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장지기의 아내는 자기가 '부울리'라고 낮추어 부르는 이 개에게 짜증을 냈다. 이 여자는 곧잘 남편을 나무랐다. 늙은 아내는 하루 종일 설겆이나 세탁 또는 음식을 만들지 않으면 말 없이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다시 뜨개질을 할 즈음이면 뭐든지 지껄이고 싶은 심정이 될 것은 당연했다.

"항상 부울리하고만 말하지, 나하곤 할 말도 없느냔 말이예요, 호프? 개하고만 말하다 보니 사람과 말하는 법을 잊었나 보군요."

이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수렵장지기도 마음 속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도대체 아내와 무슨 얘기를 한단 말인가. 어린 아이는 아예 태어나지 않았고, 소를 기르는 것은 허락되지 않은데다 사냥꾼이란 사람이 가축에 흥미를 가질 리도 없었다. 살아있는 가축에는 전혀 흥미가 없고 구운 고기를 식탁에 놓아도 그리 마음에 당기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영유림의 일이라든가 사냥 이야기는 아내 쪽에서 흥미가 없었다. 나중에 호프는 이 딜레마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아 냈다. 크람밤부리와 얘기하는 대신 크람밤부리에 대한 얘기를 하기로 한 것이다. 가는 곳마다 그가 이 개와 기쁨을 같이 한 승리, 이 개가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킨 선망, 이 개의 대가로 주겠다는 것을 그가 코웃음치며 거절한 거액의 돈, 이런 얘기들을 들려 주었던 것이다.

2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날, 그가 일하는 백작 댁의 안주인인 백작 부인이 사냥꾼 집에 나타났다. 그는 이 방문의 의미를 금방 알아차렸다. 그래서 이 서글서글한 성품의 미모의 부인이 "호프, 내일은 백작의 생일인데..."라고 말을 꺼내자 그는 침착하게 싱글싱글 웃으면서 덧붙였다.

"그래서 마나님께서는 백작님께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다른 무엇보다 크람밤부리를 드리는 것이 가장 명예롭다고 여기시는군요."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호프" 백작부인은 이처럼 친절하게 뜻을 받아들이는 말을 듣고 만족한 나머지 얼굴을 붉히면서 감사의 말을 거듭하고 개의 값을 얼마나 주어야 할 것인지 물었다. 늙은 너구리같이 교활한 수렵장지기는 그러나 돌연 웃음을 거두고 공손하게 거리낌없이 말했다.

"마님! 만약 이 개가 성에 머문다면, 온갖 줄을 물어뜯지 않고, 사슬도 끊지 않고, 혹은 줄도 사슬도 끊지 못하고 그냥 목을 매어 죽기라도 한다면 그 때 이 개는 공짜로 마님 것입니다. 그 때는 이 개는 이미 나에게는 아무 가치도 없으니까요."

그 개가 물어 뜯으려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목매어 죽은 아니었다. 그 전에 백작 편에서 이 고집이 센 개에게 넌덜머리가 났기 때문이다. 애정으로 따르게 하려 해도 소용이 없고, 준엄하게 다루어 길들이려 해도 헛수고였다. 개는 가까이 오는 사람 누구에게나 물려고 덤비고, 밥에는 전혀 입도 대지 않고 본래 별로 살이 붙어있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더욱 야위었다.

몇 주일 후 호프는 그의 똥개를 데려가도 괜찮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가 재빨리 백작댁으로 가서 개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엄청나게 환희에 찬 재회의 장면이 연출됐다. 크람밤부리는 미친 듯 짖어대며 주인에게 뛰어들고 앞발을 주인의 가슴에 대고 노인의 눈에 흐르는 환희의 눈물을 혀로 핥았던 것이다.

이 행복한 날 밤, 주인과 개는 함께 술집으로 갔다. 사냥꾼은 의사와 관리인을 상대로 카드 놀이를 하고 크람밤부리는 주인 뒤 구석에서 졸고 있었다. 이따금 그 주인이 개 쪽을 돌아보면 아무리 깊이 잠든 듯 하다가도 개는 금방 꼬리로 마루를 두들기며 마치 "여기 대령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호프가 저도 모르게 승리의 노래라도 부르듯 "기분이 어때, 크람밤부리?"라고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하면, 개는 위엄과 경의에 차서 몸을 일으키고 그 밝은 눈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기운이 팔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