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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호주머니를 뒤지면서 특무상사가 말했다. "말려서 미이라로 만든 흔해빠진 조그만 원숭이 손일 뿐입니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냈다. 화이트 부인은 얼굴을 찌푸리며 약간 물러났으나 아들은 그것을 쥐고 진귀한 물건인 것처럼 자세히 살폈다.
"그런데, 이것이 도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화이트 씨는 아들에게서 그것을 받아 들고 만지작거리면서 물었다. 그는 그 물건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이것엔 나이 많은 수도자의 주문이 불어 넣어져 있습니다." 특무상사는 말했다. "대단히 덕이 높은 성자의 주문이라고 합니다. 운명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으며, 그것에 성실하지 못하면 슬픔이 올 뿐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그 수도자는 여기에 주문을 불어넣어 세 사람이 각각 소망을 세 개씩 이루도록 했다는 겁니다."
그 태도가 너무 진지하고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얼떨결에 가벼운 웃음을 터뜨린 것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럼, 왜 당신은 그 세 개의 소원을 이루려고 하지 않습니까?" 허버트 화이트가 제법 재치 있는 질문을 했다.
군인은 마치 중년 사나이가 입이 싼 젊은이를 대하는 것처럼, 허버트를 쳐다 보았다.
"전 이미 소원을 다 말했습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주근깨가 많은 그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정말 당신은 그 세 개의 소원을 다 이루었다는 겁니까?" 화이트 부인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특무상사는 대답했다. 가지런하고 튼튼한 그의 이빨이 글라스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다른 사람도 소원을 말한 적이 있어요?" 노부인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처음 이 손을 갖게 된 사나이도 세 개의 소원을 말했습니다." 특무상사는 대답했다. "그의 처음 두 개의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모릅니다만, 세 번째 그가 바란 것은 죽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원숭이 손을 제 것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말투가 너무 엄숙해 자리에는 숨 막힐 것 같은 정적이 감돌았다.
"자네가 이미 세 개의 소원을 이루었다면 이건 벌써 자네에겐 소용이 없겠구만, 그렇지 않나 모리스?" 이윽고 노인이 말했다. "그런데 왜 아직 갖고 있나?"
"뭐, 내킨 기분이죠." 군인은 차츰 평상시 말투로 돌아왔다. "팔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버렸습니다. 이미 이것은 많은 재앙을 불러왔습니다. 사실 사려고 하는 사람도 없었구요. 어떤 사람은 도깨비 같은 허황한 얘기라고 웃어 버리고, 조금이라도 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먼저 시험해 결과를 보고, 나중에 돈을 주겠다고 그러더군요."
"만일, 자네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노인은 날카롭게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번 더 소원을 빌어볼 생각이 있나?"
"모르겠습니다." 군인은 대답했다. "정말 잘 모르겠어요."
그는 집게와 엄지 손가락으로 원숭이 손을 집어 들고선 갑자기 난로 불에 던져 버렸다. 가늘게 외치며 화이트 씨는 몸을 굽혀 그것을 끄집어 냈다.
"태워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군인은 엄숙하게 말했다.
"자네가 필요 없다면 글쎄, 모리스" 노인은 말했다. "나에게 주지 않겠나?"
"아닙니다." 상대방은 완강한 말투였다. "저는 이제 그것을 불 속에 던져버렸습니다. 당신이 그걸 주워서 가지는 것은 자유입니다. 다만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걸 제 탓으로 돌리지는 마세요... 아니, 사려 분별이 있는 사람답게 그대로 불 속에 던져 버리세요."
노인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자기 것이 된 물건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그런데, 어떻게 사용하는 건가?"
"그걸 오른손으로 쳐들고선 소리 내어 소원을 말하는 겁니다." 특무상사는 말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선 조심해야 합니다."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 같군요." 화이트 부인이 일어나서 저녁 차릴 준비를 하면서 말했다. "나에게 팔이 네 개 달리게 해달라고 빌어보지 그래요?"
남편이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그 신기한 물건을 끄집어 내자, 곧 부모와 아들 세 사람은 웃기 시작했다. 그러나 특무상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화이트 씨의 팔을 붙들었다.
"굳이 소원을 말하시려면" 특무상사는 조급하게 말했다. "뭔가 현명한 것을 말씀하세요."
화이트 씨는 그 신기한 물건을 또 호주머니에 집어 넣곤 의자를 가져다 특무상사를 테이블에 앉혔다. 식사를 하는 동안 다들 원숭이의 손은 잊고 있었다. 식사 후 또 인도에서 특무상사가 겪은 모험 얘기를 세 사람은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지금 들은 이야기로 봤을 때, 원숭이의 손 얘기도 별로 믿을 건 못 되는 것 같아요." 겨우 마지막 열차 시각에 맞춰 손님이 집을 떠나자 허버트가 말했다. "이 원숭이 손이란 것도 별 게 없을 건 뻔해요."
"여보, 저것 때문에 얼마나 드렸어요?" 화이트 부인은 그렇게 말하며 남편을 쳐다봤다.
"응, 아주 조금이야." 약간 얼굴을 붉히면서 그는 대답했다. "별로 받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내가 억지로 주었어. 모리스는 계속 그걸 버리는 게 좋다고 그러더군."
"그럴 겁니다." 허버트는 몸서리치는 시늉을 했다. "어쨌든 우리들은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고 행복해질 찬스가 생긴 거죠. 먼저 아버지가 황제가 되고 싶다고 말하세요. 그렇게 되면 어머니 바가지에서 벗어날 수 있겠죠."
화이트 부인에게 욕을 얻어먹고 쇼파 쿠션에 얻어 맞으면서 허버트는 테이블을 빙빙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