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대지의 등


우리는 등이 허전하다고 말한다. 등이 시리다고 말한다. 우리들 배면은 우리들 외로움의 급소이다. 외로움은 맨 먼저 우리의 등을 타고 흐른다. 외로운 사람은 뒷모습이 쓸쓸하다. 그의 뒷모습은 그의 외로움을 숨기지 못한다. 어떤 영화에서 교도소에서 갓 출옥한 사람이 창녀를 샀다. 그로서는 십수 년 만에 처음 접해보는 여자였다. 우리는 당연히 그가 여자를 품고 욕정을 푸리라고 예상했지만, 그는 전혀 엉뚱한 주문을 했다. 다른 것은 일체 필요 없고 단지 하룻밤을 그와 함께 있어달라는 것, 단지 그의 등을 껴안고 그와 함께 잠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대지에 등을 뉘일 때, 우리는 안온한 휴식을 느낀다.

 

인간의 등은 대지에 속한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엎드리거나 옆으로 누워서 잠들지만 인간은 등을 대지에 눕히고 잠든다. 인간의 등은 대지처럼 편편하다. 그 편편한 등으로 인간은 대지의 온기를 흡수한다. 인간의 등을 보면 인간이 네발 동물에서 진화했다는 가설이 어쩐지 믿기지 않는다. 저렇게 편편한 등을 하고 어떻게 기어 다닐 수 있었겠는가. 아마 신은 대지에 누워있는 인간의 손을 잡아 바로 일으켜 세웠을 것이다. 대지를 떠난 인간의 직립한 뒷모습은 어쩐지 쓸쓸하다. 그래서 우리의 토분은 우리의 등을 다시 대지에 눕히는 의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