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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날 저녁, 남편이 손에 큰 봉투를 들고 신이 나서 돌아왔다. "이것 봐, 이거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야."
아내는 급히 봉투를 열어 인쇄한 카드를 꺼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문부성 장관 및 그 조르쥬 랭뽀노 부인은 로와젤 씨와 그 부인을 오는 1월 8일 월요일 밤 관저에 오십사 초대합니다.'
그러나 남편의 기대처럼 기쁜 마음으로 어쩔 줄 몰라 하기는커녕, 아내는 분한 듯 식탁 위에 초대장을 내던지며 중얼거렸다.
"이걸 갖고 어떡하라는 거죠?"
"아니 여보, 난 당신이 기뻐할 줄 알았는데... 여간해서 외출하는 일도 없으니 이건 참 좋은 기회야. 이걸 얻으려고 다들 무척 애를 썼지. 서로 이걸 가지려고 했으니까. 원하는 사람이 많은데다 더구나 아래 사람들에겐 몇 장 나오지도 않았어. 가봐, 이름 있는 사람들만 모이거든."
아내는 약이 오른 눈초리로 남편의 얼굴을 쳐다 보다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뭘 입고 가라는 거예요, 그런 곳엘 말이예요?"
남편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치 못했다. 그는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극장에 갈 때 입는 옷 있잖아. 그것 참 좋아 보이던데... 내겐..."
남편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멍하게 아내를 바라봤다. 울고 있지 않은가. 커다란 눈물 방울이 두 눈 끝에서 입 가로 스르르 떨어지는 것이었다.
"왜, 왜 그래?"
남편은 더듬듯 말했다.
간신히 괴로운 심정을 가라앉힌 아내는 젖은 볼을 닦으며 조용히 말했다.
"아무 것도 아니예요. 다만, 제겐 나들이 옷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 파티에는 갈 수 없어요. 옷이 많은 부인이 있는 동료 어느 분에게나 초대장을 드리세요."
남편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여보, 마띨드, 어때... 얼마쯤이나 하는 거야? 그런 데 입고 나가서 부끄럽지 않고 다른 때도 입을 만한 그런 옷 말이야? 멋있으면서도 수수한 그런 옷으로 말이야."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여러 가지로 계산을 해봤다. 조금 밖에 벌지 못하는 이 하급 관리 남편이 깜짝 놀라서 대뜸 비명을 지르며 거절하지 않을 정도로 돈을 타내려면 얼마 정도를 말해야 할까.
마침내 주저하면서 그녀는 대답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4백 프랑만 있으면 그럭저럭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남편은 약간 창백해졌다. 꼭 그만한 돈을 따로 남겨 두었던 것이다. 엽총을 사서 오는 여름에 친구 너댓 명과 함께 낭떼르 근교로 사냥을 갈 예정이었다. 그 친구들은 매주 일요일마다 그 쪽으로 종달새를 잡으러 가곤 했다.
그렇지만 남편은 대답했다.
"좋아. 4백 프랑은 어떻게든 만들어 보지. 대신 멋진 옷을 만들어야 해."
무도회 날이 가까워졌다. 로와젤 부인은 뭔가 생각에 잠겨 불안하고 안절부절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들이 옷은 이미 다 완성돼 있었다. 그래서 어느날 저녁 남편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당신 사흘 전부터 뭔가 이상한데..."
아내는 대답했다.
"장신구랄 게 하나라도 있어야죠. 보석 한 개도 없어요. 몸에 붙일 것이 하나도 없다니, 궁상을 떠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날 밤 모임엔 숫제 안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남편은 대답했다.
"꽃이라도 달면 되잖아. 계절이 계절인 만큼 산뜻할 거야. 10프랑만 내면 아주 멋있는 장미꽃 두세 송이는 살 수 있을걸."
아내는 코웃음을 쳤다.
"안돼요... 돈 많은 여자들 틈에 끼어 궁색한 꼴을 보이는 것처럼 창피한 건 없어요."
갑자기 남편이 큰 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바보로군! 당신 친구 포레스터 부인에게 가서 장신구 좀 빌려 달라고 부탁하면 되잖아. 서로 친하니까 그 정도 부탁은 들어 줄 거야."
아내는 환호성을 올렸다.
"참, 그래요. 어쩜 그 생각을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