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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산길에 사람의 눈이 마주치면 피었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화르르 져버리는 꽃이 있었다. 깊은 산 속엔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 지는 꽃도 있다고 하지만, 저렇게 사람에 연연하는 꽃도 아름답지 않은가. 푸른 풀숲에 피어나는 붉은 꽃 같은 장끼의 옆모습이 보였다. 동화(同化)를 거부하는 저 불타는 분노, 그 이면에는 못내 인간을 그리워하는 연모(戀慕)의 옆얼굴도 있었다. 꽃은 그저 우연히 피었다 질뿐인데 정작 그는 그 꽃을 못 잊어 점점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