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루우종에게

미망인인 르페브르 부인은 이를테면 시골뜨기 아주머니였다. 리본을 제멋대로 달고 술이 달린 모자를 쓰고 싶어하는 서민풍의 시골 아주머니 말이다. 시골 사투리만 쓰는 주제에 사람들 앞에 나서면 괜히 시건방지게 굴었다. 더덕더덕 회칠을 한 것 같은 우스운 겉모양 속에 짐승의 마음을 품고 있는 그런 인물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마치 동상이 걸린 손을 비단 장갑 속에 감춘 것이나 비슷하다.

그녀에게는 하녀가 한 사람 있었다. 로즈라는 이름의 마음씨 좋은 시골 여자였다.

두 여자는 초록색 블라인드가 달린 작은 집에 살고 있었다. 노르망디의 꼬오 지방 중심부의, 한길가에 있는 집이었다.

집 앞에는 자그마한 정원이 있어서 두 사람은 거기에 야채를 조금 심었다.

그런데 어느날 밤, 도둑이 들어 거기서 양파를 두어 개 가량 훔쳐갔다.

도둑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자 로즈는 곧장 주인 아주머니에게 뛰어갔다. 아주머니는 모직 스커트만 입은 차림으로 집에서 뛰쳐나왔다. 울고불고, 공포에 떠는 엄청난 소동이 벌어졌다. 세상에나! 도둑이 들어온 것이다. 르페브르 부인 집에 도둑놈이 들어오다니! 그러고 보면 이 지방에 지금 도둑이 날뛰고 있다는 얘기다. 언제 또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두 여자는 벌벌 떨면서 발자국을 조사해보았다.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요모조모 머리를 써서 추측도 했다.

"어머, 어머, 이것 좀 봐! 여기서 이렇게 넘어온 거야. 벽에 발을 대고 정원 한가운데로 뛰어내린 거야!"

이런 사실을 생각하자 앞으로가 더 무서웠다. 이제 편하게 잠을 자기는 다 틀렸다.

도둑이 들었다는 소문은 금방 퍼졌다.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직접 눈으로 도둑이 든 곳을 조사하고, 여러 가지 대책이랍시고 의견들을 내놓았다. 두 여자는 사람들이 올 때마다 자신들이 살펴본 것과 온갖 의견을 떠들어댔다.

근처에 사는 농부가 한 마디 충고했다.

"개를 키우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래, 그래 바로 그거야. 개를 키우면, 개가 눈을 부릅뜨고 지키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커다란 개는 정말 싫다. 그걸 키우다가 도대체 무슨 꼴을 당할지 알 수 없다. 그놈이 먹는 것만 해도 무슨 재주로 감당할 것인가. 그러니까 왕왕 짖어대는 조그마한 껭이라면 또 모르지. 노르망디에서는 '쉬엥(개)'을 '껭'이라고 부른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자 르페브르 부인은 곧 오랜 시간에 걸쳐 개를 가져오는 문제를 토론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볼수록 여러 가지 곤란한 문제들이 연이어서 튀어나왔다. 무엇보다 먼저 개의 밥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밥그릇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럴 때마다 등골이 오싹했다.

이것은 르페브르 부인이 저 인색하기 짝이 없는 시골뜨기 아주머니들과 마찬가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여자들은 또 특이한 버릇이 있다. 잔돈푼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지나가는 거지에게는 보라는 듯이 인심을 쓰는 것이다. 또한 주일날의 헌금은 단 한 번도 거른 일이 없었다.

로즈는 동물을 좋아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꾀를 내서 될 수 있는 대로 개를 키우는 방향으로 얘기를 몰고 갔다. 그래서 결국 두 여자는 아주 작은 놈으로 개를 한 마리 키우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사방으로 연줄을 대서 개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개가 들어오는 놈들마다 어쩌면 그리도 덩치가 큰지… 수프를 몇 그릇씩 걸신들린 듯 먹어치우는 놈들뿐이었다. 얘기만 들어도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롤르빌리에 사는 어떤 가게 주인이 몸집이 아주 작은 놈을 하나 키우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지금까지 개를 먹인 값으로 오 프랑이나 달라고 요구했다. 르페브르 부인은 그 자리에서 잘라 말했다. 나는 껭을 한 마리 먹여 키울 각오는 하고 있다. 하지만 돈을 내고서 살 생각은 추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