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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는 2마일 정도 떨어진 새 묘지에 아들을 매장하곤, 어둠과 침묵에 싸여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눈이 돌 듯이 순식간에 끝나버려 두 사람은 처음에 거의 사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뭔가 다른 일 - 늙은 사람의 마음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줄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뭔가 기다리는 기분은 체념으로 바뀌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희망 없는 체념,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감각으로 잘못 이해되기도 하는 그런 상태로 변한 것이다. 둘은 서로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함께 이야기할 일은 아무 것도 없고 두 사람의 나날은 다만 지루하고 우울할 뿐이었다.
일 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갔다. 밤중에 갑자기 눈을 뜬 노인은 손을 뻗쳐 보고 침대에 자기 혼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침실 안은 어두웠다. 창 쪽에서 짓눌리는 듯한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침대에서 고개를 들고 귀를 기울였다.
"돌아와." 노인은 상냥하게 말했다. "춥지?"
"그 애는 더 추울 거예요." 늙은 여자는 이렇게 말하곤, 또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흐느껴 우는 소리가 노인의 귀에서 사라졌다. 침대는 따뜻했으며 눈꺼풀은 졸음에 겨워 무거웠다. 잠깐 잠이 깼지만 노인은 다시 잠들었다. 그러다 미친 듯 부르짖는 아내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다시 눈을 떴다.
"그래, 저 원숭이 손!" 그녀는 미친 듯 부르짖었다. "저 원숭이 손!"
노인은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어디? 어디 있어? 왜 그래?"
늙은 여인은 엎어지면서 방을 가로질러 노인에게 왔다. "그걸 찾아야 해요."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그걸 없애버리진 않았죠?"
"거실에 있어. 장 위에."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그는 말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그녀는 울다가 웃다가 뭄을 숙이고 그의 뺨에 키스했다.
"이제 생각이 났어요." 그녀는 히스테릭하게 말했다. "어째서 지금까지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어째서 당신은 그 생각을 못했죠?"
"뭘 말이야?"
"두 개의 소원이 남아 있어요." 그녀는 재빨리 말했다. "아직 하나밖에 소원을 말하지 않았잖아요?"
"그걸로 아직 부족한가?" 노인은 날카롭게 외쳤다.
"아니예요." 그녀는 뚜렷한 목소리로 외쳤다. "하나 더 소원을 말하는 거예요. 빨리 밑으로 내려가 그걸 가져와요. 우리 아들이 살아 돌아오도록 소원을 말해요."
침대에서 일어난 남편은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걷어 치웠다. "턱도 없는 소리야. 당신 돌았어?" 노인은 질색을 하고 외쳤다.
"그걸 가져와요." 그녀는 헐떡였다. "빨리 그걸 가져와 소원을 빌어요... 오, 내 아들, 내 아들!"
남편은 성냥을 그어 촛불을 켰다. "침대로 돌아와." 노인은 초조하게 말했다. "당신은 지금 제 정신이 아니야." "첫 번 째 소원은 이루어졌어요." 늙은 여인은 흥분해 소리쳤다. "어째서 두 번 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겠어요?"
"그건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야." 노인은 더듬거렸다.
"빨리 내려가서 그것을 가져와 소원을 빌어 주세요." 늙은 여자는 부르짖고는 늙은 남편을 문으로 끌고 갔다.
노인은 어둠 속을 내려가 더듬거리며 거실 벽난로로 다가갔다. 그 물건은 거기 그대로 있었다. 아직 소원을 말하진 않았지만, 소원을 말하면 이 방에서 나가기도 전에 당장 손발이 잘려나간 아들이 눈 앞에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는 전율에 휩싸여 문을 찾지 못하고 숨을 삼켰다. 이마가 차가워졌다. 손으로 더듬어 테이블을 돌아 벽을 따라 걸어서 노인은 그 저주스러운 물건을 손에 들고 좁은 복도에 이르렀다.
침대에 들어가자 늙은 아내의 얼굴까지 기괴하게 변해 보였다. 창백한 얼굴로 가만히 뭔가를 기다리는 늙은 아내의 얼굴 표정이 섬찟하게 느껴졌다. 노인은 공포에 떨며 아내가 무서워졌다.
"빨리 소원을 빌어요." 늙은 아내는 격렬하게 부르짖었다.
"어리석고, 사악한 짓이야." 그는 머뭇거렸다.
"빨리 빌어요." 늙은 아내는 되풀이했다.
그는 한 손을 들었다. "전 자식이 살아 돌아오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