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는 말했습니다.

"제비야, 제비야, 꼬마 제비야. 하룻밤만 더 나와 함께 있어주지 않겠니?"

"벌써 겨울이 다 됐어요." 제비는 말했습니다. "이제 곧 있으면 차디찬 눈이 내릴 거예요. 하지만 이집트에서는 따뜻한 태양이 푸른 야자나무를 비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진흙탕 속에는 악어가 느긋하게 드러누워 주위를 둘러보고 있지요. 제 친구들은 아마 '바알벡'의 신전 처마에 집을 짓고 있겠지요. 하얀 비둘기, 핑크빛 비둘기들이 그걸 구경하면서 구구구구 목청을 울리며 뭐라고 떠들어대겠지요.

제발, 왕자님... 아무래도 저는 이제 떠나지 않을 수 없답니다. 하지만 왕자님을 결코 잊지 않을 거예요. 내년 봄이 되면 왕자님이 사람들에게 주신 그 보석 대신 아주 아름다운 보석을 두 개 가져다 드릴게요. 붉은 장미보다 더 붉은 루비, 그리고 저 넓은 대양처럼 푸르른 에메랄드를 가져오겠어요."

"저 아래쪽 교차로에 말이야..." 왕자는 말했습니다.

"아주 어린 성냥팔이 소녀가 서 있단다. 아까 성냥을 그만 하수구에 빠뜨려서 전부 못쓰게 되어버렸어. 조금이라도 돈을 갖고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아버지한테 매를 맞을 수밖에 없단다. 그래서 저 아이는 지금 울고 있어. 신발도 없고, 양말도 신지 않았어. 그 작은 머리에는 아무 것도 쓴 게 없어. 내 나머지 눈알 하나를 뽑아서 저 아이에게 갖다주렴. 그러면 아버지한테 얻어맞지 않을 거야."

"하룻밤만 더 왕자님 곁에 남아 있기로 하죠. 하지만 왕자님 눈을 뽑는 건 정말 싫어요. 그러면 왕자님은 이제 장님이 되어,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되잖아요." 제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비야, 제비야, 꼬마 제비야. 내가 말한 대로 해 주렴." 왕자는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비는 왕자의 눈알 또 한 개를 뽑아서 화살처럼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성냥팔이 소녀 옆을 휙 날아 지나가면서 손바닥 위에 그 보석을 떨어뜨렸어요.

"어머나, 너무 예쁜 보석이구나!" 소녀는 이렇게 소리치면서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제비는 왕자에게 돌아가서 말했습니다.

"드디어 왕자님은 이제 장님이 되어버렸군요. 그러니 이제 제가 언제까지나 왕자님 곁에 있겠어요."

"아니야, 제비야. 넌 그래도 이집트로 날아가야 한단다." 가엾게도 장님이 된 왕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 언제까지나 여기 남아 있겠어요." 제비는 이렇게 말하고 왕자의 발 밑에서 잠을 잤습니다.

제비는 그 다음날 하루 종일 왕자의 어깨 위에 앉아서 그 동안 갔던 먼 나라들에서 보고 들었던 얘기를 왕자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부리로 황금빛 물고기를 잡아먹는 따오기라는 새의 얘기, 나이가 이 지구와 거의 비슷하고 사막에서 살면서 하나도 모르는 게 없는 스핑크스의 얘기 등을 해주었습니다.

그밖에 낙타 떼를 몰고 천천히 사막을 걸어다니면서 호박(琥珀) 따위 보물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상인들의 얘기, 달의 산에 올라가 커다란 수정으로 제사를 올리는 새까만 임금님의 얘기, 20명의 사제들이 꿀 과자로 먹여 키우는 커다란 초록색 뱀이 야자나무 아래 또아리를 틀고 있는 얘기도 했어요. 크고 넓은 나뭇잎을 타고 다니면서 넓은 호수 위를 스치듯 날아다니고 언제나 나비들과 전쟁을 하고 있는 난쟁이 요정들 얘기도 했답니다.

왕자는 말했습니다.

"귀여운 꼬마 제비야. 네 얘기는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구나. 하지만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남자와 여자들의 슬픔이란다. 슬픔보다 더 신비한 것은 없단다. 꼬마 제비야, 나의 이 도시를 날아다니면서 여기서 보고 들은 얘기를 좀더 들려주렴."

그래서 제비는 이 커다란 도시 위를 빙빙 날아다니게 됐습니다. 사람들이 아름답게 꾸민 실내에서 즐겁게 놀고 있을 때 그 문 앞에는 거지가 서서 떨고 있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 집 옆 골목에는 굶주려 창백해진 어린아이들이 멍한 눈길로 어두운 거리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아름다운 아치형 다리 아래에는 조그마한 두 남자가 추위를 달래려고 서로 꼭 끌어안고 누워 있었습니다.

"아, 배가 고프다!" 두 사람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너희들 여기서 잠을 자서는 안돼!" 갑자기 경비원이 나타나 이렇게 소리치는 바람에 두 사람은 거기서도 있지 못하고 빗속을 걸어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제비는 다시 왕자에게 돌아와서 자기가 보고들은 것을 모두 말했습니다.

"내 몸은 얇은 순금 조각으로 덮여 있단다. 네가 그걸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서 그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렴. 살아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금만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그래서 제비는 왕자 몸에 덮여 있던 순금을 한 조각 한 조각씩 떼어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왕자는 보기 흉한 잿빛으로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제비는 그 순금 조각을 하나씩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린아이들의 얼굴은 점점 장미빛으로 보기 좋게 변했고, 맑은 웃음소리를 내며 길거리에 나와 뛰어 놀게 되었습니다.

"야, 이제 우리도 빵을 먹을 수 있단다!" 아이들은 이렇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에는 눈이 내리고 그 뒤에는 다시 차가운 서리도 내렸습니다. 길거리는 마치 은을 깔아놓은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집들의 처마에는 긴 고드름이 마치 수정으로 만든 칼처럼 길게 드리워져 있었어요. 사람들은 모두 털가죽 외투를 입고 걸어다녔고, 아이들은 빨간 모자를 쓰고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