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거야. G는 첫째 이 일치시키는 힘이 없었고, 둘째 상대방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걸세. 가령 누군가 감춘 물건을 찾는다고 하세. 찾는 사람이, 자기가 그런 경우에 감추었을 지점을 찾는다면 실패할 것이 뻔하지. 즉 그들은 상대방을 너무 단순하고 쉽게 생각하고 덤빈 거야. 다시 말하면 그들이 한 조사는 원리의 융통성이라는 것이 없었단 말야."

"사건이 생길 때마다 고작 그들은 자신들이 원래 써오던 수법의 범위를 약간 넓히는 정도에 불과해. 그나마 아주 큰 보수가 주어질 경우에나 그런 적용이라도 하는 걸세. 결국 중요한 원칙을 무시하다 보니,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지. 이번 편지 사건만 해도 그들은 지금까지 해오던 수사 방법을 전혀 바꾸지 않고, 기껏 구멍을 뚫어본다, 바늘로 찔러 본다, 두드려 본다, 확대경으로 살펴본다는 따위, 즉 여느 때 쓰던 수사 방법의 규모를 좀 키웠을 뿐이네."

"다시 말하면 G는 오랜 경험 즉, 누군가 무엇을 숨기려면 의자 다리나 책상의 널판지 등에 감춘다는 식의 경험에 근거해 수사 방향을 지레짐작한 거야. 그렇게 수사를 진행했으니, D 장관 같은 고수에게 통하지 않았을 게 뻔하지. 또, D 장관이 바보 아니면 시인이라고 섣불리 단정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었어."

"D 장관이 시인이라는 말은 사실인가?"

"그의 형제들이 모두 문필가로 유명하다는 것은 사실이야. 그러나 D 장관은 미분학에 관한 책을 낼 만큼 수학에는 뛰어나지만, 시인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나 만일 D 장관이 수학자에 불과했다면, G가 나에게 수표까지 주지는 않았을 거야. 그는 수학자인 동시에 시인이기도 했지. 그래서 나는 그러한 특징을 중심으로 방법을 생각 해봤지. 그는 행정관이고 또한 대담한 성격이지. 그런 사람이라면 보통 방법으로 편지를 감출 리가 없다고 봤지."

"그는 경찰이 무슨 일을 할 것인지도 미리 짐작할 것이라고 생각했네. 밤에 그가 집을 비우는 것도 실은 경찰에게 편지가 집 안에 없다고 믿게 하기 위한 것이야. 그래서 나는 D 장관이 G보다 훨씬 약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 D 장관은 오히려 경찰의 눈이 그다지 쏠리지 않을 곳, 말하자면 아주 허술한 곳을 택했을 거라고 생각했지. 자네도 기억하겠지만 G가 우리를 처음 찾아왔을 때, 나는 그에게 사건이 너무 명백하기 때문에 도리어 어려워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지. 그 때G는 웃어댔지만 말이야."

"응, G는 자네 말을 우습게 여기고 있었지."

"물질계 역시 정신계와 비슷한 점이 얼마든지 있어. 이 두 가지의 비교는 토론의 주제로도 자주 쓰이곤 하지. 자네는 거리의 상점 간판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눈에 잘 띈다고 생각하나?"

"글쎄, 그런 문제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럼 이런 놀이는 어떤가? 지명 찾기 말일세. 지도를 펴놓고 한 사람이 도시나 강의 이름을 부르면, 다른 사람이 그걸 찾아내는 놀이 말이야. 이 놀이를 처음 하는 사람은 대개 제일 작은 글씨로 쓰인 지명을 고르지. 하지만 익숙한 사람은 반대로 지도의 한쪽 끝에서 다른 한쪽 끝까지 걸쳐 쓰인 커다란 글자를 골라 부르지. 너무 큰 글자는 오히려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지."

"마찬가지로 상점 간판도 너무 크게 써 놓으면 오히려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다네. G는 너무 영리하거나, 아니면 너무 어리석었지. 그래서 그걸 깨닫지 못했어. 즉, D 장관이 편지를 아주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 두었기 때문에, 오히려 찾는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걸 G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 나는 D 장관이 대담한데다, 실로 교활한 두뇌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