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가씨도 주위에서 무슨 바스락 소리만 들려도, 깜짝 소스라치며 내게로 바싹 다가 앉고는 했습니다. 저편 아래쪽 연못에서 처량하고 긴 소리가 은은하게 소용돌이치며 우리가 앉아 있는 산등성이로 치솟아 올랐습니다. 바로 그 순간, 아름다운 한 줄기 유성이 우리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마치 금방 우리가 들은 그 정체 모를 울음 소리가 한 가닥 광선을 뿌리며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저게 무얼까?"
스테파네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어떤 영혼이 천국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이렇게 대답하고 나는 성호를 그었습니다.
아가씨도 나처럼 성호를 따라 긋고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며 뭔가 깊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윽고 아가씨는 불쑥 이렇게 묻더군요.
"그런데 너희들 목동은 모두 점쟁이라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니?"
"천만에요, 아가씨. 그렇지 않아요. 다만 여기서 우리는 보통 사람들보다 별들과 더 가까이 지낼 뿐이랍니다. 그러니, 저 아래 평지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별들 가운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더 잘 알 수 있답니다."
아가씨는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손으로 턱을 괸 채 염소 모피를 두르고 있는 그 모습은, 영락없이 귀여운 천국의 목자 그대로였습니다.
"별이 저렇게 많다니! 참 너무나 아름다워! 저렇게 많은 별은 생전 처음이야. 넌 저 별들 이름을 잘 알겠지?"
"그렇답니다, 아가씨. 자! 바로 우리들 머리 위 저게 '성 자크의 길(은하수)'이랍니다. 프랑스에서 곧장 에스파니아 하늘까지 이어지지요. 용감한 샤를마뉴 대왕께서 사라센 사람들과 전쟁을 할 때, 바로 갈리스의 성 자크가 대왕께 길을 알려주기 위해 저걸 그어놓은 거지요."
"좀더 저 쪽으로 '영혼들의 수레'와 번쩍이는 굴대 네 개를 보세요. 그 앞에 있는 별 세 개가 '세 마리 짐승'이고, 그 세 번째 별 옆에 있는 아주 작은 꼬마 별이 '마부'이구요, 그 언저리에 온통 빗발처럼 쏟아지는 별들이 보이죠? 그건 하나님께서 당신 나라에 들여놓지 않는 영혼들이랍니다."
"저편 그 아래쪽을 보세요. 저게 '갈퀴' 또는 삼왕성(오리온)이랍니다. 우리 목동들에게 시계 노릇을 해 주는 별이지요. 그 별을 쳐다보기만 해도, 나는 지금 시간이 자정을 지났다는 걸 알 수 있답니다. 그리고 남쪽으로 좀더 아래로 보이는 반짝이는 별이, 별들의 횃불인 쟝 드 밀랑(시리어스)이랍니다."
"저 별에 관해서는 목동들 사이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전해오고 있어요. - 어느 날 밤, 쟝 드 밀랑은 삼왕성과 '병아리 장(북두칠성)'들과 함께 친구 별의 잔치에 초대를 받았대요. '병아리 장'은 남들보다 일찍 서둘러 떠나 맨 먼저 윗길로 들어갔지요. 저 위쪽 하늘 한복판을 보세요. 그리고 삼왕성은 좀 더 아래로 곧장 가로질러 '병아리 장'을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게으름뱅이 쟝 드 밀랑은 늦잠을 자다가 그만 꼬리가 되고 말았어요. 그래 화가 나서 그들을 멈추게 하려고 지팡이를 집어 던졌어요. 그래서 삼왕성을 '쟝 드 밀랑의 지팡이'라고도 부른답니다..."
"하지만, 역시 모든 별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별은요, 아가씨, 그건 뭐니뭐니 해도 역시 우리들의 별, 저 '목동의 별'이랍니다. 우리가 새벽에 양 떼를 몰고 나갈 때나 저녁에 다시 몰고 돌아올 때, 한결같이 우리를 비추어 주는 별이죠. 우리는 그 별을 마글론이라고 부릅니다. '프로방스의 피에르' 뒤를 쫓아가서 칠 년에 한 번씩 결혼하는 예쁜 마글론 말입니다."
"어머나! 별들도 결혼을 하니?".
"그럼요, 아가씨".
그리고 나서, 그 결혼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 주려고 할 때, 나는 무언가 싸늘하고 부드라운 것이 살며시 내 어깨를 누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가씨가 그만 졸음에 겨워 무거워진 머리를, 리본과 레이스와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앙증맞게 비비며, 가만히 내 어깨에 기대온 것이었습니다.
아가씨는 먼동이 환히 터올라 별들이 해쓱하게 빛을 잃을 때까지 꼼짝 않고 그대로 내게 머리를 기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잠든 얼굴을 지켜보며 꼬빡 밤을 새웠습니다. 가슴이 설렜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오직 아름다운 것만을 생각하게 해 주는 맑은 밤하늘의 보호를 받아, 성스럽고 순결한 생각을 잃지 않았습니다.
우리 머리 위에서는 총총한 별들이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양 떼처럼 고분고분하게 조용하게 움직여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 저 숱한 별들 가운데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곱게 잠들어 있노라고.
<끝>
별 - 4. 별들의 이야기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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