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들 나를 못살게 구는 거야?" 그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난 누구한테도 해를 끼친 적이 없는 사람이야. 어렸을 때부터 20년 동안이나 리터슨 공장에서 일을 해왔어. 그런데 파업을 하라고 그러길래 모두 함께 파업을 했지. 아무 일도 없었지. 난 별로 하고 싶지 않았어. 사실이야. 그래도 하라니깐 파업을 했지... 이건 하나님도 알고 계셔.

그런데 그들이 나보고 나가라고 그러길래 난 즉시 나와 버렸어. 그러다가 섬에 가서 다른 일자리를 구했더니, 덩치 큰 친구들이 넷씩이나 몰려와서 나를 반쯤 죽도록 때리더군. 난 그곳이 파업 지역이어서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인지도 몰랐어...

그 친구들 가운데 두 명이 경찰에 붙잡혔지. 조합은 나더러 그들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하라고 그러더군. 그렇게 하면 파업 수당을 다시 주겠다고 그러더란 말일세.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지. 그런데 조합 자식들, 파업 수당을 주기는커녕 실컷 비웃은 다음에 날 쫓아내더란 말이야... 그래서 이젠 길바닥에 앉아 굶어죽게 되었어... 그 농땡이꾼 자식... 해도 너무하는군... 그 친구마저 나를 이렇게 만들다니!"

조이는 차츰 화물차 뒤에서 스웨덴 무를 빼내 먹는 법도 배우고, 철 이른 무나마 감지덕지 여기게 되었다. 구걸하거나 도둑질하는 재주도 없고, 그런 일을 감히 해볼 엄두도 못내는 사람에게 떠돌이 생활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가도 뼈저리게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줄곧 기침을 했다... 기침이 너무 심해지면 기둥이나 문을 붙잡고 피를 토하는 일도 있었다. 그는 입을 다물고 의식이 몽롱해진 상태로 기계적으로 터벅터벅 걸을 뿐이었다.

한 번은 마치 꿈에서 깨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묻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다른 사람이라니?" 데이브는 순간 어리둥절해서 이렇게 되물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아, 그래...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 알다시피 다들 훨씬 앞으로 가 버렸다네."

조이는 입을 다문 채 반 마일 가량 걷더니 다시 말했다.

"그 친구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겠지."

"응, 아마 그럴 거야..." 데이브가 말했다.

잠깐잠깐 기침을 할 때를 빼면 조이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이윽고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코디언을 갖고 있지 않겠지... 하지만 먼 길을 걸을 땐 아코디언이 있어야 해. 먼 길을 여행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아코디언을 갖고 있더군. 아주 잘 지내더라구...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가면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야..." 데이브 버지는 모자 위로 머리를 긁으면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나 조이의 말에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날은 재수가 없는 날이었다. 농가에서 빵 부스러기를 좀 얻어먹었을 뿐이다. 언덕을 넘고 다른 길로 들어서도 길은 끝없이 누렇게 펼쳐지고 있었다. 마치 그들의 불안한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제 조이는 거의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데이브 버지보다 한결 더 차분하게 견디고 있었다. 저녁 무렵이 되자 조이가 다시 말했다. "그렇지...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가면 그렇게 힘들 건 없어. 그 친구들 아코디언을 아주 제대로 써먹더군... 이제 정말 못 견디겠어..." 그러다가 갑자기 덧붙였다.

"그래, 우리는 모두 아코디언이나 마찬가지야!" 그는 킥킥대는가 싶더니 금방 기침 때문에 목구멍을 그렁댔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말을 이었다. "인간이란 단지 아코디언을 수없이 모아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구..." 겨우 숨을 가다듬고 그는 말을 이었다. "그 사람들이 우리를 아코디언 다루듯이 자기들이 원하는 아무 곡이나 연주해대는 거야... 그걸로 다들 먹고사는 거지. 여보게, 데이브... 우린 모두 아코디언 비슷한 거란 말일세." 이렇게 말하고서 그가 웃었다.

