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공주는 드디어 아주 커다란 늪에 도착했습니다. 살이 찐 커다란 바다뱀이 보기 흉한 노란색 배를 드러낸 채 이리저리 기어다니고 있었어요.

이 늪의 한가운데에 배가 난파당해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의 뼈로 만든 집이 서 있었습니다. 바로 거기에 마녀가 살고 있었어요.

"네가 지금 뭘 하려는 건지 난 이미 다 알고 있다."

마녀가 말했습니다.

"그건 어리석은 짓이지. 아름다운 작은 공주님... 하지만 넌 아무리 그래도 네 물고기 꼬리를 없애고 그 대신 인간들처럼 걸어 다니는 두 다리를 갖고 싶은 거겠지? 그 젊은 왕자와 영원히 죽지 않을 그 영혼을 얻고 싶어서 말이야."

마녀는 소름 끼치는, 기분 나쁜 목소리로 낄낄대며 웃었습니다.

"마침 때를 잘 맞춰 왔어. 내일 해가 뜨고 나면, 앞으로 1년이 지날 때까지는 너를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으니 말이야. 내가 아주 효과가 좋은 물약을 만들어 주마. 그걸 가지고 해가 뜨기 전에 육지로 나가야 한다. 그곳에서 그 물약을 마시는 거야. 그러면 네 꼬리가 떨어져나가게 된다. 그 대신 인간들이 갖고 있는 다리가 생기는 거야.

사람들은 너를 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라고 얘기할 거야. 하지만 네가 걸어다닐 때는 마치 날카로운 칼 위를 걷는 것처럼 무척 아플 거야. 하지만 별 수 없지. 네가 이 모든 것을 참아낼 수 있다면 내가 너를 도와주마."

"네, 그렇게 하겠어요."

인어 공주는 왕자와, 영원히 죽지 않는 그 영혼을 생각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마녀는 다시 말했어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야. 한 번 인간의 몸으로 변하면 두 번 다시 인어가 될 수 없어. 두 번 다시 네 언니들이나 아버지가 있는 궁전으로 내려올 수 없는 거야. 그리고 왕자가 진정으로 널 사랑하지 않으면... 넌 영혼도 얻지 못하고, 결국 네 심장이 쪼개지면서 넌 물위의 거품으로 변하고 만단 말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겠어요."

인어 공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몹시 떨고 있었습니다. 마녀는 또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도 요구가 하나 있다. 네 목소리는 여기 바다 밑에서 가장 아름답지. 넌 아마 그 목소리로 왕자를 홀릴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넌 그 목소리를 나에게 주어야 해. 그것으로 물약을 만들어야 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당신이 내 목소리를 가져가면 난 무얼 갖게 되나요?"

"아름다운 모습이지. 경쾌한 걸음걸이, 속삭이는 듯한 두 눈... 그것만 가지고도 넌 얼마든지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할 수 있어. 어때, 아직도 용기가 남아 있어? 그렇다면 이제 네 혀를 내밀어라. 그걸 잘라야 하니까 말이야."

"그렇게 하겠어요."

마녀는 그 마술 물약을 끓이기 위해 불 위에 솥을 얹었습니다. 그러더니 칼로 자기 가슴을 그어 검은 피를 나오게 해서, 그 핏방울을 뚝뚝 솥에 떨어뜨렸습니다. 그러자 솥에서 김이 솟아올랐습니다. 마녀는 계속해서 솥 안에 뭔가 이상한 물건들을 집어넣었습니다.

마침내 물약이 다 만들어졌습니다. 그 약은 마치 맑은 물처럼 보였습니다.

"자, 이제 네 혀를 다오."

마녀는 인어 공주의 혀를 싹둑 잘랐습니다.

이제 인어 공주는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노래를 부를 수도 없고, 말을 할 수도 없게 된 것입니다.

"네가 숲을 빠져나가려고 할 때 그 괴물 덤불들이 너를 잡으려고 하거든 이 물약을 한 방울만 떨어뜨려라. 그러면 그 덤불들의 팔다리가 산산이 부서질 거야."

그러나 인어 공주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 덤불들은 물약을 보자마자 소스라쳐 놀라 움츠러들었거든요. 인어 공주는 그 소용돌이 속을 쉽게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인어 공주는 궁전에 갔습니다. 무도회장의 불빛은 이미 꺼져 있었어요. 아마 다들 잠이 들었겠지요. 하지만 인어 공주는 그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제 여기를 영원히 떠나야 하니까요.

인어 공주는 아버지와 형제들을 생각하고 무척 슬펐습니다. 그래서 살그머니 정원으로 들어가 언니들의 꽃밭에서 꽃을 한 송이씩 꺾었어요. 그리고 나서도 인어 공주는 궁전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습니다.

인어 공주는 푸른 바다로 나왔습니다.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고, 달빛이 바다를 조용하게 비치고 있었어요. 인어 공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결심을 굳게 하고 물약을 마셨습니다.

마치 날카로운 칼이 부드러운 몸을 뚫고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인어 공주는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어요.

인어 공주는 해가 높이 떠오른 다음에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인어 공주는 실을 에이는 듯한 아픔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녀 앞에 아름다운 왕자님이 서 있는 것 아니겠어요?

왕자님은 검은 두 눈으로 인어 공주를 보고 있었습니다. 인어 공주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꼬리가 있던 자리에는 작고 하얀 두 다리가 있었습니다. 완전히 발가벗은 모습이었어요. 인어 공주는 부끄러워서 긴 머리카락으로 얼른 몸을 감췄습니다.

왕자님은 인어 공주에게 도대체 누구인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물었습니다. 인어 공주는 부드럽게 왕자님을 바라보았어요. 하지만 혀를 잘린 인어 공주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왕자님은 곧 인어 공주를 궁전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마녀가 말한 것처럼 인어 공주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치 날카로운 칼 위를 걷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인어 공주는 잘 참았습니다. 왕자님의 손에 이끌려 마치 비누방울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걸었습니다. 왕자님은 우아하고 가벼운 인어 공주의 걸음걸이를 보고 감탄했습니다.

인어 공주는 비단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어 공주는 궁전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였습니다. 하지만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노래를 부를 수도, 말도 할 수 없는 벙어리였어요.

인어 공주를 환영하는 무도회가 열렸습니다. 비단과 황금으로 단장한 여인들이 나와 노래를 불렀습니다. 왕자님은 박수를 치면서 여인들에게 미소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인어 공주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슬펐습니다.

'아, 왕자님의 곁에 오기 위하여 내 아름다운 목소리를 버렸다는 사실을 왕자님이 알아줄 수만 있다면!'

여인들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습니다. 인어 공주도 춤을 추었습니다. 발끝으로 마루 위에 서서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운 춤을 추었어요. 그 아름다운 춤은 여인들의 노래보다 훨씬 더 깊은 가슴 속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왕자님은 인어 공주의 아름다운 모습에 그만 넋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인어 공주는 발이 마루에 닿을 때마다 날카로운 칼에 찔리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인어 공주는 더욱 열심히 춤을 추었습니다.

왕자님은 인어 공주에게 승마복을 입혔습니다. 함께 말을 타기 위해서요. 인어 공주는 왕자님과 함께 말을 타고 초록색 숲을 달렸습니다. 작은 새들이 나무 가지 사이로 날아다니며 노래하고 있었어요. 높은 산에도 올라갔답니다. 그럴 때마다 부드러운 발에서 피가 흘렀지만 인어 공주는 오히려 즐겁게 웃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