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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는 윌리라는 바보가 살고 있었다. 이 아이는 그저 마을 사람들 심부름이나 다니는 마을의 보통 바보들과는 달랐다. 윌리는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었고, 한 때는 장래가 촉망되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윌리의 아버지 역시 아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래서 무척 많은 책을 읽혔다.
그러나 윌리가 열 살이 되었을 때 교장 선생님은 자신의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저 윌리의 머리가 나빠졌다는 그런 뜻이 아니다. 윌리는 아예 보통 사람들처럼 생각을 할 수조차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게 사실일까?
그 아이는 마을의 밭에 앉아서 실실 웃기만 할 뿐 좀처럼 입을 열어 말을 꺼내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입을 열고 혀를 놀리기 시작하면 마치 닫혀 있었던 뮤직박스가 느닷없이 열려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처럼 끝없이 얘기를 계속하곤 했다.
멍청이 윌리가 언제 입을 열어 말을 끄집어낼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다. 윌리는 이제 더 이상 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교장 선생님은 가끔 윌리가 전에 좋아하던 책을 슬며시 그 아이의 눈앞에 내밀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윌리는 슬쩍 그 책에 눈길을 보낼 뿐, 옛날 이야기나 전설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 듯했다. 그리고는 털레털레 걸어가서 신문을 집어들곤 했다. 그나마 그 신문에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이내 싫증을 내고 던져버리기 일쑤였다. 가끔, 어쩌다... 신문 기사의 한 부분에 관심이 쏠리는 듯 한 시간 이상 뚫어지게 쳐다보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대부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얘기들이었다.
윌리의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이 아들을 '바보 윌리'라고 부르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윌리를 그 별명으로 부르는 것은 윌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은 이 마을에 찾아온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바보 윌리를 가리키면서 자랑하는 일도 있었다.
윌리는 눈이 무척 아름다운 소년이었다. 머리칼은 옅은 갈색이었고, 피부는 희었다. 그리고 그 하얀 살결에 주근깨가 살짝 박혀 금빛으로 보였다. 장난기를 띤 푸른 눈동자에는 악의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고, 모양이 좋은 입술로 빙긋 웃으면 보는 사람들이 시선을 끌어당겨 놓지 않는 힘이 있었다.
내가 윌리를 처음 보았을 때 윌리는 16살이나 17살쯤 되어 보였다. 나는 8월 한 달을 그 마을에서 보낼 작정이었다. 두 주일 동안 윌리는 내가 아는 척을 해도 빙긋 웃으며 인사를 할 뿐이었다.
어느 날 나는 4분의 3 가량 베어진 보리밭 가장자리에 길게 누워 졸린 눈으로 밭 가운데 놓인 보릿단을 옮기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 때 윌리가 다가오더니 바로 내 옆에 기대고 앉았다. 윌리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손을 내밀어 내 시계줄을 잡고 거기 붙은 보석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 번 그걸 쓰다듬더니 느닷없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