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클로이즈 부인께서는 옛 친구를 알아보는 게로군." 나그네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꿈틀거리는 지팡이에 몸을 기댄 채 그녀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어머나, 정말이군요. 정말, 경애하는 당신이군요." 훌륭한 부인은 이렇게 소리쳤다. "정말, 당신이로군요. 지금 그 멍청한 녀석의 할아버지인 나의 옛 친구 굿맨 브라운의 모습을 하고 계시군요.

그런데 나으리는 안 믿으실지 몰라도 이상하게도 내 빗자루가 그만 없어졌어요. 사형을 면한 그 마녀 코리 부인이 훔쳐간 것 같아요. 그것도 내가 야생 샐러리와 양지꽃의 즙, '늑대의 독'이라는 식물의 즙을 몸에 바르고 있는 동안 말이죠."

"아주 고운 밀가루와 갓난아이의 지방을 함께 섞은 것이겠지." 옛날 굿맨 브라운 노인의 모습을 한 그가 이렇게 말했다.

"어머나, 나으리께서는 비법을 알고 계시는군요." 노부인이 깔깔대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아까 말한 것처럼 모임에 갈 준비를 다 하고 보니 그만 타고 갈 말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결국 걸어서 가기로 했죠. 오늘밤엔 멋진 젊은이를 성찬식에 데려올 거라고 사람들이 그러던데요. 어쨌건 존경하는 나리께서 이럴 때 팔을 빌려주시면 눈 깜짝할 사이에 그곳에 도착할 텐데."

"그건 좀 어렵겠는데…" 그녀의 친구가 대답했다. "팔을 빌려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우리 클로이즈 마나님이 원하신다면 여기 이 지팡이라도 빌려 드리지."

그렇게 말하며 그는 지팡이를 그녀 발치에 던져 주었다. 그 발치에서 그 지팡이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예전에 그 지팡이 주인이 이집트 마술사에게 빌려주었던 그 지팡이처럼 말이다(구약성경 출애굽기에 나오는, 모세의 지팡이에 대항해 이집트 마술사들이 던져서 뱀으로 변하게 했던 지팡이를 말한다. 이집트 마술사들의 지팡이가 변한 뱀은 모세의 지팡이가 변한 뱀에게 먹히고 만다 - 편집자 주*).

하지만 굿맨 브라운은 이런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깜짝 놀라 하늘을 쳐다보고 다시 땅을 내려다보았을 때는 클로이즈 아주머니도 뱀 같은 지팡이도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곳에는 다만 굿맨 브라운의 동행이었던 그 사람이 홀자 서 있을 뿐이었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굿맨 브라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 그 노부인이 저에게 교리문답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굿맨 브라운은 이렇게 말했다. 짤막한 말이었지만 여기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들은 계속 길을 걸었다. 연장자인 그 나그네는 동행을 재촉하여 빠른 걸음으로 쉬지 않고 걷도록 했다. 그의 재촉은 워낙 교묘하고 재치가 있어서, 그 사람이 요구하는 것이라기보다 듣는 사람의 가슴에서 저절로 솟아나오는 생각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길을 가면서 지팡이 대신으로 쓰려고 단풍나무 가지를 하나 꺾더니 저녁 이슬에 젖어 있는 나뭇잎과 잔가지들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그의 손길이 닿자 나뭇잎과 잔가지들은 일 주일 동안 햇빛에 쬔 것처럼 시들고 말라버렸다.

이렇게 두 사람은 상당히 빠른 걸음으로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갑자기 움푹 패인, 음산한 공터에 이르렀다. 거기에서 굿맨 브라운은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더 이상 가려고 하지 않았다.

"이봐요, 나는 드디어 결심이 섰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일로는 이제 한 걸음도 더 가지 않겠습니다. 천국에 갈 줄 알았던 그 늙은 마나님이 그만 악마에게 갈 것을 선택했지만,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사랑하는 제 아내 페이스를 버리고 그 할망구를 따라갈 이유가 없죠."

"자네는 점점 이 일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될 거야." 그의 동행은 침착하게 말했다. "여기 앉아서 잠시 쉬도록 하게. 다시 걷고 싶은 생각이 들면 내 지팡이가 자넬 도와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동행에게 단풍나무 지팡이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나서는 더욱 짙어지는 어둠 속으로 재빨리 사라져버렸다. 젊은이는 잠시 길가에 앉아서 스스로에 대해 대견한 생각을 하고 있어다. 이제 아침 산책을 할 때 목사님을 만나도 양심에 아무 거리낌도 없으리라. 믿음이 깊은 노집사 굿킨의 눈길을 피해 움츠러들 이유도 없다. 자신의 양심이 떳떳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밤에 잠잘 때에도 평안하게 쉴 수 있을 것이다. 자칫 사악하게 보낼 수도 있었던 이 밤을 이제 페이스의 팔 안에서 깨끗하고 달콤하게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즐겁고 갸륵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굿맨 브라운은 길을 따라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를 듣자 그는 일단 숲 속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당초의 생각을 바꾸어 중단하기는 했지만, 여기까지 왔던 그 일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윽고 말발굽 소리와 말을 탄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두 노인이 엄숙한 목소리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며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말발굽 소리와 사람의 목소리가 뒤섞인 채로 그들은 젊은이가 숨어 있는 곳 몇 야드 거리를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곳은 특히 어두운 곳이어서 길손들도, 말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몸이 길가의 잔가지를 바스락거리며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밝은 하늘에서 한 조각 비스듬히 비쳐온 희미한 빛이 그들을 순간적으로 비추었지만 그들의 모습을 알아볼 수는 없었다.

굿맨 브라운은 웅크리고 있다가 발끝으로 일어섰다. 그리고 나뭇가지들을 젖히고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고개를 내밀어 봤지만 그림자조차 분별할 수 없었다. 글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굿맨 브라운은 그 목소리에 대해 맹세할 수도 있으리라. 조용히 말을 몰고 가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던 두 사람의 목소리는 다름 아닌 노목사님과 굿킨 집사의 것이 틀림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