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 받은 물건은 마루 위에 떨어졌다. 노인은 몸을 떨며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떨리는 몸을 의자에 던졌다. 늙은 여인은 타는 듯한 눈으로 창 쪽으로 가서 덧문을 열었다.

노인은 추위에 온 몸이 차가워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 그리고 늙은 아내가 몇 번씩 창 밖을 내다보는 모습을 지켜봤다. 도자기 촛대의 짧은 촛불이 떨리는 그림자를 천정과 벽에 던지고 있었으나 이윽고 한 번 번쩍하더니 꺼져버렸다. 노인은 소원을 빈 결과가 나타나지 않자 차음 안심이 돼 살짝 침대로 돌아왔다. 1,2분 지나자 늙은 여인도 말없이 냉정하게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어느 쪽도 입을 열지 않고 둘 다 묵묵히 누워 벽 시계의 똑딱똑딱 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쥐가 바스락거리며 쪼르르 벽 쪽으로 달려갔다. 어둠은 무겁고 괴로웠다. 잠깐 더 누워 있다가 노인은 용기를 내어 성냥갑을 집어 한 개비 그어 불을 붙여선 초를 가지러 계단을 내려갔다.

마지막 계단을 내려서면서 성냥이 꺼졌다. 하나 더 그으려고 하는 순간 거의 들릴까 말까 슬쩍, 현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성냥갑이 노인의 손에서 떨어졌다. 꼼짝도 하지 않고 숨을 죽이고 서 있는데 또 노크 소리가 났다. 노인은 발꿈치를 들고 돌아서 재빨리 침실로 가 등 뒤로 문을 닫았다. 세 번 째 노크 소리가 온 집안을 울렸다.

"뭘까요?" 늙은 아내는 놀라 일어나면서 외쳤다.

"쥐야." 떨리는 목소리로 노인은 말했다. "쥐야. 계단에서 내 곁을 지나갔어."

늙은 아내는 귀를 기울이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노크 소리가 온 집안을 울렸다.

"허버트예요!" 늙은 여인은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허버트예요!"

여인은 문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남편이 달려가 아내의 손을 붙들었다. 그는 그녀를 꽉 붙잡았다.

"어디 가려고 그래?" 쉰 목소리로 그는 말했다.

"저건 우리 아들 허버트예요!" 있는 힘을 다해 버둥거리며 아내는 부르짖었다. "그 애가 2마일이나 떨어져 있다는 것을 깜빡 했어요. 왜 나를 붙잡는 거예요? 놔 줘요. 문을 열어줘야 해요."

"부탁이야, 저걸 집에 들여놓아서는 안 돼." 와들와들 떨면서 노인은 부르짖었다.

"당신은 자기 자식이 무서운 모양이군요." 버둥거리며 아내가 부르짖었다. "놓아 주세요. 걱정 마, 곧 간다, 허버트, 곧 간다."

또 노크 소리가 났다. 소리가 울리자 늙은 여인은 남편의 손을 비틀어 떼곤 침실에서 달려 나갔다. 노인은 계단 끝까지 쫓아가 달려가는 아내의 뒤에서 애원하며 불렀다. 문의 빗장을 벗기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아래쪽 자물쇠가 조금씩 끌려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파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자물쇠가 빠졌어요." 아내가 소리 높여 외쳤다. "자, 내려와 도와주세요. 난 손이 닿지 않아요."

그러나 남편은 마루 위에서 미친 듯 원숭이 손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밖에 와 있는 저 누군가가 집 안에 들어오기 전에 그것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는 간절히 생각했다. 연속적으로 두들기는 노크 소리가 온 집안을 울리고 있었다. 아내가 복도에서 의자를 가져와 문에 기대서 세워 그걸 밟고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위쪽 자물쇠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노인은 원숭이 손을 발견했다. 그는 미친 듯 세 번째, 그리고 최후의 소원을 외쳤다.

갑자기 노크 소리가 그쳤다. 그러나 그 메아리는 아직 집안에 울리고 있었다. 의자가 밀리면서 현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찬 바람이 계단까지 불어왔다. 아내가 낙담해 슬피 탄식하며 우는 소리가 높게, 그리고 길게 들려왔다. 그는 용기를 내 그녀에게 쫓아 내려갔다. 그리고 통로를 나가 문 있는 곳까지 가 봤다. 길 건너 가로등이 깜빡이며 사람의 그림자도 없는 고요한 길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