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하! 하!" 바람이 그를 비웃는 것처럼 굿맨 브라운 역시 바람을 따라 이렇게 웃으며 으르렁댔다.
"누구 웃음소리가 더 큰지 한 번 들어보자. 너의 악마적 힘으로 나를 놀라게 할 생각은 마라. 마녀여, 덤벼라. 마법사도 덤벼라. 인디언 주술사, 너도 덤벼라. 어디 악마가 직접 와도 좋다. 여기 굿맨 브라운이 간다. 이 브라운에게 겁을 주겠다는 놈들은 먼저 이 브라운에게 겁을 먹게 될 것이다."
사실 온갖 것들이 드나드는 이 숲 전체를 봐도 굿맨 브라운의 모습만큼 더 무시무시한 것은 있을 수 없으리라. 그는 계속 검은 소나무들 사이를 날아가며 미친 것 같은 몸짓으로 지팡이를 휘둘러대는가 하면 때로는 흥분을 못 이기고 신을 저주하는 무서운 말들을 내뱉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때로 엄청난 소리로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였다.
그의 끔찍한 웃음소리 때문에 숲이 온통 그의 웃음으로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마치 온갖 악마들이 그의 주위에서 한꺼번에 웃어대는 것 같았다. 악마의 원래 모습보다 더 끔찍한 것은 그것이 인간의 마음속에 파고 들어가 분노를 일으켰을 때의 모습이다. 악령에 사로잡힌 그 사나이는 부리나케 달려나가다가 나무들 사이에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앞에 불꽃이 벌겋게 타오르고 있었다.
한밤중에 숲 속 빈터 잘라낸 나무의 몸통과 가지에 불을 붙인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불은 하늘을 향해 엄청난 불꽃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그를 여기까지 몰고 왔던 폭풍은 잠깐 멈추었다. 그 사이에 그는 자리에 서서 찬송가처럼 들리는 노랫가락을 들었다. 그 가락은 멀리서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싣고 장엄하고 엄숙하게 덮쳐왔다.
그는 그 노랫가락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마을 교회의 성가대에서 자주 들리던, 귀에 익은 가락이었다. 그 노랫가락이 묵직하게 사라져 간 뒤에도 합창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어두워진 황야에서 울리는 온갖 소리들이 무시무시한 조화를 이루며 울려 퍼지는 그런 소리였다. 굿맨 브라운은 외마디 비명처럼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의 울부짖음은 황야의 소리에 섞여 사라지고 들리지 않았다.
그 정적을 틈타 그는 불빛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까지 앞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숲의 어둠이 벽처럼 둘러싼 빈터 한쪽 구석에 바위가 하나 솟아 있었다. 그 바위는 사람의 손으로 다듬은 흔적은 없었으나 어딘지 투박하게나마 제단 또는 설교단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주위를 네 그루의 소나무가 둘러싸고 있었다. 소나무 꼭대기는 마치 저녁 예배의 촛불처럼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바위보다 더 높게 자란 무성한 잎들이 불길에 휩싸여서 밤하늘 높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불길은 가끔씩 거칠게 타올라 황야 전체를 비춰 주곤 했다. 축 늘어진 실가지며 잎이 무성한 줄기가 불길에 싸여 있었다. 붉은 불길이 치솟아 오르다가 잦아드는 것에 따라 집회에 모인 수많은 군중들의 모습이 환하게 드러났다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곤 했다. 그리고 불길이 어둠 속에서 되살아나면 이 한적한 숲의 한복판은 다시 사람들의 모습으로 가득 차는 것이다.
"어둠을 옷으로 삼아 몸을 숨긴 무리가 떼거리로 모여 있군 그래." 굿맨 브라운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그들의 모습이 그랬다. 불길에 따라 어둠과 광채가 교차하면서 사람들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 가운데에는 다음날 그 지방 자문위원회 모임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얼굴도 보였다. 또 안식일마다 지극히 거룩한 설교단에서 경건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자애로운 표정으로 교회의 좌석마다 가득 찬 사람들을 내려다보던 사람들의 얼굴도 보였다.
그곳에 주지사 부인도 와 있었다고 나중에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적어도 그곳에는 주지사 부인처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지체 높은 부인들과 명망 높은 명사들의 아내, 과부들, 평판이 좋은 수많은 부인네들, 노처녀들, 명망 높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엄마에게 들키지나 않을까 마음을 졸이는 어여쁜 아가씨들도 있었다.
어두운 황야 위를 이따금 밝게 비추는 그 불꽃이 굿맨 브라운의 눈을 현혹시킨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정말 믿음이 깊고 경건하기로 소문난 수십 명의 사람들을 진짜로 본 것일까? 그들은 유별나게 독실한 사람들이어서, 세일럼 마을에서 명성이 자자한 기독교도들이었다. 그런가 하면 믿음이 깊은 노집사 굿킨이 도착해서 그가 존경하는, 성자와도 같은 거룩한 목사 옆에 서 있었다.
놀랍게도 이 엄숙하고 존경을 받고 있는 경건한 사람들, 교회의 장로들, 정숙한 부인들, 갓 피어난 꽃다운 처녀들은 그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서 있었다. 방탕한 삶을 사는 남자들, 부정한 여자들, 비열하고 더러운 모든 악을 저지르는 인간들, 심지어 끔찍한 죄악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인간들이 함께 있었던 것이다.
선량한 사람들이 사악한 인간들에게서 몸을 피하려 하지도 않는다. 죄인들 역시 고결한 사람들을 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말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선량한 사람들의 적, 창백한 얼굴을 한 그 무리들 가운데에는 인디언의 사제나 주술사 등의 모습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영국의 마술사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한 마술을 갖고 있는 자들이었다. 그러한 마술로 그들은 자기들이 살던 곳의 사람들을 협박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페이스는 지금 어디에 있지?' 굿맨 브라운은 생각에 잠겼다. 희망이 다시 그의 가슴속에 깃들이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떨려왔다.
젊은 굿맨 브라운 - 5. 어둠에 몸을 숨긴 무리들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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