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웰 유리카 비누 회사의 전 경영주였던 앤서니 락웰 노인은 5번가에 있는 자기 집 서재의 창문 밖을 내다보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이웃에 사는 귀족 사교클럽 회원 G. 반 스칼라이트 서포크 존스 씨가 대기시켜 놓은 자동차로 오더니, 이 집 현관에 서 있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식 조각을 바라보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멸하는 표정으로 콧날을 찌푸리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거만한 장사꾼 영감 같으니라구!"

과거의 비누왕은 입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에덴 박물관(납인형 전문 박물관)에서 저 싸가지 없는 영감태기를 가져다가 진열할지도 모르지. 올 여름에 이 집을 네덜란드 국기처럼 붉고 희고 푸른 색깔로 칠해 버릴 테다. 저 네덜란드 영감태기의 코가 납작해지도록 말이야."

락웰 노인은 그리고 서재의 문으로 다가가서 과거 캔자스 벌판을 호령하던 그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이크!"

초인종이 장치돼 있었으나 그는 그런 물건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었다.

"도련님에게 외출하기 전에 이리로 들르라고 전해주게."

노인은 하인에게 말했다.

락웰 2세가 서재에 들어왔다. 노인은 신문을 내려놓고 커다랗고 붉은 얼굴에 부드러우면서도 의젓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들을 바라보면 한 손으로는 흰 머리를 긁적이고 다른 손으로는 호주머니 안의 열쇠 뭉치를 짤랑거렸다.

"리처드!"

노인이 말했다.

"네가 쓰는 비누 값이 한 다스에 얼마인지 알고 있니?"

대학을 졸업하고 집에 돌아온 지 이제 여섯 달이 지난 리처드는 당황했다. 아버지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묻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사교계에 나온 애숭이처럼 그에게는 이런 질문들이 낯설기만 했다.

"한 다스에 6달러인 것 같은데요."

"그럼 네 옷값은?"

"60달러쯤 되겠지요."

"됐어.넌 신사야."

노인은 거침없이 말했다.

"듣자니, 요즘 젊은이들은 한 다스에 24달러짜리 비누를 쓰고, 한 벌에 100달러가 넘는 옷을 예사로 걸친다고 하더구나. 너는 그런 녀석들 못지않게 돈이 많다. 그런데도 돈을 쓰는 것으로 봐서는 성실하고 검소한 태도를 갖고 있다. 나는 지금도 우리 회사가 생산하는 유리카 비누를 쓰고 있다.

하지만, 그건 그 비누가 우리 것이라서가 아니라 실제로도 가장 좋은 비누이기 때문이다. 비누 한 개에 10센트도 못되는 것을 쓰면 안 된다. 그것은 나쁜 향료와 상표를 사는 거나 마찬가지다. 네 나이, 너와 같은 지위와 신분의 젊은이라면, 50센트짜리 비누를 쓰는 게 당연하지. 내가 지금 말한 것처럼 너는 이제 어엿한 신사야.

신사 한 사람을 만들려면 3대에 걸친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 하지만 그건 세상에서 괜히 하는 말이다. 돈이 인간의 때를 말끔하게 벗겨주는 법이란다. 마치 비누나 마찬가지지. 돈이 널 신사로 만든 거야. 암, 그렇구말구. 우리 집 양쪽에 사는 늙은 네덜란드 신사들 사이에 집을 장만하고 끼어들었다고 해서, 그들은 불만이 많지.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투덜대곤 하지.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이나 우리나 다를 것도 없단다."

"하지만 돈으로 못하는 일도 얼마든지 있어요."

아들은 약간 침울한 말투로 말했다.

"얘야,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마라."

앤서니 노인은 볼멘 소리로 말했다.

"나하고 내기를 하자꾸나. 난 돈으로 살 수 없는 물건을 찾아보려고 백과사전을 뒤져보기까지 했단다. 다음 주에는 아예 백과사전 증보판까지 뒤져볼 생각이다. 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돈이 이긴다는 쪽에 건다. 그래, 도대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니?"

"그래도 하나는 있죠."

락웰 청년은 쑥스러운 듯이 대답했다.

"자격 요건이 엄격한 상류 사교계에는 돈을 주고도 들어갈 수 없어요."

"뭐? 상류 사교계에 들어갈 수 없다고?"

노인은 큰 소리로 외쳤다.

"만약에 애스터가 이 나라에 올 배삯이 없었던들 네가 말하는 그 상류 사교계라는 것 자체가 생겨날 수 없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