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느리고 음울한 곡조의 찬송가가 또 다시 들려왔다. 원래 그것은 하나님께 대한 경건한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들리는 그 노래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온갖 죄악, 그것을 표현하는 말들을 가사에 담고 있었다. 또는 인간의 죄악보다 한결 더 심한 것을 음산하게 암시하는 모든 말들이 그 노래에 담겨 있었다. 평범한 인간들이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악마들의 깊은 지혜가 담긴 그런 노래였다.

찬송가는 계속 이어졌다. 그 사이사이에 거대한 오르간의 깊은 선율과도 같은 황야의 합창이 끼어들곤 했다. 그리고 그 무시무시한 찬송가의 마지막 울림이 은은하게 사라져가자 다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악마들의 왕을 찬양하는 죄인의 목소리였다. 울부짖는 바람 소리, 흐르는 물 소리, 짐승의 으르렁대는 소리, 그리고 무질서하게 뒤섞인 황야의 온갖 소리들이 하나로 뒤섞여 나오는 그런 소리였다.

불타고 있는 네 그루의 소나무에서는 불길이 아까보다 더 높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그 불빛에 비쳐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모습과 표정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경건하지 못한 무리들이었다. 그들 위로 연기가 둥글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 순간 바위 위에서 불이 시뻘겋게 튕겨 솟아올랐다. 그 불꽃은 제단 위에 하얗게 빛나는 아치 모양을 만들었다.

제단 위로 사람의 형상 하나가 나타났다. 그 형상은 경건한 어투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복장이나 태도는 뉴잉글랜드 지방의 교회에서 만날 수 있는 엄숙한 사제들과는 전혀 닮은 점이 없었다.

"개종자들을 이리 데리고 오라!" 그의 목소리가 벌판을 지나 숲 속으로 울려 퍼졌다.

그 말을 듣자 굿맨 브라운은 나무 그늘에서 나와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굿맨 브라운은 그의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는 온갖 사악한 것들에 공감하고 있었다. 주위에 모여 있는 무리들에게서 일종의 형제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형상이 소용돌이치는 연기 사이로 그를 내려다보면서 가까이 다가오도록 손짓하고 있었다.

그때 희미하나마 어떤 여인의 모습이 절망에 빠져 일그러진 표정으로 손을 내저으며 그에게 물러가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혹시 그의 어머니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의 마음은 한 발짝도 물러서거나 저항할 힘을 갖고 있지 못했다. 믿음이 깊은 노집사 굿킨가 그의 팔을 붙잡은 채 불길에 싸인 바위 쪽으로 끌고 갔다.

저편에서 베일로 얼굴을 가린, 몸매가 마른 여인 하나가 그에게 다가왔다. 굿맨 브라운에게 교리문답을 가르쳤던 경건한 클로이즈 부인가 그녀를 이끌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마사 캐리, 악마에게서 지옥의 여왕 자리에 오르게 해 준다는 약속을 받았다는 그 마녀도 함께 오고 있었다. 이윽고 개종자들은 불길의 뚜껑이 드리워진 제단 앞에 나가 서게 되었다.

"잘 왔다, 어린양들이여" 검은 형상은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너희와 같은 종족의 성찬식에서 그대들의 타고난 성품과 스스로의 운명이 얼마나 하잘 것 없는 것인지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나의 어린양들이여, 너희의 뒤를 돌아 보라!"

그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타오르는 불꽃에 비쳐 드러난 악마 숭배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얼굴 하나하나에는 불길한 환영의 미소가 어렴풋이 떠오르고 있었다.

검은 옷으로 감싼 형상이 말을 이었다. "너희들이 어릴 때부터 존경해왔던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와 있다. 너희들은 그들이 너희들보다 더 경건하다고 생각했겠지. 그들의 삶은 정의롭고, 하늘을 향해 열심히 기도하는 삶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과 너희들의 죄악을 비교해보고 움츠러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여기에, 나를 숭배하기 위해 이렇게 모여 있다.

그들이 저질러왔던 비밀스러운 행위들을 오늘 밤 너희들이 알 수 있도록 해주겠다. 하얀 수염을 기른 교회의 장로들이 어떻게 자기 집안의 젊은 하녀들에게 음탕한 말을 속삭였는지, 수많은 여인네들이 과부의 상복을 입고 싶은 욕심 때문에 어떻게 잠자리의 남편에게 독약을 마시게 하고 그래서 자기 품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게 했는지 말이다.

수염도 안 난 애송이가 어떻게 해서 부친의 재산을 서둘러 상속받으려 했는지, 아리따운 처녀들이 어떻게 - 부끄러워하지 말지어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아 - 뜰에 작은 무덤을 파고 거기에 갓난아이를 파묻었는지… 거기에 참석한 손님은 오직 나뿐이었노라.

죄악을 갈망하는 인간의 마음을 너희들이 이해하게 된다면 너희들은 이 세상 어디에서나 그곳에서 저질러진 범죄의 냄새를 맡을 수 있으리라. 교회, 침실, 길거리, 들판, 숲 속 그 어디나 마찬가지야. 한마디로 이 세상은 죄악에 물든 하나의 거대한 핏자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너희들은 이 사실을 진정 기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야.

너희들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는 신비롭고도 깊은 죄악의 샘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사악한 술책은 바로 그 샘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니까 말이다. 바로 그 샘으로부터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실행할 수 없는 온갖 사악한 충돌이 지치지도 않고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내가 최대한으로 능력을 발휘했을 때도 감히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그런 충동들이 거기서 흘러나온다. 그러니 자, 나의 어린 양들이여 이제 서로 바라보도록 하라."

그들은 시키는 대로 했다. 지옥에서 타오르는 횃불과도 같은 소나무의 밝은 불빛의 힘을 빌려 그 가련한 사나이는 페이스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페이스 역시 자신의 남편이 신성 모독의 제단 앞에서 몸을 떨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