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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백작 소유의 삼림 근처 일대에 밀렵꾼 패거리가 나타나 방약무인하게 휘저으며 숲을 마구 망가뜨리는 일이 벌어졌다. 그 두목은 방탕으로 몸을 망친 사나이라는 소문이었다. 소문이 좋지 않은 어느 수상한 술집에서 브랜디를 마시는 이 사나이를 만난 나무꾼들도, 이 사나이의 뒤를 밟았지만 한 번도 붙들지 못한 삼림 감독관들도 이 두목을 가리켜 '노란 사나이'라고 불렀다. 불량배들 가운데 그를 위해 스파이 짓을 하는 놈들도 있었지만, 이 패들도 역시 그를 노란 사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 사나이는 여태껏 착실한 사냥꾼들에게 시비를 건 녀석들 중에서도 가장 후안무치한 부류였다. 그 자신도 원래는 사냥꾼 출신이었음에 틀림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토록 정확하게 짐승을 찾아내고, 그토록 교묘하게 자기에게 던져진 올가미들을 피할 리가 없었다.
짐승과 숲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삼림을 지키던 관계자들은 모두 격분했다. 이렇게 되자 숲에서 하찮은 잘못을 저지르고 현장에서 잡힌 사람들이 여느 때보다 혹독한 처벌을 받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난처한 것은 이런 처벌이 종종 적정선을 넘어서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동네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원성이 자자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그 원성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삼림 감독주임에게는 선의의 경고가 쏟아져 들어왔다. 밀렵꾼들이 기회만 있으면 그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맹세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대담하고 성질이 괄괄한 삼림 감독주임은 그런 소문을 한 귀로 흘려버렸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하게 부하들에게 잘못을 엄격하게 처벌할 것, 그로 인해 생기는 만일의 불상사는 전적으로 자기 혼자 책임을 지겠다고 공포했다.
삼림 감독주임은 특히 수렵장지기 호프에 대해 거듭거듭 직무를 엄격히 할 것을 지시하고 때로는 단호하지 못하다고 호프를 나무라기도 했다. 그러나 노인은 그 말을 듣고도 다만 웃기만 했다. 이럴 때 그가 위에서 내려다 보며 눈을 찔끔하면 크람밤부리는 커다랗게 마치 멸시하듯 하품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개도 그 주인도 삼림 감독주임을 전혀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삼림 감독주임은 호프에게 기품있는 사냥 기술을 가르쳐 준, 잊지 못할 사람의 아들이었다.또 호프 자신도 이 삼림 감독 주임이 어린 소년이었을 때 마찬가지로 사냥을 가르쳐 주었다. 이 소년 때문에 무척 애를 먹기도 했지만, 그는 그 노고를 지금도 기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자기가 가르친 아이가 잘 자란 것이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때문에 삼림 감독주임이 딴 사람들과 똑같이 그를 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했던 것이다.
6월의 어느 아침, 그는 숲속에서 삼림 감독주임이 형벌을 가하고 있는 현장을 마주쳤다.
그곳은 잘 가꾼 보리수 숲이었다. 이 둥그런 숲은 백작 소유림 근처였고, 삼림 감독주임이 무척 아끼던 곳이었다. 꽃이 한창인 보리수 숲에 어린 소년들이 열명 씩 꽃에 덤벼든 것이다. 아이들은 마치 다람쥐처럼 아름다운 나뭇가지를 타고 돌며 잡히는 가지란 가지는 몽땅 꺾어 땅에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 둘이 재빨리 이 가지를 주워 받아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삼림 감독주임이 현장에 갔을 때 바구니는 이미 반 이상 향기 그윽한 약탈품으로 채워 있었다. 삼림 감독주임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부하 삼림 감독관들에게 명령, 소년들이 아무리 높은 곳에 올라가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무를 마구 흔들어대 땅에 떨어지게 했다.
아이들은 얼굴이 벗겨지고, 팔뼈가 빠지거나 혹은 다리뼈가 부러져 신음하고 울면서 산림 감독주임 발 밑을 기어다녔다. 그 와중에 감독주임은 직접 바구니를 든 두 여자를 두들겨 팼다. 그 중 한 여자는 노란 사나이의 정부로 무척 방자한 여자라는 소문을 호프는 들어 알고 있었다. 산림 감독주임이 호프에게 여자들의 바구니와 머릿수건, 소년들의 모자를 증거물로 재판소에 가져가도록 지시했을 때 그의 마음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