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씨는 호주머니에서 원숭이 손을 꺼내어 의심스럽게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뭘 바라면 좋을지 실제론 잘 모르겠어." 그는 중얼거리며 말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이미 다 이뤄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

"집 문제만 해결되면 아버지는 비로소 완전히 행복해지실 거예요." 허버트가 아버지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2백 파운드 필요하다고 말하세요. 그 돈이면 이 집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경박함이 부끄러운 듯 미소를 띠고 그 신기한 물건을 받들어 올렸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눈길을 보내며 엄숙한 얼굴을 슬쩍 누그러뜨리면서 피아노에 앉아 분위기에 맞춰 연주를 시작했다.

"나는 2백 파운드 얻기를 바란다."

그 말에 피아노의 아름다운 화음이 호응했다. 그러나 그 소리는 노인의 떨리는 부르짖음에 뚝 끊겼다. 아내는 노인 쪽으로 달려갔다.

"저것이 움직였어." 오싹한 표정으로 마루 위에 던져진 원숭이 손을 쳐다보며 노인이 부르짖었다. "소원을 말하자마자 내 손에서 마치 뱀처럼 꿈틀거렸어."

"그래도 돈은 보이지 않는군요." 아들은 원숭이 손을 주워 테이블 위에 놓으며 말했다. "내기를 할까요? 결코 돈이 생기지는 않아요."

"당신 기분 탓이예요. 틀림없어요." 아내는 걱정스러운 듯 남편을 주시했다.

남편은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 저것이 특별히 무슨 피해를 끼친 것도 아니니까. 그래도 난 놀랐어."

그는 다시 난로 곁에 앉았다. 두 사나이는 파이프를 피웠다. 바깥에는 바람이 더 세게 불었다. 2층의 문이 탕 하고 닫히는 소리에 노인은 신경질적으로 움찔했다. 세 사람 모두 유달리 숨막힐 것 같은 분위기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윽고 노부부는 침실로 가기 위해 일어섰다.

"아버지 침대 한복판에서 현금이 가득 들어있는 보따리가 발견될지도 모르죠." 편히 주무시라는 인사에 덧붙여 허버트가 한 마디 했다. "그리고 부정하게 얻은 그 돈뭉치를 챙기려고 하면 이불장 위에서 뭔가 무서운 괴물이 도사리고 앉아 아버지 어머니를 노려보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