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꼬마 제비는 이제 너무 추워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제비는 왕자의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왕자가 무척 좋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빵집 입구 근처 골목길에서 제비는 틈을 보아서 땅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주워 먹곤 했습니다. 그리고 애써 날개를 파닥거려서 조금이나마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무래도 죽을 수밖에 없겠구나... 이런 생각을 제비도 하게 됐습니다. 제비는 이제 거의 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겨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왕자의 어깨에 날아 올라갈 힘밖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내 왕자님, 안녕! 왕자님의 손에 이별의 키스를 하게 해 주세요..." 제비는 가느다란 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왕자는 말했습니다.

"제비야, 이제야 너도 겨우 이집트로 갈 마음이 생긴 모양이구나. 반가운 일이야. 너는 너무 오랫동안 여기 있었단다. 내 입술에 키스해다오. 나도 네가 무척 좋단다."

제비는 말했습니다.

"제가 지금 가는 곳은 이집트가 아니에요. 저는 '죽음의 나라'로 가는 거랍니다. 죽는 것은 결국 잠자는 것과 형제간 아닌가요, 그렇죠?"

그러고 나서 제비는 왕자의 입에 키스하고, 그 발 밑에 툭 하고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 순간, 왕자의 조각상 속에서 이상한, 뭔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습니다. 무언가 부숴진 것 같았어요. 그것이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사실 납으로 만들어진 왕자의 심장이 두 조각으로 갈라져 터지는 소리였답니다.

그날은 무섭도록 추운 날씨였거든요.

다음날 아침 일찍 그 도시의 시장은 시 의원들과 함께 아래쪽 교차로를 걸어오고 있었어요. 돌로 만든 둥근 조각상 받침대 가까이 걸어오자 시장은 조각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니 이런! 행복한 왕자의 조각상이 어쩌다 저렇게 흉물스러운 꼴이 되었담!" 시장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정말 보기 흉한 모습이군요!" 언제나 시장의 말에 찬성만 하는 시 의원들도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조각상 있는 곳으로 올라가 조사를 했습니다.

"칼 자루의 루비가 떨어져 달아났고... 눈알도 누군가 파내 버렸어. 게다가 몸을 감쌌던 순금판도 모조리 사라졌고! 이건 사실 거지 모습이나 마찬가지잖아!" 시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거지나 마찬가지입니다..." 시 의원들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조각상 발 밑에 있는 이 죽은 새는 도대체 뭐야? 포고령을 만들어서, 앞으로는 새가 이런 데서 죽어서는 안 된다고 발표해야겠어." 시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시청의 서기가 그 말을 받아서 종이에 적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은 '행복한 왕자'의 조각상을 부서 버렸습니다.

"이 조각상은 이제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아. 그러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지." 대학의 미술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조각상을 용광로에 집어넣어 녹였습니다. 시장은 위원회를 열어, 조각상을 녹인 그 쇳덩어리를 어디에 쓸 것인지 의논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은 말했어요. "당연히 이 쇳덩어리로는 새로운 조각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오. 그리고 그 조각상은 바로 나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어야 하겠지..."

"아니, 바로 나의 모습을 만들어야 합니다!" 시 의원들마다 나서서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이러다 보니 싸움이 벌어졌어요.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 사람들은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계속 싸우고 있다고 하더군요.

"거 참 이상하군!" 용광로 공장의 공장장이 말했습니다.

"이 부서진 심장 조각이 아무리 해도 용광로에서 녹지 않는걸. 결국 이건 내버려야 하겠군..."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쓰레기장에다 버렸답니다.

"이 도시에서 가장 귀중한 것을 두 개 이곳으로 가져오너라." 하나님이 한 천사에게 이렇게 명령했습니다. 그러자 그 천사는 납으로 만들어진 심장과 죽은 제비를 하나님께로 가져왔답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아주 잘 골랐구나. 이 작은 새는 언제까지나 천국의 정원에서 노래하도록 하자. 그리고 '행복한 왕자'는 내 황금의 도시에서 영원히 내 이름을 찬양하도록 할 지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