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머니의 등


세상에서 얻은 가장 따사로운 기억 중의 하나가 어려서 업힌 어머니의 등이다. 어머니를 따라 마실 나갔다가 깜박 잠이 들면 대개 어머니의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바깥 찬 바람에 잠이 깨었으면서도 짐짓 잠든 척 어머니의 등에 얼굴을 파묻곤 했었다. 그 때 어머니의 등은 세상의 온갖 위험과 추위로부터 나를 막아줄 만큼 넉넉하고도 따뜻했다. 그 등은 대지처럼 여유롭고 볏짚처럼 따스했다. 나는 어머니의 등에서 어머니와 하나 되는 것을 느꼈다. 세상의 그 무엇도 가를 수 없는 완전한 밀착이었다. 어머니의 등에 업혀서 세상의 끝까지라도 가고 싶었다.

 

자분자분한 어머니의 발걸음에 흔들리며 그러다 어느 결에 또 잠이 들곤 했었다. 내가 의식하고 기억하고 있는 최초의 분리는 그 등에서 내릴 때였다. 아쉽고도 허전한 느낌. 쓸쓸하고 버림 받았다는 느낌. 완전한 것에서 멀어졌다는 느낌. 어쩌면 나는 어머니의 태를 끊고 나온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등에서 떨어져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점토가 떨어져 나오듯이. 그 날부터 나는 세상의 바람에 마르며 이 세상을 온전히 혼자서 직면해야 하는 한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