"글쎄, 그런 것 같기도 하군." 데이브는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상대의 표정을 묘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이제까지 조이가 그런 식으로 웃음소리를 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이는 자신의 이 생각이 무척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이따금 입속으로 중얼거리듯 아코디언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모두가 아코디언이야... 빌어먹을. 시키는 대로 어떤 곡이라도 뽑아내는 그런 아코디언이란 말이야... 인간은 그냥 아코디언 신세일까? 아니야, 그 정도도 못돼. 우린 하찮고 보잘 것 없는 건반에 불과하지... 노래에 맞춰 제멋대로 눌러대는 그런 건반 말이야... 빌어먹을, 양철 조각같이 보잘 것 없는 건반... 하찮고 보잘 것 없는 건반 말이야... 그 동안 나를 갖고 꽤나 잘 논 셈이지... 오랫동안 나를 갖고 논 거야..."

데이브 버지는 마음이 불안해져서 화제를 다른 것으로 바꿔보려고 했다. 그러나 조이는 데이브의 말에 거의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 동안 나를 갖고 꽤나 잘 놀았어... 오랫동안 갖고 놀았더란 말이야." 그는 고집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어떤 친구가 나를 갖고 놀다가 그만 스프링이 끊어지고 만 거라구..."

밤에는 더욱 운이 나빴다. 가죽 각반을 차고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나이가 모처럼 찾은 괜찮은 헛간에서 그들을 쫓아낸 것이다. 그들은 한참 동안 더 가면서 이슬을 피할 장소를 찾았지만 마땅한 잠자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은 건초더미를 하나 발견했다. 꼭대기에는 잘만한 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까지 올라갈 사다리가 걸쳐 있었다.

버지는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났다. 누군가 축축한 손으로 자기 얼굴을 만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눈을 떠 보니 짙은 안개가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데이브, 나야..." 클레이튼이 말을 걸었다. "난 자네가 없어져버린 줄 알았어. 그런데 이게 다 뭔가? 설마 물은 아니겠지? 우리가 물에 빠진 건가? 옷이 몽땅 젖어버렸어."

버지도 속옷까지 몽땅 젖어 있었다. 그는 조이를 눕히고선 어서 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침이 발작적으로 나는 바람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코디언 소리 때문이야. 그래서 눈을 뜨고 말았어." 기침이 멎자 조이가 변명하듯 말했다.

그럭저럭 밤이 지나가고, 회색빛 새벽빛이 세상을 감싸고 있었다. 두 명의 떠돌이는 건초더미에서 내려왔다. 오돌오돌 떨리는 몸을 녹이기 위해 일부러 발에 힘을 주어 걸으며 한길로 나갔다.

그날 아침 조이는 이따금 현기증을 일으켜 잠깐 동안 정신을 잃곤 했다.

"스프링이 끊어져 버린 거야." 정신이 들면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양철 조각으로 만든 그 보잘 것 없는 건반이 고장이 나 버린 거야."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한 곡 더 울릴 참이야. 보라구, 바로 저거야... 저게 죽음의 행진곡이라는 걸세."

마을을 벗어나는 곳에서 조이는 어느 집 문에 기대어 기침을 했다. 살이 찐 늙은 부인이 조그만 털북숭이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다가 그에게 1실링을 주었다. 조이는 손이 말을 듣지 않아 돈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데이브가 그것을 주워서 조이에게 주었다. "이봐, 조이. 1실링짜리야. 어떤 마나님이 자네한테 주는 걸세. 자, 어서 가서 맥주라도 한 잔 하세."

그들은 데이브가 전날 번 돈으로 2페니짜리 빵을 사고 조그만 주막으로 들어갔다. 데이브는 맥주를 주문했으나, 조이는 1페니 어치 진을 섞은 독한 스타우트 맥주를 주문했다. 이윽고 조이는 머리꼭지까지 취해 탁자 위로 머리를 떨구었다. 깊이 잠든 것이다. 1실링을 내고 받은 거스름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데이브는 일어나서 남은 빵 조각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당구에서 쓰는 초크를 집어들고 술집 구석 조그만 흑판에 이렇게 썼다.

'제발 부탁입니다. 이 남자를 구빈원에 데려다 주십시오.'

그런 다음 그는 식탁 위에 널려 있던 동전을 한데 모아들고 조용히 거리로 나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