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뱀 지팡이를 가진 사내가 미소를 거두면서 대꾸했다. "하지만 그건 계속 걸어가면서 한 번 따져보세. 만약 내 말이 납득이 되지 않으면 자넨 되돌아가도 좋아. 우리는 이제 겨우 숲 속에 들어섰을 뿐이니까 말이야."

"아니, 지금도 너무 깊이 들어왔어요." 선량한 브라운은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옮기며 소리쳤다. "제 아버님은 이런 일로 숲 속에 들어가신 일이 없습니다. 할아버지도 역시 마찬가지구요. 순교자들께서 살아 계시던 시대 이래로 우리 가문은 줄곧 정직하고 선량한 기독교인 가문이었습니다. 브라운 성씨를 가진 사람이 이런 길을 걷는 것은 제가 처음일 겁니다. 그리고 또…"

"나 같은 사람과 관계를 갖는 것도 자네가 처음이라고 말하고 싶겠지?" 연장자는 브라운이 채 내뱉지 못한 말을 이으면서 말했다. "말 한번 잘했어, 굿맨 브라운! 나는 대부분의 청교도들하고 그랬던 것처럼 자네 가족과도 잘 알고 지냈다네. 이건 뭐 괜히 해 보는 소리가 아닐세. 난 보안관이었던 자네 할아버지를 도와드렸다네.

자네 할아버지가 세일럼 거리를 돌아다니며 퀘이커 교도 여자에게 사정없이 회초리질을 할 때였지. 자네 아버지가 필립 왕 전투에서 인디언 마을에 불을 지를 때, 내 난로에서 송진 불을 붙여다가 갖다 준 것도 바로 나란 말일세.

자네 할아버지나 아버지 모두 나의 절친한 친구들이었어. 우리는 유쾌하게 이 길을 따라 산책했고, 한밤이 지나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곤 했지. 난 그들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자네의 친구가 되고 싶은 걸세."

"당신이 말한 게 사실이라면…" 굿맨 브라운은 대답했다. "그분들이 왜 저에게는 거기 대해서 한 마디도 말해주지 않았는지 이상하군요. 하기야 그런 소문이 조금이라도 퍼졌더라면 뉴잉글랜드에서 쫓겨났을 테니 이상할 것은 없지요. 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열심히 기도하고 착한 일만 하는 기독교도들입니다. 그렇게 사악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사악한 일이든 아니든 간에, 아무튼 이곳 뉴잉글랜드에는 나와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네." 뒤틀린 지팡이를 가진 나그네는 말했다. "수많은 교회의 집사들이 성찬식 포도주를 나와 함께 마시고 취하곤 했지. 수많은 마을의 행정위원들이 나를 의장으로 추대했고… 주 의회의 절대 다수가 내 이권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지. 주 지사와 나 사이의 관계 또한 … 그런데 이건 주의 기밀이라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굿맨 브라운은 태연히 걷고 있는 동행을 당혹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소리쳤다. "그렇다 해도 전 주지사나 의회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그 사람들에게야 자기들 나름대로 사는 방식이 있겠죠. 하지만 그건 저처럼 소박한 서민의 생활과는 같을 수 없습니다. 만일 제가 당신과 함께 간다면, 세일럼 마을의 그 믿음 깊은 노 목사님을 어떻게 쳐다볼 수 있겠습니까? 아, 안식일이나 설교하는 날 목사님의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전 사시나무 떨 듯이 오그라들 겁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장자인 길손은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발작적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웃으면서 어찌나 심하게 몸을 흔들어대는지 뱀처럼 생긴 그의 지팡이도 실제로 꿈틀거려 그에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핫! 하! 하!" 그는 몇 번이나 큰소리로 웃은 다음 평정을 되찾은 듯 말했다. "이봐, 계속하게, 브라운 씨. 계속해 보란 말이야. 하지만 제발 내가 웃다가 죽는 일만은 없도록 해주게나."

"그럼, 제 얘기를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굿맨 브라운은 몹시 초조해하며 말했다. "저에겐 아내 페이스가 있습니다. 제가 이런 짓을 한 것을 알면 제 아내의 고운 마음은 터져버리고 말 겁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제 가슴이 터져버리는 게 낫습니다."

"그래, 정 그렇다면 자네 갈 길을 가네나, 브라운 씨." 상대방은 이렇게 말했다. "저기 우리 앞을 절뚝거리며 걷고 있는 저 노파 같은 여자 스무 명을 데려와도 페이스와 바꿀 수는 없겠지."

그는 이렇게 말하며 그 지팡이로 길 가던 여자를 가리켰다. 그 여자는 무척 경건하고 신앙심이 두터운 모범적인 부인이었다. 그 여인은 굿맨 브라운이 어릴 때 그에게 교리문답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녀는 지금도 목사님 및 굿킨 집사와 함께 굿맨 브라운의 도덕과 영적인 문제에 대한 상담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저 클로이즈 마나님이 이런 밤중에 이렇게 외진 곳에 오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브라운은 말했다. "하지만, 이것 보세요. 우리는 저 경건한 부인을 피해서 숲 속 샛길로 앞질러가도록 합시다. 저 부인은 당신을 모르고 있을 테니, 저희를 보면 저더러 동행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그런 따위를 물을지 몰라요."

"아무렴 좋도록 하게나." 브라운의 동행은 말했다. "그럼 자네는 숲 속으로 들어가게나. 난 이 길을 계속 걸어갈 테니 말일세."

그래서 젊은이는 숲 속 옆길로 들어가게 되었다. 숲 속을 지나면서 젊은이는 신경이 쓰여서 그의 동행을 계속 지켜보았다. 그 나그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드디어 그 노부인과 지팡이 하나 정도의 거리만큼 가까워졌다.

한편 노부인은 나이 많은 부인답지 않게 대단히 빠른 발걸음으로 거침없이 앞으로 가고 있었다. 그녀는 길을 걸으면서 알아듣기 힘든 말로 계속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그건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이었다. 굿맨 브라운과 함께 길을 가던 동행은 지팡이를 내밀어 뱀꼬리 같은 부분으로 그녀의 말라서 쭈글쭈글한 목덜미를 건드렸다.

"악마야!"

신앙심 깊은 노부인이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