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 해질 무렵, 어머니와 어린 아들이 자기네 오두막집 문 앞에 앉아 큰 바위 얼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큰 바위 얼굴은 거기서 몇 마일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햇빛에 비쳐서 그 모양이 선명하게 드러나 보였다.
그런데 그 큰 바위 얼굴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높은 산이 둘러싸고 있는 분지가 있다. 그곳은 넓은 골짜기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대개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가파른 산허리의 빽빽한 수풀에 둘러싸인 장소에 통나무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골짜기로 내려가는 비탈이나 평지의 기름진 땅에 농사를 지으며 편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또 다른 곳에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마을을 만들어 살고 있다. 그곳에는 높은 산에서 흘러내리는 급류를 이용해 방직 공장의 기계를 돌리기도 한다. 아무튼 이 골짜기에는 주민들도 많고, 사는 모양새도 가지각색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 모두 큰 바위 얼굴에 대해 어떤 친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위대한 자연 현상에 대해 유난히 감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그 큰 바위 얼굴은 자연의 장엄한 장난으로 인해 빚어진 작품이었다. 그것은 사실 깎아지른 듯 가파른 언덕 위에 얹어진 몇 개의 바위덩이었다. 그 바위들이 잘 어울려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마치 사람의 얼굴처럼 보였던 것이다. 타이탄 같은 엄청난 거인이 절벽에 자신의 얼굴을 조각해놓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넓직한 아치 형 머리는 높이가 30미터나 되고, 갸름한 콧날에 넓은 입술... 만약 그 우람한 입술이 열려 말을 한다면 골짜기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마치 천둥소리처럼 울릴 것 같았다. 아주 가까이 가보면, 그 거대한 얼굴의 형체는 사라지고 커다란 바위들이 질서 없이 여기 저기 폐허처럼 포개져 있는 것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점점 뒤로 물러나서 바라보게 되면 그 신기한 형상이 점점 눈에 뚜렷하게 드러나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점점 더 사람의 얼굴과 비슷해진다. 그리고 그 거룩한 형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이 희미해질 만큼 멀어지면 큰 바위 얼굴은 마치 안개와 구름에 싸여 정말 살아있는 얼굴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곳 아이들이 구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자라나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 얼굴은 생긴 모습이 숭고하고 웅장한데다 표정이 다정했고, 마치 그 사랑 가운데서 온 인류를 포옹하고도 남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저 그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교육이 되는 셈이었다. 이 골짜기의 토지가 기름진 것도 언제나 이 골짜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 온화한 표정의 얼굴 덕분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았다. 구름을 찬란하게 꾸미고, 정다운 모습을 햇빛 가운데서 펼치고 있는 그 큰 바위 얼굴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아까 이야기를 시작한 부분으로 돌아가 보자. 어머니와 어린 소년은 오두막집 문 앞에 앉아서 지금 쳐다보고 있는 큰 바위 얼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어니스트였다.
"엄마!"
아이는 말했다. 그 때, 그 타이탄 같은 얼굴은 그에게 다정한 미소를 보내주는 것만 같았다.
"저 큰 바위 얼굴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저렇게 친절한 얼굴을 보면 목소리도 참 듣기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저런 얼굴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난 그 사람을 정말 너무너무 좋아할 거에요."
"옛날 사람들이 예언한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언제고 저것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어떤 예언 말이에요? 엄마, 어서 그 이야기 좀 해 줘요."
어니스트는 열심히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자기 역시 어니스트보다 더 어렸을 때 자기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어니스트에게 들려주었다.
그것은 과거에 벌어졌던 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이야기었다. 그러나 그것은 도한 오래 전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옛날에 이 골짜기에 살고 있던 아메리칸 인디언들 역시 그들의 조상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조상들은 그 이야기를 맨 처음 들려준 것은 산골짜기를 흐르는 시냇물, 나무 끝을 스치는 바람의 속삭임이었다는 것이다. 인디언의 조상들은 이 이야기가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그 이야기의 골자는 어느 땐가 장차 이 골짜기 근처에 한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는 고상한 인물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는 어른이 되면서 점차 얼굴이 큰 바위 얼굴을 닮아간다는 것이었다.
아직도 옛날 식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아주 열렬한 희망과 변하지 않는 믿음으로 이 오래 된 예언을 믿고 있다. 그런,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 예언을 믿고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기다려왔지만 그 소원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 옛날 이야기를 그저 허황한 이야기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아무튼, 예언이 말하는 그 위대한 인물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엄마! 엄마!"
어니스트는 손뼉을 치며 외쳤다.
"내가 커서 그런 사람을 만나보면 얼마나 좋을까?"
어니스트의 어머니는 애정이 풍부하고 생각이 깊은 여인이었다. 그래서 자기 아들의 커다란 소망을 깨뜨리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너는 아마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큰 바위 얼굴 - 1. 어린 소년과 큰 바위 얼굴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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