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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D장관의 솜씨가 대단하군!"
"그 자를 너무 칭찬하지 말게." G는 얘기를 계속했다. "그 편지는 아직도 분명 D장관의 손에 있네."
"그 편지가 몰고 올 결과를 볼 때, 아직 그 권력을 완전히 이용하는 건 아니란 얘기겠지?"
"바로 그거야. 그래서 나도 D에게 그 편지가 있으리란 확신을 갖고 편지를 찾기 시작했지. 먼저 D 장관의 저택을 샅샅이 뒤졌어. 놈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는 게 가장 힘들었지. 특히 주의할 것은, 만약 D 장관이 우리가 하는 일을 눈치챈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는 거야."
"하지만 자네에겐 그런 건 문제가 아닐 텐데? 파리 경찰은 그런 일을 많이 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렇지. 그래서 나는 실망하지 않았네. 게다가 D 장관이 밤에는 곧잘 집을 비워서 다행이었지. 그 집에는 하인도 많지 않은데다 또 그들은 D 장관의 방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나에게는 파리의 어떤 방이나 서랍이든지 열 수 있는 열쇠가 있지. 그래서 나는 지난 세 달 동안 D의 집을 샅샅이 뒤졌네. 내 명예가 걸린 데다, 말하긴 거북하지만 현상금도 두둑이 걸려 있지. 그래서 나는 열심히 편지를 찾아봤는데, D 장관도 어찌나 빈 틈이 없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잠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문득 G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 편지가 D 장관의 집 아닌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렇지는 않을 거야." 뒤팽이 말했다. "그 편지의 가치는 어느 때 이용될지 모른다는 것, 즉 필요하면 당장 꺼낼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점으로 봤을 때 D 장관의 손에 있는 것은 확실해. 또 언제든지 없앨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편지는 틀림없이 D의 몸에 무척 가까운 곳에 있을 거야."
"그 말이 맞아." G가 맞장구를 쳤다.
"그래서 강도로 가장하고, D를 습격해 몸을 몽땅 털어 봤지만 역시 헛수고였네."
"물론 헛수고지." 뒤팽이 자신있게 말했다. "D 장관이 바보가 아니라면, 그렇게 중요한 편지를 몸에 지니면서 강도를 미리 예방하지 않을 리 없지."
"물론, 그는 바보가 아니야. 아니, 오히려 시인에 가깝겠지. 바보와 시인의 차이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니까." G가 말했다.
뒤팽은 말했다. "그런데 그보다 자네의 수사 방법을 좀더 자세하게 들려주지 않겠나?"
"음, 그러지. 나는 생각 끝에, 이것을 되찾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네. 그러고는 수사를 천천히 진행시켰지. D 장관의 집을 하나하나 일일이 조사하기로 했다네, 꼭 일 주일이 걸렸어. 방마다 돌아다니며 서랍과 가구, 선반 등을 깡그리 조사했어. 특히 가구에 어떤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해서, 자로 일일이 재 가며 조사했네. 다음엔 의자를 모조리 조사했지. 쿠션은 바늘로 골고루 찔러 보았고, 책장은 위에 덮은 목재까지 뜯어 보았네."
"왜?"
"책상이나 식탁 같은 것에 뭘 숨기려면 으레 판자를 뜯어내고 거기다 구명을 파서 숨겨두는 경우가 많지. 그래서 나는 책상이나 식탁뿐 아니라, 침대 다리도 조사했네."
"하지만 그런 구멍이라면 겉만 두드려 보아도 알 수 있지않을까?"
"아닐세. 물건을 숨길 때는 솜으로 빈 곳을 채우기 때문에 두드리기만 해서는 알 수 없어. 더구나 절대 소리를 내선 안 되지 않나?"
"그렇다면 책장의 판자를 뜯어 내는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또 편지 같은 물건은 램프 심지처럼 똘똘 말아서 책상이나 식탁, 의자 다리 틈에 숨겼는지도 모르쟎아."
"그런 것을 찾아내는 새로운 방법이 있네. 도수 높은 확대경으로 비춰 보면 모두 꿰뚫어볼 수 있지. 조금이라도 상처가 난 흔적이 있으면 아무리 작은 구멍이라도 찾아낼 수 있어. 조금이라도 틈이 있거나, 티끌이라도 묻어 있으면 곧 알 수 있네."
"거울 유리 뒤쪽도 조사해 봤나? 이부자리와 커어튼, 마루에 까는 양탄자는?"
"남김없이 조사했지. 그런 식으로 집 안을 모두 조사했지만 허사였어. 그래서 다음에는 저택 전체를 조사했네. 그 집 전체를 몇 구역으로 나누어 번호를 붙여놓고, 3 센티미터씩 확대경으로 조사했지. 뿐만 아니라 그 옆집까지도..."
"옆집까지?" 나는 어이가 없었다. "아주 대단한 작업이었겠군!"
"물론 보통 일이 아니었지."
"그러면 집 둘레의 땅도 조사했단 말인가?"
"응, 다행히 땅에는 블록이 깔려 있어서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블록 사이 이끼를 살펴보면 움직인 자리를 금방 알 수 있으니까."
"D 장관의 서류와 책들은?"
"책은 한 장 한 장 다 펼쳐 보았지. 이런 경우 대개 책을 흔들어보고 말지만, 나는 한 페이지씩 끈기 있게 뒤졌다네. 그래도 부족해서 나는 책 겉장까지도 확대경으로 조사해 봤어. 최근에 손 댄 자국이 있었다면 절대 놓치지 않았을 거야. 새로 들여온 책은 일일이 바늘로 찔러 보기도 했으니까."
"양탄자 밑의 마루는 어때?"
"그것도 확대경으로 다 조사했지."
"벽은?"
"벽도 당연히 조사했지!"
"지하실은?"
"물론 조사했지!"
"그렇다면 자네 추측이 틀렸나 보군. 자네 짐작과 달리 편지는 집 안에 있는 게 아닌 모양인데?"
"실은 이제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G는 힘없이 대답했다. "뒤팽!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집 안을 더 철저히 조사해야지." 뒤팽은 대답했다.
"이제 그 일은 아주 질려버렸어. 편지가 D 장관 저택에 없다는 것은 분명해. 그건 내가 보증할 수 있네. 그렇지만 나로선 다시 한 번 조사하는 것 밖에 해볼 수단이 없겠지."
뒤팽은 어이 없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G, 자네는 그 편지의 특징을 자세히 알고 있나?"
"물론이지!" G는 수첩을 꺼내어, 편지의 겉모양과 속모양의 자세한 특징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얼마 동안 멍청하게 앉아 있던 G는 맥이 빠진 듯 힘없이 돌아갔다. 나는 전에 그가 그토록 실망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