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들은 결국 직접 피에로를 데려가기로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피에로에게도 좋다는 것이 로즈의 의견이었다. 함부로 취급 당하는 일도 없고 또 자기의 운명을 미리서 짐작하는 일도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날이 어두워지면 둘이 함께 피에로를 데리고 초가집까지 가기로 했다.

그날 밤에는 비록 조금이지만 수프에 버터까지 섞어서 아주 듬뿍 피에로에게 먹였다. 개는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그릇을 다 비웠다. 그리고 무척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흔들어댔다. 그러는 피에로를 로즈가 집어들어 앞치마에 싸 안았다.

두 사람은 마치 농작물을 훔치는 사람들처럼 성큼성큼 서둘러 들판을 가로질렀다. 드디어 진흙 석회 구멍이 보였다. 둘은 거기에 닿았다. 르페브르 부인은 구멍 위로 허리를 구부리고 귀를 기울였다. 혹시 안에서 개가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 그러나 조용하다. 그 안에 한 마리도 없는 것이다. 피에로는 혼자 있게 되는 것이다.

로즈는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그리고 개를 안고 몇 번 볼에 부벼댔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대로 구멍 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은 귀를 바짝 기울이며 구멍 안을 들여다 보았다.

처음에는 뭔가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숨돌릴 틈도 없이 비통한 짧은 외침, 절망적인 울음소리 등이 그 뒤를 따랐다. 버려진 개가 입구 쪽으로 머리를 들고 뭔가 호소하고 있다. 그 애원하는 듯한 소리!

짖는다! 짖어댄다! 아아, 세상에 저렇게 짖어대다니!

두 여자는 등골이 오싹한, 끔찍할 정도로 후회하는 심정에 사로잡혔다.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미칠 것 같은 공포에 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기서 도망쳤다. 로즈의 발걸음이 더 빨라 르페브르 부인은 목청껏 소리쳤다.

"같이 가! 로즈, 같이 가자니까!"

그날 밤 두 사람은 끔찍한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르페브르 부인은 식탁에 앉아 수프를 막 먹으려는 참이었다. 그녀가 수프 그릇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 피에로가 앉아 있었다. 피에로는 그녀에게 덤벼들어 코를 물어뜯었다.

그녀는 소스라쳐 놀라 눈을 떴다. 아직도 피에로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귀를 곤두세웠지만 역시 착각일 뿐이었다.

그녀는 다시 잠에 빠졌다. 이번에는 끝없이 멀리 뻗어나간 길에 서 있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그 길을 그녀는 계속 걸었다. 문득 길 한복판에 광주리 하나가 놓여있는 게 눈에 띄었다. 농부들이 흔히 쓰는 그런 커다란 광주리가 하나 길에 버려져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 광주리가 무서워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도저히 그 광주리를 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안에 웅크리고 있던 피에로가 역시 그녀의 손을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정신없이 뛰었지만 개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여전히 그녀를 물고, 팔에 매달려 축 늘어져 있었다.

날이 훤하게 밝아왔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미친 듯이 바로 그 진흙 석회 구멍으로 달려갔다.

개는 짖고 있었다. 아직도 짖고 있는 것이다. 아마 밤새도록 저렇게 짖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다정스럽게 개의 이름을 불렀다. 개도 아래에서 그녀에게 대답했다. 온갖 종류의 울음소리를 다 질러댔다. 애정에 가득 찬 그런 소리였다.

르페브르 부인은 다시 한번 강아지를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죽는 최후의 그 순간까지 개를 행복하게 해주리라 마음속 깊이 다짐하고 맹세했다.

그녀는 진흙 석회를 파내는 인부에게 달려갔다. 인부는 평소에 우물을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사정 이야기를 다 했다. 그는 말없이 그녀의 얘기를 들었다. 그녀가 얘기를 마치자 그는 입을 열었다.

"껭을 다시 꺼내시려구요? 그럼 먼저 4 프랑을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