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덧없이 계속 흘러갔다. 이제 어니스트의 머리에도 하얀 서리가 내렸다. 이마에는 점잖게 주름살이 생기고, 두 뺨에도 고랑이 파였다. 그는 정말 늙은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냥 나이만 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무성한 백발보다 풍부하게 지혜로운 생각이 들어 있었다. 이마와 뺨의 주름살 역시 그동안 인생의 항로를 여행하며 겪은 시련을 통해 얻은 지혜가 깃들여 있는 것이다. 어니스트는 이제 이름 없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는 명예를 찾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쫓아다니는 그 명예는 그를 찾아왔다. 그가 살고 있는 그 산골짜기를 넘어 그의 이름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어니스트가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을 그 무렵,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섭리로 새로운 시인이 한 사람 이 세상에 나타났다. 그 역시 이 골짜기에서 태어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고장을 멀리 떠나, 일생의 태반을 시끄러운 도시 속에서 살면서도 거기서 꿈같이 아름다운 음률을 쏟아 놓고 있었다.
그는 또 장엄한 송가(頌歌)로 그 큰 바위 얼굴을 찬미한 일도 있었다. 마치 그 큰 바위 얼굴의 웅대한 입으로 직접 읊조려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장엄한 시였다. 이 천재의 재능은 이를테면 하늘로부터 받아서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가 산을 읊으면, 모든 사람들은 그 산허리에 한층 더 장엄함이 깃들고, 그 산꼭대기에 영광이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아름다운 호수를 노래하면, 하늘이 그 호수에 미소를 던져 영원한 빛을 호수 위에 던지는 것 같았다. 망망대해를 노래하면 바다의 그 깊고 넓은, 무시무시한 마음조차 그의 노래에 감동해 뛰노는 것 같았다.
이 시인이 그 행복한 눈으로 이 세상을 축복하면서 이 세상은 과거와 다른, 더 훌륭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조물주는 자신이 직접 창조한 이 세계의 마지막 완성을 위해 가장 최고의 솜씨를 발휘해 그를 이 세상에 내려보냈던 것이었다. 그 시인이 와서 해석을 하고 조물주의 창조를 완성시키기 전까지는 천지는 아직 완전하게 창조된 것이 아니었으리라.
마침내 어니스트도 이 시인의 시를 손에 구해서 읽게 되었다. 그는 늘 하루의 노동이 끝난 뒤, 자기 집 문 앞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아서, 그 시들을 읽었다. 그 자리는 오랫동안 그가 큰 바위 얼굴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왔던 바로 그곳이었다. 지금 자기의 영혼에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는 그 시들을 읽으면서, 그는 눈을 들어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큰 바위 얼굴 역시 인자하게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 장엄한 벗이여!"
그는 큰 바위 얼굴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 시인이야말로 당신을 닮을 자격이 있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그 얼굴은 뭔가 미소를 짓는 것 같았으나, 아무 대답도 없었다.
한편, 이 시인 역시 무척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어니스트의 소문을 듣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인격을 흠모하여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지혜와 스스로의 고상한 생활의 순수함이 일치하는 이 사람을 몹시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여름 아침 그는 기차를 탔다. 그리고 며칠 후 어니스트의 집에서 과히 멀지 않은 역에서 내렸다. 전에 개더골드의 저택이었던 호텔이 가까이 있었지만, 그는 가방을 든 채 어니스트의 집을 찾아가서, 거기서 하룻밤 묵게 해달라고 청할 생각이었다.
문 앞에 가까이 가자 점잖은 노인이 책을 한 손에 들고 읽고 있었다. 노인은 책갈피에 손가락을 끼운 채 큰 바위 얼굴을 쳐다보고 또 책을 들여다보고 하는 것이었다. 시인은 그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지나가는 나그네입니다. 죄송하지만 댁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겠습니까?"
"네, 그렇게 하시지요."
노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저 큰 바위 얼굴이 저렇게 다정한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을 아직 본 일이 없습니다."
시인은 그 노인, 즉 어니스트 옆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시인은 그 전에도 가장 재치 있고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일이 있었다. 그러나 어니스트처럼 자유 자재로 사상과 감정이 우러나오고, 소박한 말솜씨로 위대한 진리를 쉽게 말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시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어니스트는, 그 큰 바위 얼굴도 함께 몸을 앞으로 내밀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다. 그는 진지하게 시인의 빛나는 눈을 바라보았다.
"손님은 비범한 재주를 가지셨군요. 도대체 어떤 분이신지 말씀해주십시오."
어니스트는 물었다. 시인은 어니스트가 읽고 있던 책을 가리켰다.
"이 책을 읽으셨지요? 그러면 저를 아실 것입니다. 제가 바로 이 책을 쓴 사람입니다."
큰 바위 얼굴 - 5. 노인이 된 어니스트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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