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어니스트는 엄마가 자기에게 들려준 그 이야기를 언제나 잊지 않고 있었다.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볼 때마다, 그의 마음속에는 어머니에게서 들은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자기가 태어난 그 오두막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엄마 이야기를 잘 듣는 아이였다. 엄마가 하는 일을 자기의 조그마한 손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도와드리는 그런 아이였다.
이렇게 행복한, 그러나 가끔 생각에 잠기곤 하는 이 어린이는 점점 온순하고 겸손한 소년이 되어 갔다. 밭에서 일을 하느라 얼굴은 햇볕에 검게 그을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유명한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소년들보다 더 총명한 표정이 어려 있었다. 어니스트에게는 선생님이 없었다. 선생님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저 큰 바위 얼굴이 있을 뿐이었다.
어니스트는 하루의 일을 끝내고 나면, 몇 시간이고 그 바위를 쳐다보곤 했다. 그러면 그 큰 바위 얼굴이 자기를 알아보고, 따뜻한 미소를 띠며 자기를 격려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큰 바위 얼굴이 어니스트에게만 더 친절하게 비칠 리는 없다. 하지만 어린 어니스트의 생각이 무조건 틀린 것만은 아니었다.
사실 믿음이 깊고 순진한 그의 마음은 그 맑은 심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다 누릴 수 있는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는 자기만이 유독 두터운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바로 이 무렵, 이 분지 일대에 어떤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옛날부터 전해오던 그 이야기에 나오는 것과 똑같은, 큰 바위 얼굴처럼 생긴 인물이 마침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여러 해 전에 이 골짜기를 떠난 어떤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멀리 떨어진 어떤 항구로 가서 돈을 좀 벌어 가게를 내었다.
그의 이름은 개더골드(Gather Gold : 황금을 긁어모은다는 뜻 - 편집자 주)라고 했다. 이 이름이 그의 본명인지, 아니면 그의 능숙한 처세술과 성공에서 기인한 데서 생겨난 별명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이 젊은이는 빈틈없고 재빠른데다, 하늘이 주신 비상한 재능 - 세상 사람들이 흔히 '재수'라고 부르는 행운 덕분에 그는 엄청나게 돈이 많은 상인이 되었다고 했다.
그의 재산은 이제 모두 얼마나 되는지 계산하는 데만도 오랜 시일이 걸릴 정도라고 했다. 이렇게 큰 부자가 되자, 그는 자기가 떠나온 고향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태어난 그 고향에 돌아가 나머지 삶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그는 자기 고향으로 능숙한 목수를 보냈다. 자기 같은 백만장자가 살기에 적합한 궁궐 같은 집을 짓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미 말한 것처럼, 이 골짜기 일대에는 개더골드야말로 지금까지 오래 기다려왔던 예언 속의 인물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의 얼굴 생김이 큰 바위 얼굴 그대로라는 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그의 아버지가 살던 초라한 농가 터에 엄청난 건물, 마치 요술로 만들어진 것처럼 엄청난 건물이 세워진 것을 보고 사람들은 그 소문이 거짓 없는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어니스트 역시 예언이 말하는 그 인물이 드디어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 나타났다는 생각 때문에 몹시 마음이 설레었다. 어린 마음에, 어니스트는 막대한 재산을 가진 개더골드가 곧 자선의 천사가 되어, 큰 바위 얼굴의 미소와 같이 너그럽고 자비롭게 모든 사람들의 생활을 돌보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늘 하듯이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얼굴이 자기에게 친절하게 대답해주고, 따뜻하게 자기를 바라보아 줄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 때 마차 바퀴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서 마차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야! 드디어 온다!"
개더골드가 도착하는 것을 지켜보려고 모인 사람들이 외쳤다.
"위대한 개더골드 씨가 오셨다!"
길모퉁이를 돌아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가 속도를 내어 달려왔다. 그리고 마차 창 밖으로 조그마한 늙은이가 얼굴을 조금 내밀었다. 그의 얼굴 피부는 누른빛이었다. 마치 자기의 손, 그 마이더스(그리스의 신화에 나오는, 손으로 만지기만 하면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들었다는 임금 - 편집자 주*)의 손으로 빚어 만든 것 같은 색깔이었다. 이마는 좁고, 눈은 작고 매서웠다. 그 눈가에는 잔주름이 쭈글쭈글했다. 그렇잖아도 얇은 입술을 꼭 다물고 있어서 더욱 얇아 보였다.
"큰 바위 얼굴과 똑같다!"
사람들이 소리쳤다.
"옛날 예언은 사실이었다. 마침내 우리에게 위대한 인물이 오셨다!"
어니스트는 어리둥절했다. 사람들이 그를 보고 옛날 사람이 예언한 그 얼굴과 똑같다고 믿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길가에는 마침 떠돌이 생활을 하며 멀리서부터 흘러들어온 늙은 거지 한 사람과 어린 거지들이 있었다. 이 불쌍한 거지는 마차가 지나갈 때 손을 내밀어 슬픈 목소리로 구걸을 했다.
누런 손이 - 이것이야말로 엄청난 재물을 긁어모은 바로 그 손이었다 - 마차 창문 밖으로 쑥 나오더니 동전 몇 닢을 땅에 떨어뜨렸다. 이 인물을 개더골드라고 부르는 것도 그럴싸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자면 스캐터코퍼(Scatter Copper : 동전을 뿌리는 사람 - 편집자 주*)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굳은 믿음으로, 이 사람이 큰 바위 얼굴과 똑 같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어니스트는 낙심해서 고개를 돌렸다. 주름살이 쭈글쭈글하고, 영악하고 탐욕만이 가득 찬 그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산허리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밝고 빛나는 그 얼굴이, 주위의 안개에 가려져 막 지려는 햇빛을 받고 있었다. 그 얼굴 모습은 어니스트의 마음을 한없이 즐겁게 했다. 그 온후한 입술은 뭔가 그에게 들려주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반드시 온다. 걱정하지 말아라. 그 사람은 꼭 오고야 만다!"
다시 세월이 흘러갔다. 어니스트도 이제 소년은 아니었다. 그는 이제 젊은이가 되었다. 그가 그 골짜기 근처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니스트의 일상 생활에는 그 골짜기 일대에 사는 다른 사람들과 유달리 다른 점이 없었던 것이다.
큰 바위 얼굴 - 2. 황금을 긁어모은 손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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