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이곳은
지하로 내려갔던 광부가
다시 돌아와 뚫어놓은 막장이다.
혁명가가 살고 있는 곳이다.
세상 대신 세간을 때려 부수고
혁명 대신 혁대를 풀어
아내를 후려치는 곳이다.
바다를 두려워하는 선원이
그의 배를 끌고 와 살고 있는 곳이다.
용마루 너머 그의 배의 용골이
시치미 떼고 숨어 사는 곳이다.
간수도 없는 고적한 감방이다.
모서리 한 줌 흙에
들국화 한 포기가 갇혀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