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처럼 초라해지고 해골같이 야위어서 때로 그는 마을 근처 소작인들이 사는 가난한 집들 주위를 기웃거렸다. 어느날 그는 돌연 제일 외떨어진 낡은 집 앞에 서 있는 어린아이에게 덤벼들어 그 어린 아이가 뜯고 있던 굳은 빵을 와락 낚아챘다. 어린 아이는 놀라서 꼼짝을 못했으나 조그만 스피츠가 집에서 튀어나와 이 도둑에게 덤벼들었다. 그는 곧 빵을 놓고 도망쳤다.

바로 그 날 밤, 호프는 자기 전에 창가에 서서 어스름이 비치는 여름 밤 풍경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 때 목장 저편의 숲가에 개가 앉아있는 것이 눈에 띈 것 같았다. 기왕에 그의 행복이었던 그 장소를 꼼짝하지 않고 그리운 듯이 보면서 - 이 세상에 가장 충실한 개가 지금은 길러주는 임자도 없다니!

사냥꾼은 덧문을 닫고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일어나서 다시 창가로 갔다. 개의 모습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다시 잠자려 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이제 더 이상 그도 참을 수 없었다. 여하튼 그 개 없이는 견딜 수 없었다. 그 놈을 도로 데려오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이렇게 결심하니 마치 자신이 새로 태어난 것처럼 느껴졌다.

밤이 샐 무렵, 그는 옷을 챙겨 입고 점심 때 자기를 기다리지 말라고 늙은 아내에게 말하고 급히 문을 나섰다. 그러나 집에서 나온 순간, 그 발이 뭔가에 부딪혔다. 그가 멀리 가서 찾으려고 했던 바로 그 당사자였다. 크람밤부리가 마지막 숨을 쉬며 누워서 차마 넘어설 용기가 없었던 문지방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사냥꾼은 끝내 이 개를 체념할 수는 없었다. 개를 잃었다는 것을 잊고 있는 순간이 그로서는 가장 행복한 때였다. 그런 때는 흐뭇한 생각에 잠기면서 그의 유명한 습관 "기분이 어때, 크람밤부리..."를 노래 부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는 섬찟 놀라서 노래를 그치고 머리를 흔들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하는 것이었다.

"정말 아까웠지, 그 개는..."이라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