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많이 내린 것 같아. 이제 꼭 좋아질 거야." 어린아이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기분 좋게 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비는 행복한 왕자에게 돌아가 자기가 한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요?" 제비는 계속 말했어요. "이렇게 추운 밤인데도 나는 지금 무척 따뜻해요."
"그건 네가 좋은 일을 했기 때문이란다." 왕자는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비는 그 말을 더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곧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제비는 뭔가 생각하려고 하면 항상 그렇게 졸음이 오곤 했습니다.
날이 밝자 제비는 냇가로 날아가 몸을 씻었습니다. 바로 그 때 그 냇물 위 다리를 지나가던 조류학 교수가 그 모습을 봤어요.
"이거 정말 놀라운 일이로군."
교수는 말했습니다. "이런 겨울에 제비가 있다니!" 그리고 교수는 이것에 관해 긴 글을 써서 그 지방 신문에 실었답니다. 워낙 잔소리를 이것저것 끊임없이 길게 그 글에 늘어놓아서 사람들 사이에서 아주 화제가 되었지요.
"오늘 밤에는 꼭 이집트로 가야 해요."
제비는 말했습니다. 그 생각을 하니 온 몸에 다시 기운이 솟구치는 것 같았지요. 도시의 기념탑 따위를 하나 빠트리지 않고 모두 구경하고 나서는 오랫동안 교회의 뾰족탑 꼭대기에 앉아 있었어요. 어디를 가나 참새들이 모두 제비를 보고 짹짹거리면서 "정말 믿음직한 손님 아니니?"하고 주고받는 소리를 듣는 것이 유쾌했지요. 제비는 아주 기분이 좋았답니다.
달이 떠오르자 제비는 행복한 왕자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어요.
"혹시 이집트에 전하실 말씀이라도 없어요? 저는 이제 떠날 참입니다."
왕자가 말했습니다.
"제비야, 제비야, 꼬마 제비야. 하룻밤만 더 나와 함께 있어주지 않으련?"
제비는 대답했어요.
"모두들 이집트에서 절 기다리고 있답니다. 내일 쯤이면 제 친구들이 모두 나일강 상류의 두 번째 여울까지 올라갈 거예요. 거기에는 창포 수풀이 무성하구요, 그 가운데 하마가 잠을 자고 있답니다. 커다란 화강암 옥좌에 '메므론' 신이 앉아 있죠. 밤새 가만히 별을 바라보다가 새벽에 샛별이 반짝이기 시작하면, 다들 일제히 기쁨의 환성을 터뜨리죠. 하지만 금방 잠잠해져요. 한낮이면 누런 사자가 강가로 내려와서 물을 마시지요. 눈은 마치 초록색 보석 같고, 그 부르짖는 외침은 냇물의 시끄러운 소리보다 더 요란하답니다."
왕자는 말했습니다.
"제비야, 제비야, 꼬마 제비야. 이 도시의 저 멀리 지붕 밑 다락방에 어떤 젊은 청년이 보인단다. 그 청년이 앉아 있는 책상에는 종이가 흩어져 있지. 그 청년이 기대고 앉은 책상에는 물컵이 하나 있지. 그리고 거기엔 시든 오랑캐꽃 한 다발이 꽂혀 있어.
그 청년의 머리카락은 꼬불꼬불한 다갈색 곱슬머리야. 입술을 석류처럼 붉고, 그 눈초리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지 뭐냐. 지금 극장 감독에게 주문 받은 대본을 끝마쳐야 하는데, 너무 추워서 그럴 기운이 없는 거야. 난롯불은 꺼지고, 배가 고파서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거든."
"그렇다면 제가 하룻밤만 더 여기 있기로 하지요."
원래 마음씨가 고운 이 제비는 왕자의 얘기를 듣고 이렇게 대답했어요.
"루비를 하나 더 가져다 줄까요?"
"아쉽게도 이제 루비는 더 없단다." 왕자는 말했습니다. "남아 있는 건 내 눈알 뿐이야. 이건 천 년 전에 인도에서 가져온 거란다. 사실 이만큼 좋은 에메랄드는 없다고 하더구나. 그 가운데 하나를 뽑아서 그 청년에게 갖다 주렴. 이걸 보석상에 가서 팔면 양식과 땔감을 장만해서 대본 쓰는 것을 마저 끝마칠 수 있을 거야."
"왕자님, 저는 그런 일은 도저히 할 수 없어요."
제비는 이렇게 말하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제비야, 제비야, 꼬마 제비야. 내가 말한 대로 해 주렴." 왕자는 말했습니다.
그랫 제비는 왕자의 눈알을 하나 뽑아내서 그 젊은이가 살고 있는 지붕 밑 다락방으로 날아갔습니다. 지붕에 구멍이 뚫려 있을 정도로 허술한 집이어서 그리로 들어가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제비는 구멍을 통해 집안으로 화살처럼 날아 들어갔습니다.
청년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안고 있어서 이 작은 새가 날개를 파닥이는 소리도 듣지 못했어요. 그저 언뜻 고개를 들어보니, 시든 오랑캐꽃 위에 아름다운 에메랄드가 굴러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을 뿐이었답니다.
"이제야 세상이 나의 가치를 알게 된 모양이군. 틀림없이 누군가 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몰래 갖다 놓은 것이 틀림없어. 이젠, 나도 대본을 끝마칠 수 있게 됐어." 청년은 진심으로 기쁨에 넘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다음날, 제비는 도시의 선창가 쪽으로 날아가 봤습니다. 그리곤 커다란 배의 돛대 위에 날아가 앉았어요. 선원들이 배의 창고에서 커다란 상자들을 끌어 올리고 있었어요. 선원들은 상자를 끌어올릴 때마다 "영차, 영차, 어이-!"하며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나도 이제 이집트에 간단다!" 제비도지지 않고 큰 소리로 외쳤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에 대꾸를 하지 않았어요. 달이 떠오르자 제비는 다시 행복한 왕자에게 날아갔습니다.
"이제야말로 정말 작별 인사를 드릴 겁니다!" 제비는 큰 소리로 외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