에 한 마리밖에 남지 않은 염소 새끼마저 잡으라고 명령했습니다. 어린 염소는 즉각 통째로 구워졌습니다.
만찬이 다 준비되고 모두들 식탁에 둘러 앉았을 때, 페데리고는 딱 하나 섭섭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기 집 포도주였습니다. 그 포도주는 맛이 별로 좋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르신." 그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말했습니다.
"어르신, 마음 같아선 최상품 포도주를 드리고 싶지만, 그래도 이것이나마 진심으로 어르신께 드립니다."
주님은 술 맛을 보시더니 페데리고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도대체 이 술 맛이 뭐가 불만이란 말인가? 당신의 술은 분명 최상품인데... 어찌 됐건 저기 저 친구의 의견도 들어보도록 하지."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베드로 사도를 가리켰습니다.
성 베드로 역시 술 맛을 보더니 썩 훌륭하다고 단언하고(Proprio Stupendo*), 함께 마시자고 주인에게 권했습니다.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
그 모든 말씀이 인사 치레일 것이라고 생각한 페데리고는 그래도 사도의 말에 응했습니다. 그러나 그 술은 페데리고가 가장 잘 나가던 시절에 맛본 그 어떤 술보다도 맛이 훌륭했습니다. 그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이 기적을 보고서야 그는 구세주께서 자기 집에 찾아 오셨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는 이렇게 고귀한 분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고 여겨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에게 다시 자리에 앉으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지나치게 격식을 따지지 않고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페데리고의 소작인과 그 마누라의 시중으로 식사가 끝난 다음, 예수 그리스도는 미리 준비된 방으로 사도들과 함께 자리를 옮겼습니다. 페데리고는 식당에 소작인과 둘이 남아서 그 기적 같은 술을 마저 비우면서 카드 놀이를 했습니다.
이튿날, 성스러운 나그네들은 집 주인과 아래층 방에서 만났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페데리고에게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베풀어준 환대에 대단히 감사하오. 그래서 그 사례를 하고 싶소. 마음대로 세 가지 소원을 말하시오. 우리는 하늘과 땅과 땅 아래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권능을 갖고 있으니 말이오."
페데리고는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니던 카드 한 벌을 호주머니에서 꺼냈습니다.
"주님." 그는 말했습니다. "제가 이 카드로 노름을 할 때는 언제나 이기도록 해 주십시오."
"그렇게 될지어다(Tisia concesso)!" 예수 그리스도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페데리고의 곁에 서 있던 성 베드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자넨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가엾은 죄인이여. 주님께 영혼의 구원을 부탁하게나."
"그것은 별로 걱정이 되질 않는군요." 페데리고는 대답했습니다.
"당신은 아직 두 가지 소원을 더 말할 수 있소." 예수 그리스도가 말했습니다.
"주여." 집 주인이 말을 이었습니다. "무한히 자비스러운 주님, 제발 누구든지 저의 집 문 앞에 있는 저 오렌지 나무에 올라가면, 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내려오지 못하도록 해주십시오."
"그럴지어다!" 그리스도가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성 베드로는 자기 곁에 있는 그 어리석은 자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찌르면서 말했습니다.
"가엾은 죄인이로군. 자네는 자네의 못된 짓에 대한 대가로 지옥에 준비되어 있는 형벌이 두렵지 않나? 그러니 주님께 천국에 넣어 주십사 하고 부탁하게. 아직 늦지는 않았어."
"왜 그리 서두르세요?" 페데리고는 이렇게 말하면서 사도의 옆에서 비켜났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또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 소원은 무엇인가?"
"누구든지 저 난로 모퉁이에 있는 저 의자에 앉으면, 제 허가 없이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해주십시오." 페데리고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주님은 앞서 두 가지 소원이나 마찬가지로 그 소원도 마저 들어주시고 제자들과 함께 그 집을 떠나셨습니다.
페데리고 - 1. 도박사의 세 가지 소원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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