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지방 어떤 목동의 이야기-
내가 뤼르봉 산에서 양을 치고 있을 때였습니다. 난 그 때 혼자 목장에 남아 몇 주일씩 사람 그림자도 구경 못하고, 양 떼와 검은 사냥개만을 상대하고 있었습니다. 약초를 찾는 몽들뤼르의 은자가 가끔 지나가기도 하고, 피에몽에서 온 숯 굽는 사람이 거무튀튀한 얼굴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 외로운 생활을 해온 데다,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소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남에게 말을 거는 취미도 없지만, 설혹 있다 해도 지금 산 아래 마을이나 읍에서 뭐가 화제거리로 오르는지 도무지 모르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두 주일마다 보름치 양식을 실어다 주는 우리 농장 노새의 방울 소리가 언덕길에서 들려오고 농장에서 일하는 꼬마 미아로의 똘똘한 얼굴이나 늙은 노라드 아주머니의 다갈색 모자가 언덕 위로 넘어올 때면 나는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나는 어느 집 어린이가 영세를 받았고, 누가 결혼을 했는지, 산 밑에서 일어난 소식을 캐묻곤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관심을 쏟는 것은 주인댁 따님, 이 근처 백 리 안에서 가장 어여쁜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어떻게 지내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척, 아가씨가 얼마나 자주 잔치에 가고 저녁 나들이를 하는지, 지금도 새로 나타난 멋쟁이들이 계속 아가씨의 환심을 사러 오는지 따위를 넌지시 알아보았죠.
만일 어떤 사람이 "산에서 양 떼나 돌보는 목동인 너, 보잘 것 없는 네가 그런 건 알아서 무얼 하려고?"하고 묻는다면, 나는 지금도 대답할 수 있습니다. - 그때 내 나이 스무 살이었다고. 그리고,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그때까지 한평생 내가 봤던 사람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고.
별 - 1.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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