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에는 둘째 공주가 허락을 얻어 바다 위로 올라갔습니다. 마침 해가 지고 있을 때였지요. 해가 지는 하늘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온 하늘이 황금처럼 보였지요. 그리고 그 구름들! 그래요, 그 아름다운 모습은 도저히 그려낼 수 없었답니다.
구름은 붉은 색과 바이올렛 빛을 띠고서 그녀의 머리 위로 노를 저어 갔습니다. 그리고 길고 하얀 면사포처럼 한 떼의 들오리들이 해가 떠 있는 물 위를 향해 구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날아갔습니다.
그녀는 해를 향해 헤엄쳐 갔습니다. 그러나 해는 곧 가라앉고 바다 표면과 구름 위의 장밋빛 홍조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셋째 공주가 올라갔습니다. 그녀는 자매들 중에서 가장 호기심이 많았답니다. 그래서 바다로 흘러드는 넓은 강을 따라 헤엄쳐 올라갔습니다.
그녀는 포도 넝쿨이 우거진 찬란한 초록 언덕과 찬란한 숲들 사이로 성을 보았습니다. 또한 공주는 새들이 아름답게 노래하는 것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햇볕이 어찌나 따뜻하게 비치는지 뜨거워진 얼굴을 식히기 위해 물 속으로 들락거려야만 했지요.
바닷가에서는 발가벗은 어린아이들이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지요. 공주도 그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공주의 모습을 보더니 놀라서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 때 작은 검은 색 동물이 공주에게 뛰어왔어요. 그 동물은 바로 개였지요. 그 개가 얼마나 크게 짖어대는지 공주는 무서워서 얼른 바다 속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셋째 공주는 바다 위에서 본 그 찬란한 숲과 푸른 언덕들, 그리고 물고기 같은 꼬리가 없이도 물 속에서 귀엽게 헤엄치던 그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넷째 공주는 그다지 호기심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그냥 바다 한가운데에 머물러 있었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그곳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말했습니다. 멀리 수평선이 바라다 보이고, 그 위로 하늘이 마치 유리로 만든 종처럼 펼쳐 있었다는 거예요. 또 멀리 지나가는 배들도 보았답니다. 배들은 마치 갈매기처럼 보였습니다. 돌고래들은 즐겁게 재주를 넘고, 커다란 고래들은 콧구멍을 물을 뿜어댔습니다. 마치 수백 개의 분수처럼 말이에요.
이제 다섯째 언니의 차례였습니다.
다섯째 공주의 생일은 마침 겨울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주는 다른 공주들이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다는 짙은 초록색이었습니다. 커다란 빙산들이 물위를 떠다니는 그 모습이 마치 진주처럼 보였습니다. 빙산은 사람들이 세운 교회의 종탑보다 더 컸고, 아주 멋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공주는 가장 커다란 빙산 위에 올라가 앉았습니다. 그러나 저녁이 되어 어두워지자 하늘이 온통 시커먼 구름으로 뒤덮였습니다. 번개가 치고, 천둥 소리까지 들렸습니다. 높은 파도가 일어나 커다란 빙산을 때렸습니다. 빙산들은 밝은 번개 불빛 가운데를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바다 위에 떠 있던 배들도 돛을 올렸습니다.
모든 것이 무서워 보였지만 공주는 그래도 떠 다니는 빙산 위에 걸터앉아 푸른 번개 불빛이 지그재그 모양을 그리며 바다로 내리뻗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바다 위로 올라갔던 공주들은 하나같이 그들이 보았던 새롭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자랑하면서 황홀한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바다 위로 나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곧 바다 위의 풍경에 대해서도 시들해졌습니다. 그러면서 바다 속 우리 집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녁이 되면 다섯 공주는 서로 손을 잡고 줄을 지어 바다 위로 올라가곤 했습니다.
인어 공주들은 그 어떤 인간보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답니다. 폭풍우가 다가올 때면 그들은 바다 위 배 가까이 다가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폭풍이 다가온다는 것을 선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선원들은 인어 공주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인어 공주들의 노래 때문에 폭풍이 다가온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그 선원들이 바다 속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배가 침몰하면 선원들은 모두 시체가 되어 바다 속 궁전으로 오게 되니까요.
언니들이 물을 헤치고 높이 올라가고 나면 막내 공주는 혼자 남아 언니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막내 공주는 울고만 싶었답니다. 하지만 인어들에게는 눈물이란 것이 없었습니다.
"아, 나도 빨리 열 다섯 살이 되면 좋으련만..."
막내 공주는 말했습니다.
"그러면 정말 저 위에 있는 세상과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을 텐데..."
세월이 흘러 마침내 막내 공주도 열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자, 보렴. 너도 이제 다 컸구나."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리 오렴. 너도 다른 언니들처럼 단장을 해야지."
할머니는 하얀 백합꽃으로 화환을 만들어 막내 공주의 머리에 씌워 주었습니다. 그 화환의 꽃잎은 하나하나 모두가 진주였어요.
할머니는 또 여덟 개의 커다란 굴을 공주의 긴 꼬리에 매달아 주었습니다.
"아파요!"
"하지만, 아름다워지려면 이런 건 참아야 한단다."
아, 막내 공주는 차라리 이런 온갖 장식들을 떼어 버리고 무거운 화환도 벗어버리고 싶었어요. 정원에 피어 있는 붉은 꽃들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말씀에 거역할 수는 없었어요.
"안녕!"
막내 공주는 마침내 그동안 꿈에 그리던 바깥 세상으로 올라갔습니다.
공주가 바다 위에 올라갔을 때에는 마침 해가 막 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노을에 붉게 물든 구름이 마치 장미꽃처럼 빛나고 있었어요. 그리고 밝게 빛나는 저녁 별들이 떠오르고 있었지요. 공기는 맑고, 바다는 파도 하나 없이 잔잔했습니다.
바다 위에는 돛대를 세 개나 단 커다란 배가 떠 있었습니다. 돛 가운데 하나만 감아 올려져 있었어요. 바다는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했습니다. 배의 활대에는 선원들이 올라가 앉아 있었어요. 배에서는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고, 등불이 몇 백개씩이나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온 세상 나라의 국기들이 바람에 펄럭이는 것 같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