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그녀는 친구를 찾아가 자기의 처지를 이야기했다. 포레스터 부인은 거울 달린 장롱으로 가서 커다란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며 로와젤 부인에게 말했다.

"자, 좋은 걸로 골라 봐."

로와젤 부인은 먼저 팔찌를 보고 그리고 진주 목걸이, 다음에는 기막힌 솜씨로 세공한 금과 보석으로 된 베네치아 산 십자가 장신구를 살펴 보았다. 거울 앞에 서서 이것 저것 달아보고, 망설였다. 그렇다고 쉽게 단념하고 돌려주지도 못했다.

"딴 건 없어?"

"또 있어, 찾아 봐. 어떤 게 네 마음에 들지 나는 모르니까."

한 순간, 로와젤 부인은 바라던 것을 찾았다. 까만 비단으로 싸인 상자 속에 찬란한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있었다. 그녀의 가슴은 억제할 수 없는 욕망 때문에 몹시 울렁거렸다. 그것을 집으며 그녀의 손은 떨렸다. 목걸이가 감추어지는 옷이었지만 그래도 그 목걸이를 달아 보고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보면서 도취됐다.

그녀는 주저하며 불안에 목이 잠겨 물었다.

"이거 빌려줄 수 있어? 이것만 있으면 충분해."

"그럼, 그럼. 괜찮아."

로와젤 부인은 친구의 목을 껴안고 마구 입을 맞추고 보석을 갖고 도망치듯 돌아갔다.

파티 날이 왔다. 로와젤 부인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녀는 어느 여자보다 아름다웠다. 점잖고, 우아하고, 명랑하게 웃고, 너무 기뻐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남자란 남자는 모두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그녀를 소개 받고 싶어했다. 정부의 높은 사람들이 모두 그녀와 왈츠를 추려고 했다. 장관조차도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취한 듯한 기분으로 정신 없이 춤을 추었다. 쾌락에 취해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 미모의 승리, 이 밤의 영광스러운 성공, 이 모든 아부와 찬미... 욕망이 일깨워지고, 여자의 가슴에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하기만 한 승리, 그러한 것에서 생기는 행복의 구름, 그 속에서 일체를 잊었다.

파티는 새벽 네 시가 되어서야 겨우 끝이 났다. 남편은 자정이 지나자 다른 세 사람의 남자와 함께 사람이 드문 조그만 방에서 자고 있었다. 이 세 신사의 부인들도 한바탕 맘껏 즐겼던 것이다.

남편은 아내의 어깨에, 돌아갈 때 입으려고 갖고 온 옷을 걸쳐 주었다. 평상시 입는 소박한 옷으로 무도회의 화려한 의상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 역시 그걸 느끼고 급하게 길거리로 몸을 피하려 했다. 화려한 모피를 휘감은 귀부인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로와젤이 그걸 말렸다.

"기다려, 그대로 밖에 나갔다간 딱 감기 걸리기 좋아. 내가 마차를 불러오겠어."

그러나 그녀는 귀담아 듣지 않고 재빨리 계단을 내려갔다. 두 사람이 거리에 나오자 차라곤 한 대도 눈에 띄지 없었다. 둘은 멀리 달려가는 마차들을 부르면서 거리를 걸었다.

마차를 찾을 수 없자 둘은 맥이 풀려 추위에 벌벌 떨면서 세느 강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강가에서 겨우 마차 한 대를 잡았다. 낡아빠진, 밤에만 나타나는 작은 마차로 대낮의 파리에서는 그 초라한 모습이 부끄러워 나타나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마차였다.

이 초라한 마차를 타고 두 사람은 마르치르 거리 그들의 집에까지 갔다. 그들은 침울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갔다. 이제는 모든 것이 끝이다... 그녀는 감회에 잠겼다. 남편은 아침 열 시에는 직장에 나가야 한다는 것에 새삼 생각이 미쳤다.

그녀는 어깨를 감싼 옷을 벗어 던지고 거울 앞에 서서 다시 한 번 자기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려 했다. 돌연 그녀는 앗 소리쳤다. 목걸이가 없어진 것 아닌가.

벌써 반쯤 옷을 벗은 남편이 그 소리를 들었다.

"왜 그래?"

아내는 미친 것처럼 남편을 돌아 보았다.

"그... 글쎄... 포레스터 부인에게서 빌려온 목걸이가 없어졌어요."

남편도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뭐, 뭐라고? 설마..."

둘은 함께 드레스의 갈피, 망토의 구석구석 주머니 속까지 다 찾아보았다. 목걸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몇 번이나 물었다.

"무도회에서 나올 때 분명히 갖고 있었어?"

"그럼요. 저택 현관을 나올 때 손으로 만져 본 걸요."

"하지만 거리에서 없어졌다면 떨어지는 소리라도 났을 텐데. 마차에서 떨어트린 것이 틀림없어."

"그래요. 그런 것 같아요. 마차의 번호 기억하세요?"

"아니, 당신은? 당신은 번호 못 봤어?"

"보지 못했어요."

두 사람은 절망적으로 얼굴을 마주 봤다. 결국 로와젤은 다시 옷을 입었다.

"우리들이 걷던 길을 다시 한 번 가보지. 혹시 찾을지도 모르니까."

그는 나갔다. 그녀는 야회복을 입은 채, 잠자리에 들어갈 힘마저 빠져 털썩 의자에 주저앉아 불기도 없는 곳에서 아무 생각도 못하고 꼼짝 못하고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