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시는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리고 창 밖을 내다보며 뭔가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계산은 수를 거꾸로 세는 것이었다.

"열 둘."

조금 더 있다가 또 말했다.

"열 하나."

숫자는 점점 내려갔다.

"열."

"아홉."

이번에는 거의 동시에 수를 세었다.

"여덟, 그리고 일곱…"

수우는 이상해서 창 밖을 내다보았다. 도대체 존시가 지금 세고 있는 게 뭘까? 창밖에 보이는 것은 인기척 없는 쓸쓸한 안마당과 20피트쯤 떨어진 이웃집의 벽돌 담벼락뿐이었다. 그 벽에는 해묵은 담쟁이덩굴이 벽 중간까지 뻗어 있었다. 차가운 가을 바람이 잎새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바짝 마른 담쟁이 덩굴이 이제 거의 벌거숭이가 되어서 낡은 벽돌 벽에 달라붙어 있었다.

"너 지금 뭘 세는 거니?"

수우가 존시에게 물었다.

"여섯."

존시는 마치 속삭이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점점 더 빨리 떨어지고 있어… 사흘 전에는 백 개나 있어서 다 세려면 골머리가 아팠는데… 하지만 이제는 훨씬 쉬워졌어. 아, 또 하나 떨어지는구나. 이젠 다섯 개만 남았다."

"뭐가 다섯이란 말이야? 나한테도 좀 가르쳐주렴."

"저 잎 말야. 저 담쟁이덩굴에 붙은 잎새.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드디어 나도 가는 거야. 삼 일 전부터 난 쭉 알고 있었어.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말했지?"

"세상에, 그런 바보 같은 얘기는 하지도 마!"

수우는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존시를 나무랐다.

"철 지난 담쟁이 잎이 떨어지는 것하고 네 병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이야? 너 완전히 저 담쟁이를 보고 넋을 잃었구나. 아무튼 바보 같은 소리는 하지도 마. 의사 선생님이 아침에 그러셨어. 네 병이 나을 가능성은, 그러니까, 저… 하나에 열 정도라는 거야. 뉴욕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정도야 보통이지 뭐.

전차를 타고 다니거나 공사하는 건물 옆으로 지나가더라도 그 정도 위험은 있는 거야. 자,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수프라도 조금 먹어봐. 그래야 나도 그림을 그릴 마음이 생길 것 아냐? 그림을 빨리 그려다 주고 돈을 받아야 해. 그래야 아픈 너한테 포트 와인을 사줄 수 있지. 나는 식욕이 왕성하니까 포크찹을 사 먹어야겠어."

"이젠 포도주 따위는 사올 필요 없어."

존시는 여전히 창밖을 내다보면서 말했다.

"또 하나 떨어졌네. 아니, 수프도 전혀 먹고 싶지 않아. 앞으로 겨우 네 개… 더 어두워지기 전에 마지막 하나까지 다 떨어지는 걸 보고싶어. 그러면 나도 저 세상으로 가는 거야."

"존시…"

수우는 침대에 몸을 굽히면서 말했다.

"내가 그림을 끝낼 때까지, 눈을 감고 창 밖을 보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응? 이 그림은 내일까지 갖다줘야 해. 그림이 아니면 커튼을 내리고 싶다만…"

"저쪽 방에서 그리면 안돼?"

존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네 옆에 있고 싶단 말이야."

수우는 말했다.

"그리고 제발 저 담쟁이 잎새 따위는 쳐다보지 마!"

"그림을 다 그리거든 내게 말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