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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제
산밑까지 나려온 어두운 숲에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는 들려오고,
쫓기는 사슴이
눈 우에 흘린 따듯한 핏방울.
골짜기와 비탈을 따러 나리며
넓은 언덕에
밤 이슥히 횃불은 꺼지지 않는다.
뭇김승들의 등 뒤를 쫓어
며칠씩 산속에 잠자는 포수와 사냥개,
나어린 사슴은 보았다
오늘도 몰이꾼이 메고 오는
표범과 늑대.
어미의 상처를 입에 대고 핥으며
어린 사슴이 생각하는 것
그는
어두운 골짝에 밤에도 잠들 줄 모르며 솟는 샘과
깊은 골을 넘어 눈 속에 하얀 꽃 피는 약초.
아슬한 참으로 아슬한 곳에서 쇠북소리 울린다.
죽은 이로 하여금
죽는 이를 묻게 하라.
길이 돌아가는 사슴의
두 뺨에는
맑은 이슬이 나리고
눈 우엔 아직도 따듯한 핏방울……
(조선일보, 193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